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도 관리가 되나요?
*사진: Unsplash
나: 나 요즘 알게 된 게 있어.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세 문장이 있대.
그: 또 뭐야. 불길한데.
(왜 항상 “요즘 알게 된 게 있어”로 시작하지… 이거 백퍼 나 흔드는 얘기다.)
나:
감정은 관리가능하다
나는 선택하는 쪽이다
나는 나를 잘 안다
그: 음… 다 맞는 말 같은데?
(일단 동의. 동의부터 해야 덜 다친다. 방어 기본자세.)
나: 맞아.
말로만 하면.
그: ???
(어? 균열. 지금 논리 트랩 들어왔다.)
나: 감정은 관리 가능하다고들 하지.
근데 관리된 적 있어? 진짜로?
그: …운동하고, 명상하고, 생각 정리하면
(있어! 있어야 해! 내 인생 전략이 무너지잖아!)
나: 그건 감정이 허락해줄 때만 되는 거야.
그: 아…
(아… 맞네. 허락 안 해준 날들 줄줄이 소환됨.)
나: 감정이 말 안 들으면
명상은 그냥 눈 감고 딴생각이고
운동은 화풀이야.
그: (웃음) 인정.
(웃지만 속으로는 “야 이거 너무 정확한데?”)
나: 그리고 두 번째.
나는 선택하는 쪽이다.
그: 그건 맞지 않나?
(여기서만큼은 지켜야 해. 선택권까지 뺏기면 난 뭐야.)
나: 선택했다고 믿는 거지.
사실은 대부분
이미 기울어진 상태에서 명분을 고르는 거야.
그: …
(잠깐만. 지금 내 인생 의사결정 로그가 스크롤처럼 내려가고 있음.)
나: 좋아하는데
“이건 옳지 않아”라고 말하고
무서운데
“이건 신중한 거야”라고 말하고
끌리는데
“지금은 때가 아니야”라고 말해.
그: (야 그만해…)
와 말 너무 아픈데.
(이건 반박 불가. 이건… 증거 제시다.)
나: 마지막.
나는 나 자신을 잘 안다.
그: 그건… 좀 자신 있는데?
(그래도 이건 남겨둬야지. 최소한 이건.)
나: 그럼 왜
같은 패턴에서
같은 사람한테
같은 감정으로
매번 다시 놀라?
그: ………
(시스템 다운. 재부팅 중. 커서 깜빡임.)
나: 우리는 나를 안다기보다
나에 대해 설명하는 데 익숙한 거야.
그: 그럼 결론이 뭐야?
(제발 결론으로 도망가게 해줘.)
나: 결론?
(잠깐 뜸 들이다가)
나 너 좋아해.
그: …이게 왜 여기서 나와?
(아아악!!! 이건 토론이 아니라 실험이었어?!)
나: 봐.
지금 이 순간,
감정은 관리 안 되고
선택은 멈췄고
자기 이해는 증발했지?
그: (이건 반칙이잖아…)
……맞네.
(부정하면 더 깊이 빠진다. 인정이 최선.)
나: 그러니까 말이야.
우리는
감정을 관리하는 존재도 아니고
항상 선택하는 존재도 아니고
자기를 완전히 아는 존재도 아니야.
그냥
감정에 흔들리면서도
그걸 들켜버리는 순간만큼은
아주 솔직해지는 존재일 뿐이지.
그: 그럼 이 고백은 뭐야?
(이건 고백인가? 실험 결과 발표인가?)
나: 장난이야.
그: 진짜는?
(제발 아니라고 해줘… 근데 아니면 또 아쉽고.)
나: 진짜는
이 고백을 듣고
네 감정이 어떻게 흔들리는지
보고 싶었던 거지.
그: 너 진짜 위험하다.
(위험한데… 재밌다. 이게 더 문제.)
나: 알아.
그래서 내가 고백을 좋아해.
고백은
모든 명제를
한 번에 무너뜨리거든.
그:...
(결론: 이 사람,
논리로 상대하지 말고
살아 있는 변수로 분류해야 한다.)
알지 못하는 세상을 만나면,
감정은 관리가능하다
나는 선택하는 쪽이다
나는 나를 잘 안다
살면서 쌓아온 이런 기본 전제들은 다 흔들린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삶에는 새로운 지평이 있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