팀장이 흔히 빠지는 ‘답정너’의 함정
팀원이 고민을 털어놓을 때면 저는 습관처럼 ‘답’을 줬습니다. “그럴 땐 이렇게 해보세요.” “이건 제가 해봐서 아는데요~”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팀장이니까 그래야 한다는 생각에 그렇게 말했지요.
제 이야기가 도움이 될 거라 믿었고, 그것이 배려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팀원의 표정이 어딘가 달랐습니다. 고개는 끄덕이지만, 무언가 해소되지 않는 눈빛. 당시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건가 싶어서 부연 설명까지 구구절절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혹시 나의 말이 ‘답정너’처럼 느껴졌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돌이켜보면, 팀원들은 정답보다는 공감을 원했던 것 같습니다. 그저 자신의 고민을 진심으로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을 뿐인데 저는 그 마음을 놓친 채 제 경험만 앞세우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건 제 안의 조급함 때문이었습니다. 팀의 성과, 실수에 대한 책임, 빠른 해결을 향한 압박. 그래서 ‘질문’은 생략하고 ‘해답’부터 내놓고 있었던거죠.
요즘은 의식적으로 먼저 묻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그러면 놀랍게도 대부분 어떠한 답을 이야기 합니다. 다만, 확신이 부족했을 뿐입니다. 팀장으로서 해야했던 건 정답을 주는 게 아니라 팀원들이 고민하는 방향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것 또는 작은 조언이구나.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일하기 바쁜 와중에 언제 이런 과정을 다 거치냐고 생각하실 수 도 있지만, 오히려 질문들로 팀원들의 고민을 파악하고 답변을 하니 더 명확하고 빠르게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리더가 되면 지식보다 침묵의 무게가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한마디 하는 순간, 그 말이 ‘정답’처럼 되어버리기에 오히려 더 조심스럽게 말을 아끼게 됩니다. 요즘 저는 ‘듣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듣고 질문하고, 공감한 다음에야 조심스레 의견을 나눕니다. 때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성장을 만들어낸다는 걸 배웠습니다. 지금은 담담하게 풀어내지만 이걸 깨닫기까지 저도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부디 이 글을 보는 분들은 저처럼 돌아 돌아 깨닫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리더십은 결국 말을 잘하는 능력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잘 듣는 힘에서 비롯된다는 걸요. 우리가 조금 더 귀 기울일 때, 팀은 스스로 자라고, 관계는 단단해지며, 리더는 한층 깊어집니다. 오늘도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그 속에서 배움을 찾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