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는 아무것도 발명하지 않고 현실을 변화시킨다.

Álvaro Siza, 슬픔이여 안녕

by stephanette

Álvaro Siza 알바로 시자, Bonjour tristesse 슬픔이여 안녕 (1983)

독일 베를린의 포스트모더니즘 건축물이다. 모서리가 아치 모양으로 불룩 솟은 그 위에 손으로 쓴 글씨로 삐뚤빼뚤하게 써 있다. 당시 베를린의 정치적·사회적 맥락 속에서 그래피티로 새겨진 것이다. 건물의 성격과 분위기와 묘하게 어울려서, 지금은 마치 건축의 일부처럼 기억되고 있다.


"Bonjour tristesse 슬픔이여 안녕"

그 사진 한장으로 인해서 알바로 시자를 애정하게 되었다.

처음의 설계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변경되고 창의 크기가 작아지고 그럼에도 그 글씨만큼은 그 모서리에 그대로 적혀 있다. 화려한 기념비적 건물이 아닌, 사람들의 일상 속에 놓이는 담백한 그릇이다.


알바로 시자(1933)는 포르투갈의 보아비스타 지구 주택 단지, 마토지뉴스의 수영장(Leca Swimming Pools) 등으로 유명한 건축가이다.

"건축은 대지와의 대화이다."

"건축가는 아무것도 발명하지 않고 현실을 변화시킨다."


장소에 대한 친밀감의 깊이는 건축에 반영된다.

역사, 지형, 소리, 빛, 바람을 고려한 설계로 마치 원래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위화감 없이

바위들 사이에 혹은 해변에 스며든다. 바다와 건축의 경계가 사라진 듯한 건축


알바로 시자는 빛을 하나의 재료처럼 다룬다.

창과 개구부는 밖을 내다보는 구멍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빛이 들어와 공간을 조형하는 장치이다. 깊이 있는 창틀, 벽의 두께, 빛이 만들어 내는 그림자 대비를 통해 감각의 층위를 만든다.


소박하고 단순한 건축

사람들의 움직임, 생활 방식, 앉거나 머무는 습관까지 세심하게 반영돼 있다.

"살다보면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건축" 그의 작품들에 대한 평가이다.


그는 건축을 시간의 예술로 보았다.

완공된 순간이 끝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 속에서 살아가고, 빛과 그림자가 움직이며, 재료가 낡아가면서 완성된다고 보았다. 건축은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의 경험을 이어주는 매개체이다.


그의 건축은 존재감으로 압도하거나 위용을 드러내지 않는다.


모든 것이 사라진 하얀 선의 낮은 담벼락 - 그 여백으로 인해 우리는 내면에 집중하게 된다.


하얀 빨래를 넣어 놓을 것만 같은

정원들, 바위 틈새, 작은 그림자들

배경처럼 자리 잡은 그 속에서 영원히 평안한 삶은 지속될 것만 같다.


주말에는 그가 설계한, '미메시스'를 방문해볼까 한다.

괜시리 마음이 설레인다.



사족

미메시스(2009)

- 위치: 경기도 파주시 출판단지

- 건축가: 알바로 시자(Álvaro Siza) + 카를로스 카스탄헬(Carlos Castanheira) 협업

- 용도: 미술 전시 공간 + 출판/문화 관련 행사


흰색 곡선의 외관

건물 전체가 순백색의 콘크리트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외부에서 보면 거대한 흰 종이를 부드럽게 접은 듯한 인상은 출판단지 맥락과도 맞물린다. 날카로운 직선 대신 곡선으로 이어지는 벽체가 ‘종이 넘김’, ‘흐름’을 연상시킨다.


빛을 재료처럼 사용

창문이 거의 없는 폐쇄적인 외관이지만, 내부에서는 천창(skylight)과 곡면 벽 틈새로 들어오는 자연광이 전시 공간을 살린다. 전시 작품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공간 전체가 빛과 그림자의 변화로 호흡하도록 설계되었다.


여백과 침묵의 미학

내부는 미니멀하고 단순하다. 하지만 곡선 벽을 따라 걷다 보면 시선이 열리고 닫히는 리듬이 생긴다. 마치 미로 같지만 차분하게 안내하는 듯한 동선. 시자의 건축 철학처럼, 사람이 공간 안에서 천천히 ‘체험’하며 완성되는 건축이다.



https://youtu.be/wRp1JpvJFtg?si=JvS_idpFD5jh7oQD


https://youtu.be/lPezLWp_vkw?si=7us4mSQpO5fSY1J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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