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꿈 해석 이야기(8)
고객(0 태호, 가명, 남, 36세)의 꿈 내용
❲꿈속에서 나는 길을 가고 있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수군거리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나에게 이 길을 가면 곧 막다른 끝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거기서 반드시 멈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 길은 그런 곳이니 지금 당장에 가던 길을 멈추고 다른 길을 택하라고 말했다.
나는 ‘이 길을 가야겠다’라고 이미 결정했으니 자존심상으로도 반드시 이 길을 가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나에게 무서운 전염병에 걸려서 집단으로 모여 사는 사람들이 있는 곳을 지나가니 뚫고 갈 용기가 없으면 가지 말라고 말했다. 나는 그 길을 가다가 무서운 전염병에 옮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다가 꿈에서 깨어났다.)
질문한 몇 가지 사항들
박사는 “꿈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이 꿈을 꾼 후 어떤 기분 또는 생각이 들었나요?”라고 묻는다.
태호 씨는 “기분이 완전히 잡쳤다는 생각, 하여튼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요. 꿈에서도 내가 잘되는 꼴을 보기 싫어서 나의 앞길을 방해하나, 이런 생각을 했지요.”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그러셨군요. 기분이 좋지 않았군요. 그런데 종전에 ‘꿈에서도 잘되는 꼴을 보기 싫은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현실에서 누군가가 잘되는 꼴은 방해하나요?”라고 묻는다.
태호 씨는 “팀원들이 방해하지요. (한숨을 쉬며 혼자 말을 하듯이) 에이! 팀원들이 잘 좀 따라 하면 좋을 텐데, 그것이 뭐 그렇게 힘들다고…. 사실은 제가 화장품 회사에서 신규 개발사업 팀장인데요. 아래 팀원들은 전부 여성들이고.
화장품의 신규 품목을 창안해서 윗사람에게 보여주고 상품화를 하는 데 영 실적이 좋지 않았지요. 윗사람은 하루가 멀게 닦달하고 신규 화장품 개발은 시원찮고. 그러다 보니 나는 강압적으로 실적을 밀어붙이고 팀 분위기는 엉망이 되고.”라고 시무룩한 기분으로 말한다.
박사는 “그렇군요. 상품화를 위해 신규 품목을 개발해야 하는데 이것이 팀장 마음대로 안 되는군요. 그래서 부득이 강압적으로 실적을 달성하려 했군요.
그런데 강압적으로 실적을 달성하려면 팀원들의 의사에 반하게 하셨을 텐데 그 내용을 자세히 설명할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
태호 씨는 “팀원들의 뜻과는 항상 어긋났지요. 어디 요새 젊은 직원들과 일하기가 쉬운 가요? 그렇다고 팀원들의 의사를 일일이 반영할 수도 없고, 이를 무시하고 내 방식대로 일할 수밖에 없지요.”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팀원들의 의사에 반한 강압적인 내용을 구체적으로 듣고 싶었다. 그러나 태호 씨는 자꾸 핵심 내용을 얼버무리고 있다. 자세히 밝히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박사는 꿈의 핵심 줄거리를 ‘막다른 길’에 있음을 알아차리고 이번엔 우회해서 질문하였다.
박사는 “그렇군요. 태호 씨의 처지에서는 자유롭기를 원하는 팀원들의 의사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겠군요. 그런데 팀원들은 어떤 식으로 일하기를 원하는가요?”라고 팀원들의 처지에 관해 묻는다.
태호 씨는 “팀원들은 화장품 신규 품목 사업화는 창의력이 핵심인데 현재의 뒷받침 등으로는 톡톡 튀는 창의적인 새 품목을 만들 수 없다고 버티지요.”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그렇군요. 팀원들은 현재의 재원으로는 눈에 확 들어올 수 있는 신규 화장품을 개발할 수 없다고 버티는군요. 그런데 팀장으로서 태호 씨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나요?”라고 묻는다.
태호 씨는 “우수한 인력, 풍부한 예산이 뒷받침되면 금상첨화이겠지요. 어디 조직이라는 게 그렇나요? 재원이 부족한 가운데서 열심히 일해 성과를 내야지요. 그럴 때 우수한 팀이라고 인정되면 위에서도 재원을 뒷받침하는 거고.”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그렇군요. 팀장님 말씀과 팀원들의 의견은 평행선을 달리는 것 같군요. 팀장님은 중간에 접점을 마련하여 모두를 좋게 할 방법이 있나 생각해본 적은 없으신가요?”라고 묻는다.
태호 씨는 “접점이 있으려면 어느 한쪽이 수그리고 들어가야 하는데 팀원들은 절대로 굽히지 않지요. 팀장은 그럴 때 관리하라고 세워 놓았고요. 또 윗사람은 조직 기강을 중시하는 분이라서 조직이 지는 일은 없지요. 어차피 팀원들이 수그려야 일은 풀리지요.”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김 연구원에게 질문할 내용이 있으면 해 보라고 기회를 준다.
김 연구원은 “만약 태호 씨는 팀장으로서 여린 여성 팀원들에 대해 배려한다면 어떤 내용을 배려하실 의향이 있나요?”라고 묻는다.
태호 씨는 “(단호하게) 배려할 필요가 있나요? 여성 팀원들은 군대도 안 갔다 오고 그 시간을 화장품 개발업무에 몰두했지요. 일의 숙련도가 같은 나이의 남성들에 비교하면 훨씬 앞서지요. 또 신규 화장품 품목 개발업무는 여성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는 업무이고요.
일의 숙련도나 업무 열의, 관심도 등을 따지면 특별히 여성이라 배려를 할 필요가 없지요. 저같이 신규 화장품 개발업무를 잘 아는 남성 직원이 있으면 윗사람은 오히려 우대해주고 또 뽑을 의향도 있겠지만.”이라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그렇군요. 팀원들 전부가 여성이라 여성의 독특한 성향 등을 배려한다면 업무 성과도 나아질 것이 없는가 해서 질문했습니다. 객쩍은 질문이니 개의치 마세요.”라고 말한다.
꿈 해석
박사는 태호 씨에게 꿈 해석을 해준다.
박사는 “꿈에서 나오는 ‘막다른 길’은 태호 씨 생각으로는 어떠한 길이라고 보나요?”라고 묻는다.
태호 씨는 “막다른 길은 더 이상 갈 수 없는 길을 뜻하지 않나요?”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맞습니다. 더 이상 가서는 안 되는 길이지요. 그런데 가서는 안 되는 길을 왜 굳이 가려고 합니까?”라고 묻는다.
태호 씨는 “가서는 안 된다고 누가 그랬습니까? 막다른 길이라고 누가 그랬습니까? 막다른 길도 가 봐야 막다른 길인지 아닌지 알 수가 있는 것 아니에요? 가보지도 않고 막다른 길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잘못이지요.”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그렇군요. 막다른 길이라고 확실한 증거가 없는 한, 그 길은 갈 수 있군요. 확실한 증거가 있을 땐 막다른 길이라고 인정하실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
태호 씨는 “그렇다면 인정은 하겠지만. 길이란 게 누가 맨 처음 시도해서 길을 만든 것도 길인데 길은 창조해서 가야지요.”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그렇습니까? 저 깊은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와 그 길은 막다른 길이니 가지 말라고 꿈에서조차 말리는 데 기어이 가시려고 하는 이유는 혹시 자존심 때문은 아닐까요?”라고 묻는다.
태호 씨는 “자존심요? 자존심도 이유가 되지요. 얼마나 상처받은 자존심인데. 쓸데없는 자존심이라고 말들 하지만 자존심이 있기에 버틸 수가 있었는데 자존심은 좋은 거지요.”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자존심을 상처받으신 것 같은데, 혹시 여성으로부터 수치스러움을 받아 자존심을 상하지는 않으셨나요?”라고 묻는다.
태호 씨는 “어떻게 알았어요? 여성한테 수치스러움을 당한 것을?”이라고 묻는다.
박사는 “막다른 길은 다름 아닌 태호 씨의 수치심이 가는 길을 말하는 것입니다. 태호 씨는 여성에게 당했다고 수치스러움을 크게 생각하여 오늘까지도 이에 집착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태호 씨는 조직에서도 또 팀 운영할 때도 수치심을 받지 않은 양,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여성에게 더 세게, 더 모질게 하려고 합니다.
여성으로부터의 수치스러움을 당한 내용이 무엇인지 물어보지 않겠습니다. 수치심은 남들한테 알리고 싶지도 않고 나만이 끙끙거리면서 앓는 거니까요. 다시 말해 남의 집 정원에 예쁜 여자가 있더라도 애써 보려 하지 않고 지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 여자의 사생활을 보호해야 하니까요.
그러나 수치심은 되도록 작게, 짧게 가져가야 몸에 좋습니다. 만약 수치심이 공격적으로 방향을 잡으면 수치심을 안 받은 척, 척하는 삶을 살지요. 수치심을 안 받은 양, 여성에게 세게 모질게 마음을 쓰면 나중에 상대방은 반발이 심합니다.
막다른 길이라고 얘기한 그 길은 상대방 여성들이 견디다 못해 반발하여 난장판이 되는 길입니다. 난장판이 된 길을 갈 수 있습니까? 막다른 길을 정상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만약 태호 씨가 직접 나선다면 태호 씨는 어떻게 할까요?
태호 씨는 난장판을 만든 상대방 여성들의 대응보다 더 강하게, 더 모질게 대응하려고 하지요. 그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팀장의 할 일이라고 스스로 다짐하면서.
그 결과는 어떤 상태로 될까요? 양쪽 모두 상처만 입고, 얻는 것은 없는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그 길은 막다른 길이라고 가지 말라고 하는 것입니다. 수치심에 물든 사람은 나도 모르게 분노로 증오로 이어져 그때 가서는 수치심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태호 씨는 꿈이 알려 준 귀한 영적인 예감을 잊지 마세요. 또 태호 씨는 상처받은 자존심이기에 또 나를 버티게 하는 자존심이기에 꼭 붙잡고 끝까지 가려합니다.
그러나 자존심은 자신의 마음에 불쑥 나타난 악마의 유혹 같은 것입니다. 빨리 털어버리면 버릴수록 좋은 것입니다. 꿈에서 여러 사람이 당장 가던 길을 멈추고 다른 길을 택하라고 권하나 태호 씨 자존심은 이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자꾸 내가 가야만 한다는 그 길을 향해 가려고 합니다. 꼭, 반드시, 기필코 가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을 심하게 하면서 그 길을 가지요. 다시 말해 수치심을 안 받은 척, 척하는 삶을 계속해서 살려고 꼭 가야만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면서 그 길을 가지요.
그 길은 누가 뭐래도 막다른 길입니다. 막다른 길이라고 태호 씨 마음에서, 태호 씨 내면세계의 꿈에서, 현실에서 팀원들과 벌어지고 있는 일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제3 자 같은 저 같은 사람의 설명에서도 막다르다고 확실한 증거를 말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태호 씨는 “결국 수치심이 갈 곳은 난장판이 되는 막다른 지점이라는 얘기군요…, 이제 알겠습니다. 많은 것을 느끼고 또 배웁니다.”라고 짧게 시무룩해서 말한다.
박사는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은 용기를 시험하는 사람들이죠. 만약 진정한 용기가 있다면 무서워하지 않고 뚫고 지나가겠지요. 태호 씨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라고 묻는다.
태호 씨는 “저는 용기가 없습니다. 그저 알량한 자존심을 붙잡고 사는 사람입니다. 그마저 자존심을 버리라고 말씀하시니 뭐를 붙잡고 살아야 할지 앞이 막막합니다. 세상을 당당하게 살려면 어찌해야 할까요?”라고 묻는다.
박사는 “세상을 굽히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군요. 그 문제에 대답하기보다 프랭클(Frankl: 유대인으로서 나치가 만든 죽음의 수용소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후에 유명한 심리학자가 되었다.)이라는 유명한 학자가 말한 얘기를 가지고 생각해봅시다.
그 학자가 ‘무엇이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나?’라고 물었다면 태호 씨는 뭐라고 대답할까요?”라고 묻는다.
태호 씨는 “무엇이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 잘 모르겠네요, 철학자라면 답을 쉽게 말하겠지만.”이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정확하게 대답했습니다. 잘 모르겠다가 답입니다. 그 학자는 어려운 문제를 물어보아야 답이 안 나올 것을 알았습니다.
이번에 그 학자는 말을 바꾸어 ‘지금 겪고 있는 고통스러운 문제 즉 태호 씨가 겪는 팀원들과의 갈등상태 같은 문제에서 어떤 의미를 찾으시겠습니까?’라고 물을 때 태호 씨는 뭐라고 대답하겠습니까?”라고 묻는다.
태호 씨는 “지금 겪고 있는 팀원들과 갈등 상황을 고통스러운 문제라고 했을 때 여기에서 무슨 의미를 찾겠는가 답을 해보라는 말씀이죠?”라고 묻는다.
박사는 “네,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한다.
태호 씨는 “팀원들과 갈등 상황에서 의미를 찾는다면…? 자존심을 앞세우다가 결국에는 힘들게 될 것이다, 수치심에 크게 집착하지 말고 작게 생각하라 이런 것들이 아닐까요?”라고 대답한다.
박사는 “그렇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사항들은 태호 씨가 겪은 고통스러운 문제에서 깨달아 느낀 점입니다. 프랭클이라는 학자는 고통스러운 문제가 주는 답을 그가 죽는 날까지 붙잡고 살았습니다. 그는 죽음의 수용소를 어찌어찌 살아서 나와 그때 겪었던 시련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찾으려고 애썼지요.
프랭클 학자는 그때 겪었던 죽음을 넘나드는 시련을 통해 느낀 것은 ‘신 이외는 아무것도 두려울 대상은 없다’라는 점을 깨달았지요. 고통을 같이 겪던 사람들이 죽어 없어지는 지옥 같은 수용소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면서 그는 두려워할 대상은 없다는 강한 도전정신을 얻었습니다. 이런 도전정신으로 세상을 당당하게 그리고 떳떳하게 살았지요.
태호 씨가 세상을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려면 태호 씨가 겪은 시련을 통해 얻는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 그것을 고민하셔서 나만의 의미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수치심은 짧게, 작게 가져라, 자존심은 자기 안으로 스며든 악마의 유혹이니 과감히 버려라.’ 등 나름대로 의미를 찾아야 하지요. 프랭클 학자가 신 이외는 두려울 대상이 없는 강한 도전정신을 찾았듯이”라고 말한다.
태호 씨는 “고통스러운 문제가 주는 나만의 의미를 찾아 이것을 지표로 삼아 세상을 살아야 한다! 네, 알았습니다.”라고 말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