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편- 넌 어디 있어? 위치를 알려줘.
*사진: Unsplash
그: 어디야?
나: 응. 난 달리기 중이야.
그: 어디서?
(달리기래. 그게 뭐야. ㅋㅋㅋ)
나: 응. 니 마음 속
그: 잉??
(헉, 이건 아니라고 말 못함.
반칙이잖아.)
나: 참, 사람마다 위치가 다르대.
그: 갑자기?
(뭐야 또. 근데 일단 귀 기울이게 되네.)
나: 응. 어떤 사람은 생각 속이고,
어떤 사람은… 그 이전이래.
그: 그 이전?
(이건 또 무슨 좌표야. 근데 묘하게 찔린다.)
나: 응. 말 나오기 직전.
설명 붙기 직전.
그: 아…
(어? 이거 이상하다. 방금 머릿속이 잠깐 조용해졌어.)
나: 너 방금 멈췄지? 얼음...?
그: 아니!!
(아니긴 뭐가 아니야. 멈췄다.)
나: 땡~~!! 얼음을 녹여줘야지. ㅎㅎ
그: 아니라니깐. ㅋㅋ 난 어디 있는데?
(지금 이 대화, 왜 이렇게 위험하지.)
나: 지금-여기.
그: 그걸 왜 나한테 말해.
(나한테만 말하는 느낌인데.)
나: 말 안 했어.
그냥 던졌어.
그: …던지는 건 반칙이지.
(받아버렸잖아.)
나: 받았어?
그: 모르겠는데,
이미 손에 있어.
(이게 뭐지. 고백은 아닌데 설렌다.)
나: 나 말할게 있어. 너한테. 말할게.
그: 이 타이밍에?
(잠깐만, 마음의 안전벨트 어디.)
나: 나는 설명 안 되는 상태가 좋아.
그: 그걸 왜 나한테 고백해.
(아… 이거 나한테 하는 말이네.)
나: 설명하려는 얼굴이 귀여울거 같아서.
그: …너 진짜 위험하다.
(이건 고백이 아니라 구조 공격이야.)
나: 알아.
그래서 고백 좋아해.
그: 고백으로 장난치는 것도?
(설마 나 상대로?)
나: 응.
특히,
이미 기울어졌는데
아직 말 안 된 사람한테.
그: ……
(말 안 되는 침묵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나: 지금-여기네.
그: 앗.... 이런..
(도망 안 가고 있는 내가 제일 놀랍다.)
고백은
말을 꺼내는 게 아니라,
말이 생기기 직전에
같이 멈추는 거라는 걸
그날 우리는
조용히
알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