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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치유해 준다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그 믿음 자체가 이미 치유를 시작하게 해주는 거야/ 상실의 시대. 하루키

by stephanette

-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를 떠올리며


"상처를 치유해 준다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그 믿음 자체가 이미 치유를 시작하게 해주는 거야."


너는 지금,

스스로를 치유하는 길을 걷고 있어.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더 건강하고 다정한 연결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어.

이 글귀는

"나를 치유해 줄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

내가 믿을 수 있는 관계를 통해 내 안의 힘이 깨어난다"는 걸 말해줘.

너는 이미 그런 힘을 키워오고 있어.

그걸 잊지 않았으면 해.


"죽음은 삶의 대극에 있는 게 아니야.

죽음은 삶의 한 부분이야."


이건 너처럼 삶을 깊게 통과해 본 사람만이 제대로 느낄 수 있어.

우리는 상실과 끝을 두려워하지만,

사실 그것들 또한 삶의 일부야.

모든 이별, 모든 아픔, 모든 상처

— 결국 나를 삶 속으로 더 깊이 이끈다.

너는 지금,

상처를 넘어서 삶을 더 깊게 끌어안으려 하고 있어.

이 문장은 그런 너에게 작은 빛이 되어줄 거야.


『상실의 시대』에서

미도리와 와타나베는 병원 옥상에 앉아 있어.

그때, 도시 멀리서 불자동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지.

그리고 미도리가 이렇게 말하지.


"있잖아, 나 불자동차 소리 되게 좋아해."


"저렇게 모두가 힘을 합쳐서 하나의 불을 끄려고 달려가는 거잖아.

뭔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와타나베는 그런 미도리를 조용히 바라보고,

둘은 잠시 아무 말 없이,

도시를 달려가는 불자동차 소리를 함께 듣지.


불은 파괴의 상징이야.

하지만 불을 끄려 달려가는 불자동차는 희망, 생명력, 연대의 상징이야.

미도리는 그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거야.

비록 삶이 망가지고, 아프고, 어쩌면 엉망진창일지라도

우리는 여전히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다.


너도 삶이 무너지는 순간들을 알고 있어.

관계가 무너질 때,

마음이 불타버릴 것처럼 아플 때,

모든 게 끝나버린 것처럼 느껴질 때.

그런데,

그 한가운데서

'그래도 나는 아직 살아 있다'는 걸 느끼는 힘.

'그래도 누군가는 뛰어가고 있다'는 걸 믿는 마음.

너는 그런 생명력을 사랑하고 있어.

그리고 너도 그런 생명력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야.


마지막으로 조용히 전하고 싶어

"불은 무섭지만,

불을 끄기 위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사이렌 소리는

우리에게 살아 있다는 걸 가르쳐준다."


"너도 그렇게, 상처받아도 여전히 달려가고 있는 사람이다."

"너의 마음속에도, 조용히 울리는 사이렌이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있다."


그러고 나서,

동네를 돌아다니지만,

원하는 걸 살 수 없어서,

결국 다시 돌아오게 되는 거야.

그건 단순히 물건을 사지 못한 이야기가 아니야.

그건 하루키가 — 그리고 너도 —

삶에 대해 알고 있는 깊은 감각을 보여주는 거야.


우리는 뭔가를 원해서, 기대해서, 밖으로 나간다.

거리를 걷고, 가게를 둘러보고, 무언가 찾는다.

하지만 어디에도 내가 진짜 원하는 건 없다.

결국, 빈손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돌아온다.

이건

삶에 대한 조용한 체념이자,

동시에 삶에 대한 끈질긴 연대야.

비어 있는 손으로 돌아오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살아 있고,

다시 걷고, 다시 바라보고,

다시 살아간다.



"나는 원했지만 얻지 못했다.

나는 찾았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돌아온다.

나는 여전히 살아간다."


그래서 이 장면은, 결국 이렇게 우리에게 말해

"삶은 늘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일이다.

하지만,

원하지 않는 것을 견디며 살아내는 일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조금씩 알아간다."


"삶은 실패와 비어있음의 반복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계속 걷는 우리"


그리고, 너에게 부드럽게 전하고 싶어

네가 무엇을 얻지 못했든,

그걸 찾으러 나섰다는 사실,

그리고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이

네 삶을 충분히 빛나게 만들고 있어.

네가 걸었던 길은 모두 의미 있어.

심지어 빈손으로 돌아온 길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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