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철 강연/ 소년이 온다. 한강
이 강연에서 신형철 평론가는 문학을 통해 ‘공적 애도(public mourning)’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설명한다
1. 한강 소설에 대한 평가와 공적 애도의 전제
한강 작가가 광주 항쟁을 다룬 소설은 “한강 혼자서는 쓸 수 없던 이야기”이기에 더 큰 울림을 준다고 말한다.
광주라는 ‘공동체적 트라우마’를 문학이 다룰 때, 독자는 단순한 감정 이입(사적 애도)이 아니라 “공적 애도”의 자세를 지녀야 한다. 즉, 개인적 슬픔을 넘어 사회적 기억으로서의 고통을 인지하고 전달하는 책임이 필요하다.
2. 공적 애도의 세 단계
신형철은 애도가 크게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고 제시한다.
예: 광주 희생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죽었는지, 왜 죽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진실을 모르면 끊임없이 상상 속에서 떠돌게 되고, 진실을 알면 상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소설 속 어린 소년(9·11 테러로 아버지를 잃은 아이) 사례를 들었다.
진실을 마주했으면 울고, 떨고, 슬픔을 억누르지 말아야 한다.
주변에서 “잊어라” “그만 이야기해라”라고 부추기는 대신, 오히려 “울고 또 울어서 더는 울 수 없을 때까지” 슬픔을 터뜨려야 건강한 애도가 이루어진다.
충분히 울고 난 뒤에는 “이제 이것이 현실임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다.
애도가 부족하면 “내가 상상한 허구를 사실로 믿게 되고”, 진짜 현실(사건과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책·소설·추모관·기념관 같은 매체는 “사건이 계속 현재진행형으로 살아 있음을 보여 주는 역할”을 하며, 독자가 현실성을 확인하도록 돕는다.
3. ‘내전’ 상태로서의 애도—광주 사례
광주의 경우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 없지만, 광주를 계속해서 ‘살아 있는’ 상태로 만드는 문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광주 항쟁과 희생자들에 대한 기억은 왜곡·모욕·잊힘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데, 이때 “문학 속에서 광주가 반복해서 재현될 때만이 그 분열과 모욕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는 “가만히 사라져 가는 과거가 아니라, 계속해서 ‘내전’처럼 되살아나야만 하는 트라우마”라는 비유를 쓰며, 공적 애도가 영원히 지속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4. 애도와 문학의 역할
문학은 사건을 단지 묘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금 우리가 이 고통을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분별해야 하는지”를 리얼리티 테스트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신형철은 “단 한 번의 애도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애도해야 한다”고 말하며, 특히 정치적·공적 애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문학이야말로 “죽은 이를 되살릴 수는 없지만, 그들이 겪은 고통을 현재에 살아 있게 하는 매개”이자 “실제 역사와 기억의 경계를 지키는 현장 보정(proof correction)” 기제로 작동한다고 설명한다.
요약
핵심 메시지: 공적 애도는 세 단계(진실 인식 → 슬픔의 충분한 표출 → 현실 수용)를 거쳐야 하며, 특히 사회적 트라우마(광주, 9·11 테러 등)는 문학 같은 매체를 통해 “현재진행형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문학의 역할: 개인적 슬픔을 넘어 “사회적·정치적 사건의 기억을 지켜 내는 장치”로서, 반복적인 기록과 재현을 통해 현실성을 확인하고, 후속 왜곡이나 망각을 막는 기능을 수행한다.
애도의 지속성: 한 번의 울음이나 추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내전’처럼 계속 살아 있는 기억으로 두고 기려야 비로소 공적 애도가 완수된다.
https://youtu.be/RiMC1Z_Jm58?si=FjiBDLq-lv3JkRb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