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가게 습격

새벽 1시 반

by stephanette

자다가 갑작스런 공복감에 벌떡 눈이 떠졌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카페인 공복’이다.

여행지에는 머신을 챙겨간다.

자차를 두고 온 터라 머신은 없다.

다행히 해운대는 잠들지 않는다.


장총도 마스크도 없이

검은 모자를 하나 눌러쓰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파스쿠찌는 24시간이니 보험용으로 두고 스쳐 지나간다.

까사 부사노 근처이다. 불이 켜졌는지 측면에선 보이지 않는다. 장총이라도 한 손에 들고 있었으면 안정감이 있었으려나.

명상센터 주지스님인 쏘울메이트가 갑자기 생각났다.

옆에 있었으면 신나게 마스크를 던지며 “나가자!”했을 것이다. 스님은 늘 총을 갖고 다닌다. 여행지에선 빵가게 습격은 당연한 일이다.


밖에서 보니 불이 켜져 있다.

커다란 테이블에 여자 손님 여러 명이 모여 앉아 하이 탠션으로 수다 중이다. 맥도널드와는 달리 졸고 있는 손님 따윈 없다. 출입문에 영업시간은 새벽 세시. 까사 부사노의 가장 한적한 시간이다. 낡은 원목의 손잡이를 밀고 들어가

메뉴판을 향해 단호하게 걸어갔다. 에스프레소 페이지를 들여다보기도 전에 종업원이 카페 메뉴는 마감이라고 한다.

역시 마스크가 있었어야 하나.

에스프레소를 종류별로 포장하라고 하고 장총을 들고 기다린다.라고 진행되어야 할 이야기는 이어지지 못했다.

“네?”라고 되물었다.

“카페 메뉴는 다 마감되었습니다.”

“몇 시까지 커피 주문이 돼요?”

뭔가 장황한 설명을 하는 직원은 갑자기 온화한 미소를 날린다.

“나중에 다시 올게요”

나는 고개를 끄덕하고 돌아선다.

왜 웃었지? 모르겠다.

나오는 길에 콜드브루 커피 캔이 진열되어 있다.

아쉬운 대로 만지작 거리다가 돌아섰다.


빵가게 습격은 실패다.

할 수 없이 보험이었던 빠스쿠치를 간다. 주문 줄이 길다.

짙은 네이비 바탕에 파스텔톤 생선이 그려진 파자마를 입고 한 무리의 여자아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역시나 수다 삼매경이다.

장총도 없지만

이런 분위기에선 빵가게 습격을 할 방법이 없다.

얌전히 기다렸다가 카푸치노 라지 사이즈를 시킨다.

주문을 휘릭 휘릭 넘기다가 ‘포장‘을 안 눌렀다.

하마터면 파자마 일행과 마주 보며 카페인을 들이키게 생겼다. 황급히 직원에게 포장을 한다고 변경요청을 한다. 마카다미아가 박힌 페스츄리를 주문한다. 크로와상도 하나.


나오는 길에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나는 검은색 맨투맨을 입고 있었다.

앞에도 ‘까사 부사노‘ 마크가 있었을뿐더러

등판에는 ‘까사부사노‘라고 층층이 층층이 도배된 옷이다.

직원에게 내 정체를 발각당했다.

그래서 가족을 대하둣 웃었구나.

내일 빵가게 재습격을 갈 텐데

맨투맨부터 벗어야겠다.


“쏘울메이트 빨리 와! 장총도 들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빵가게 습격 애정한다.

빵가게 재습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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