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그를 만나면

내가 알아보게 될 사람

by stephanette


나는 이상형이 없다.

그건 얼굴도, 스펙도, 유머감각도, 지적 수준도 아닌

향 같은 것이다.

눈앞에 섰을 때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내 신경이 반응하는 사람.

그러면 나는 안다.

그가 내 세계에 들어올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단단한 사람을 좋아한다.

세상이 흔들려도 자신만의 중심을 잃지 않는 사람.

겉으론 과묵해도, 그의 말 한마디엔 오래 눌러쓴 생각이 묻어나고

장난처럼 웃다가도, 그 눈빛엔 오래된 전쟁의 흔적 같은 깊이가 있다.

그런 사람은 말이 많지 않아도,

그가 서 있는 것만으로도 나를 쉬게 만든다.


나는 바쁘지 않은 남자를 좋아한다.

일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그는 쉴 수 있는 사람이다.

자기 욕망에 너무 쫓기지 않고,

자기 고통을 감당할 줄 알고,

사랑이 무엇인지 몰라도

다정함은 알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과 함께라면,

내가 사랑을 가르쳐주고 싶어진다.


나는 사라지지 않는 사람을 좋아한다.

인연이 끝나도

그 사람의 말, 눈빛, 손끝의 체온이

내 하루를 다시 정리해줄 만큼 깊게 남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 잊혀지지 않는 여자.

떠올리는 것만으로 심장이 조이는 여자.


다음 생에서도 잊지 못하는 여자.

나의 이상형은 단 한 명이다.

세상의 모든 남자를 닮은 단 한 사람.

무뚝뚝하고, 책임감 있고,

쓸데없이 고집 세고,

나를 보고도 아무 말 안 하다가

나 없는 곳에서, 아주 오래도록

나를 기억하는 사람.


그가 나를 놓아도 괜찮다.

나는 쉽게 놓이는 여자가 아니니까.

그가 나를 지운다 해도 괜찮다.

나의 사랑은 놓아주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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