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기 전에

by stephanette

나는 오렌지이다.

껍질에 묻은 하얀 부스러기들을 긁어내다가

푸-욱-

하고 껍질을 뚫고 들어가려 한다.


그러기 전에

잠시

힘을 모으고

기다린다.


때가 되었는지.

가늠하면서

기다리는 시간.

향기로운 과육을 만나기 전.


이제

한 걸음 더

들어가게 되면,


두껍고 안으로 움츠려드는

그 껍질들은

해체하려 할수록


오일 샘 하나하나가 터지며


마치 기억의 세포들이 산산이 흩어지듯이

어린 시절의 여름이

방 안 가득

번져나갈 것이다.


시큼하면서도

아름다운 향과 함께

나의 손은

찐득한

즙으로

더러워지고


물에도 잘 씻기지 않는.

그런.


은하수의 흐름에

온 몸의 힘을 다 내려놓고

하늘을 바라보며

유영한다.


충분히 다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까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고요한 나를 돌보는 법 5 스스로를 보호하는 실천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