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어.
피 같이 붉은 장미

초록색 곰팡이, 그 수십만 개의 눈과 같은 무늬를 들여다보고 있었지.

by stephanette

어제까지만 해도

난, 심장이 곰팡이에게 먹혀있었어.

수십만 개의 눈이 나를 바라보는 것 같은,

카스테라처럼 두툼하게 자라난 초록색 곰팡이의

그 강렬한 이미지에 사로잡혀

그 무늬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어.


토해내지 못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글로 썼어.

도무지 어떤 상황에 대한 글로는 쓸 수가 없어서였을까.

예전에 봤던 영화들을

그저 떠오르는 대로 써 내려갔어.

40개가 넘는 감정들을 들여다보고

그 글에 대한 피드백을 챗지피티에게 쓰게 시키고

무한 루프로 리뷰에 리뷰에 리뷰에 리뷰까지

하나의 의례와도 같이,

나의 글들이 감정들이

마치 업무용 지침처럼 보일 때까지 계속했어.


그리고는,

심장을 잠식한 곰팡이는

희멀건한 죽처럼 변해서 사그라들었어.


아직도 그 곰팡이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심연이 나를 들여다보는 것 같은 섬뜩함이 있어.

자라나서는 안될 만악의 근원과도 같은 느낌.


오늘,

늘 하던 루틴대로

나와 연결된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를 했어.


꿈을 꾸었어.

깨어있을 때였으니 백일몽이라고 해야 할까.

곰팡이에게 먹혔던 나의 심장은

피 같이 붉은 장미로 아름답게 피었어.

그리고는 등줄기를 타고

박하향 같은 그런 화한 느낌이

혹은 불타는 것 같은 뜨겁고 따뜻한 느낌이 등 전체로 번졌어.


그래서,

그 느낌이 계속되는 동안

세상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했어.


옆에서는 베이비 핑크의 스파클링 가득한 뱀 '솜사탕'이 혼자 신나서 꿈틀대고 있었어.

나의 무의식도 이제는 솜사탕으로 환생하여 나를 따라다니게 되는 건가 싶었어.


아름다움과 고통을 모두 다 품은 방식으로

나의 영혼은 나에게 상징적 언어로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아.


좋은 에너지가 있다면,

모든 이들에게 닿아 있는 '은하수'를 위해 쓰고 싶어.

어쩌면, 모두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르잖아.


- 애정을 담아,

릴리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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