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맥주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좋아하는 것과 몸에서 받지 않는 것은 동시에 공존 가능한 일이다.

by stephanette

나는 맥주를 좋아한다.

편의점이나 마트의 맥주 코너에서

처음 보는 맥주를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지금은 생산되지 않는 타바론 크림슨 선셋이나

IPA, 페일 에일류를 좋아한다.

노블 홉 계열도 가끔 마신다.

브루어리에 방문하는 것도 즐겼었다.

새로 나온 맥주를 한 캔 사와 마시는 일 역시 좋았다.


그러나 맥주가 몸에 맞지는 않는다.

몸이 차가워지거나

어김없이

하루 이틀 고생을 하게 된다.


홉의 향을 좋아한다.

쌉싸름하면서도 점막 전체로 풍겨나가는 향

그래서 목 넘김을 배우고

맥주잔을 수집하고

냉동실에 차갑게 만드는 법을 알게 되었다.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

조금씩 남는 여유시간들을 맥주를 알아가면서

찾아가고 배워가면서

그럼에도 내 장기와 신경계는 그걸 오래 반기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나지 않는 말을 하고

기억나지 않는 글을 쓰고

기억나지 않는 행동을 하면서

어느 순간

툭.

내려놓았다.


나는 맥주를 좋아한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서 알아가는 것이 좋다.

그 향이 점막 가득 번져나가는 것이 좋다.


이건 맥주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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