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이 가까운 밤에는 이런 것이 딱이다.
*사진: Unsplash
어릴 적 그와는 추억이 많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편의점 앞에서 그는 말했었다.
"달이 떴으니 시조를 읊어보자."
하하하하하
난 그런 엉뚱한 매력이 매우 좋았다.
아마 그 시절 나의 일기장 어딘가엔
그 시조들이 적혀있을 것이다.
당시에 별자리에 관심이 많던 나는
봄의 대삼각형에 대해서 그에게
매우 많은 정보들을 던졌다.
날아오르는 알카이르와
알파성과 베타성
뭐 내용이 뭣이 중요한가.
다만 호기심으로 즐거움으로
활기찬 시간들을 함께 했다는 것이 좋았다.
그는 사람의 뇌가 궁금하다고 늘 이야기했었다.
그리고 역시나 그답게,
그 길로 걸어갔다.
늦거나 빠르거나 세상의 시간과는 상관없이.
그는 만학도가 되어서
자신의 꿈을 이루었다.
가끔 강의를 하는 길에 찍은 사진들을 보내주곤 했다.
세상의 반대편에서
그리고 그마저도 일상에 바쁜 나날들에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가끔 그의 소식을 뉴스로 접한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그는 그의 일을 하고 있다.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 때 그를 만나서 멋진 일들을 함께 했던
그 순간들도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는 사람의 몸 안에 숨어 있는 서사를 해독하던 사람이다.
혈액 속의 미세한 정보로, 미래의 질병을 예측할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그 믿음이 너무 인간적이라고 생각했다.
사랑도, 인연도, 그렇게 미리 예측할 수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그는 늘 조용히 말했다.
“당신의 세포에도, 기억의 코드가 남아 있을 거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잠시 웃었다.
감정에도 유전자가 있을까?
첫사랑의 떨림이 유전자 속에서 계속 복제된다면,
우린 결국 서로를 다시 만나게 되는 걸까.
시간이 지나고, 그는 피 한 방울로 미래를 읽는 일을 계속했다.
나는 그보다 오래된 기억을 읽는 사람이 되었다.
그의 세계는 디지털 트윈, 나의 세계는 감정의 트윈이었다.
그는 인공지능으로 생명을 예측했고,
나는 사랑의 유전자를 문장으로 번역했다.
가을밤이니,
이런 추억이 문득 떠오른다.
티키타카를 하면서 놀던 기억들
그 덕분에 나는 가끔 즐거울 때가 있다.
마치 어릴 적으로 소환된 것 마냥.
달빛처럼 달달한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