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의미의 글쓰기

과거에 매달린 글쓰기와 새로운 의미의 글쓰기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


무위자연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여기서 말하는 자연은 우주의 법칙에 따른 흐름을 의미하는 것이다.

생로병사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에서 알 수 있다.

도가에서 말하는 것은 억지 힘을 빼고 자연의 흐름과 합치될 때나 오는 자발적, 무노력적 작용이다.


無爲而無不爲(무위이무불위)
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이룬다
- 노자


이는 현대 학자 슬링걸랜드가 인지과학과 연결해서 말한 내용이다.


자기조절을 잊는 순간, 최고의 자기조절이 이루어진다
- 슬링걸랜드가 『Trying Not to Try』


힘을 빼는 것

호흡을 이완하고

결과에 대한 집착을 낮추고

몸의 감각을 그대로 느끼고

지금-여기에 머무른다는 의미이다.


나는 과거에 모든 것을 다 통제하고 최적화하려고 했었다.

기거렌처(Gerd Gigerenzer)의 직감(hunch)에 따르면,


우리는 너무 많이 계산하기 때문에 실패한다.
- 기거렌처(Gigerenzer), 휴리스틱(Heuristics)


적은 정보와 간단한 규칙으로도 과최적화보다 현실에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


스토아학파의 통제의 이분법에 따르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구분하고 후자는 기꺼이 수용하라는 말이 나온다.

우리의 힘으로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을 구분하라.
- 에픽테토스의 『엔케이리디온』 1장


결과나 타인의 자유의지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나의 태도와 행동에 집중할 뿐이다.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는

직감에 따른 것도 있지만

나는 내가 놓치고 있는 아주 사소한 것들도 다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내가 인식하고 결정하고 싶었다.

그러니, 어쩌면 나는 과거에 매달려 있었고

그것을 글쓰기로 하고 있었던 것도 같다.


최근에 글쓰기를 잠시 내려놓으라는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알고리즘이 전해주는 우주의 메시지 같은 것이다.

수많은 글쓰기의 계획들을 내려놓기로 했다.


주변의 것들을 정리하고 있다.

돌보지 않고 퇴색되어 가는 인간관계

있는지도 모르게 쌓여가는 물건들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광고와 콘텐츠들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제멋대로 외쳐대는 수많은 생각들

그런 생각들을 토해내던 글쓰기까지


검소한 수도승의 작은 방을 떠올린다.

작은 침대 하나. 책상 하나. 그리고 십자고상

아무래도 나는

한강뷰의 거대한 아파트나 멋진 외양의 스포츠카보다

그런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나만의 작은 방이 완성되면,

또 다른 의미의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어른으로 산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