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들어가기 전에
나는 오렌지이다.
껍질에 묻은 하얀 부스러기들을 긁어내다가
푸-욱-
하고 껍질을 뚫고 들어가려 한다.
그러기 전에
잠시
힘을 모으고
기다린다.
때가 되었는지.
가늠하면서
기다리는 시간.
향기로운 과육을 만나기 전.
이제
한 걸음 더
들어가게 되면,
두껍고 안으로 움츠려드는
그 껍질들은
해체하려 할수록
오일 샘 하나하나가 터지며
마치 기억의 세포들이 산산이 흩어지듯이
어린 시절의 여름이
방 안 가득
번져나갈 것이다.
시큼하면서도
아름다운 향과 함께
나의 손은
찐득한
즙으로
더러워지고
물에도 잘 씻기지 않는.
그런.
은하수의 흐름에
온 몸의 힘을 다 내려놓고
하늘을 바라보며
유영한다.
충분히 다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