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의 협소한 공간을 찾아 숨었지요.”

-꿈은 퍼즐 같지만 (7)

by 스테파노


‘도망치다, 숨는다’라는 자기 세계를 지키려고



며칠 후 박사는 “그 내담자 여성은 지난번 또래 친구들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등 왕따 꿈을 꾼 이후에 다른 꿈을 꾼 사례는 없던가요?”라고 김 연구원에게 물었다.


김 연구원은 “있었어요. 지난번 폭행을 당하는 꿈을 꾼 후 3개월쯤 지났나? 상담 시작한 지는 약 1개월도 채 안 된 시점에서 그 여성은 꿈을 꾸었지요.


그 여성은 사나운 깡패 같은 또래의 사람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건물로 들어가는 꿈을 꾸었지요. 그러다 지하실의 협소한 공간을 찾아 숨었지요. 컴컴하고 사면이 막힌 좁은 공간이어서 무섭기도 했으나 한편으로는 사나운 얘들이 무서워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딜레마 상태에 빠졌지요. 그 순간 꿈을 깼고요.”라고 말했다.


박사는 “그때의 꿈에 관해서 그 여성은 어떤 느낌을 받았다고 하나요?”라고 물었다.


김 연구원은 “몹시도 무섭고 두려웠다고 말했지요. 특히 어두컴컴한 지하실의 협소한 구석에서 숨어 있기가 매우 두려웠다고 말했지요. 폐소 공포증같이. 제 느낌으로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지하실의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벗어나긴 해야겠고, 진퇴가 꽉 막힌 상태였어요.”라고 말한다.


박사는 “그랬군요, 김 연구원이 말한 ‘발버둥 치는 모습’인데 지난번 꿈보다 한 발짝 발전했군요.”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다소 의아해하며 “제가 보기에는 지난번 꿈과 변한 것이 없이 그대로 인 것 같은데 발전한 것이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


박사는 “처음 꿈은 깡패 같은 친구들에게 아무런 저항 없이 그냥 폭행당하는 꿈이었지요. 그런데 이번의 꿈은 깡패 같은 친구들로부터 도망쳤다는 사실과 지하실에 숨었다는 사실이 발전한 것이지요.

꿈 분석할 때는 미묘한 차이라도 차이점을 발견하려고 애쓰는 것이 필요하지요.


도망쳤다는 사실은 자기 세계가 훨씬 중요해서 그것을 지키겠다고 행동으로 보여 준 것이지요. 지하실에 숨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로 자기 세계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고요.


그때의 행동은 적극성을 나타낸 것으로 아주 의미 있는 진전이지요. 아무런 저항도 없이 그냥 폭행당하는 것은 무기력한 모습이지요. 도망치다, 숨었다는 것은 무기력한 모습에서 벗어나 나름의 적극성을 보여 준 것이고요. 자기 세계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고요.”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박사님 말씀을 들으니 무기력한 모습에서 적극성을 발휘하여 자기 세계를 지키겠다는 엄청난 차이가 있군요.”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알아차림(awareness)을 ‘느낌상 이전에는 피하려고 했던 것을 이제는 반대로 조금 더 접촉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요. 이 차이를 알겠나요?”라고 묻는다.


김 연구원은 “피하는 것과 접촉하는 것으로 방향이 다르지요.”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맞습니다, 이 말은 단순한 것 같지만 부정적 방향을 긍정적 방향으로 180도 바꾼 엄청난 변화이지요. 그 여성 내담자의 경우 상담을 받으면서 자기 세계를 지켜야 하겠다는 의식이 차올라 알아차림을 얻었지요. 그래서 무기력한 모습의 부정적 방향과 180도 다른 긍정적 방향으로 도망치겠다, 숨겠다는 내용으로 꿈을 꾼 것이지요.


아마도 상담받기 전에는 무기력한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났을 겁니다. 상담이 진행되면서 무기력한 모습을 조금씩 털어버리는 발전을 보인 것이죠. 뭐랄까, 나만의 골방에 갇혀 있던 모습에서 골 방문을 빠끔히 열고 ‘숨을 쉬어 볼까?’라는 단계까지 발전한 것이랄까?


아무튼 아직도 골 방문을 박차고 나갈 만한 자기 세계는 발전하지 않았지요. 상담이 더 진행되어야겠지요. 무의식 세계가 보여주는 꿈은 이처럼 마음의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지요. 그래서 꿈은 마음의 거울이라고 말들 하지요.”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그렇군요. 그 여성의 경우 맨날 싫증을 내고 또 자주 포기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에 치우쳐 있었어요. 이러한 무기력한 모습을 없애주는데 상담을 진행했는데 이제는 상담 방향도 서서히 다른 쪽으로 이루어져야겠군요. 상담의 효과를 긍정적으로 말해 주셔서 힘이 솟는데요.”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그 여성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도망쳤으나 역시 컴컴하고 협소한 지하실에 숨어 무서움에 떨고 있지요. 아직도 그 왕따 사건이 계속 무의식의 세계를 어지럽히고 있지요. 김 연구원이 생각하기에 불안이나 두려움에 대해서 심리상담 처방으로는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요?”라고 묻는다.


김 연구원은 “사람에 관한 믿음이 깨진 데에서 나타난 불안이니 새로운 사람과의 사귐에서 믿음이 깨진 것을 회복할 수 있다면 그것이 대안이 아닐까요?”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김 연구원도 남편의 외도로 인한 배신의 후유증을 새로운 남성을 만나서 그 사람을 통해 훌훌 털어내는 길이 빠른 길이라고 생각해본다.


박사는 “그렇지요, 기존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신뢰가 떨어졌으니 잘해보라고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도 단기에 좋아질 가능성은 없을 테니까요. 새로 맺는 사람과의 사귐에서 믿음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하면 그것을 계기로 차차 굳은 마음이 풀리기를 기대해야겠지요. 아마도 그 내담자 여성은 사람에 관한 믿음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끊임없이 찾고 있을 겁니다.”라고 대답한다.


김 연구원은 “그 여성은 또래 여성들을 믿지를 못하지요, 그래서 또래 여성들과는 ‘사귀기 어렵다’라는 이유로 직장을 계속 옮겼지요. 그 내담자 여성은 사귀기가 어렵다는 이유를 대지만 사실은 모든 또래 여성은 믿지 못하니 아예 처음부터 사귈 마음조차 가지기를 꺼리는 것 같아요.


또 그동안 새로운 남자 친구들도 거의 끊이지 않고 만나는데요. 그 여성이 헤픈 것이 아니라 살겠다는 절실한 마음에서 그런 것 같아요. 박사님이 말씀하신 대로 남자 친구들에게서 믿음성을 줄기차게 찾고 또 확인하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박사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살겠다는 절실한 마음에서 남자 친구를 만난다! 그렇지요, 사람과의 사귐을 통해서 과거의 고통을 딛고 일어서야지요. 사람들은 과거의 고통을 씻어내려고 수면제, 신경 안정제 등 쓰디쓴 약만을 털어 넣고 있지요. 과거의 고통을 잊으려고 애쓰는 것보다 새로운 희망 등 유익한 관심으로 마음을 자꾸 채워야 하지요.”라고 말한다.


박사와 김 연구원은 고객을 만나기 위해 토의를 멈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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