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짱 Mar 07. 2024

저희 어머니는 제가 회사를 그만둔 걸 모르십니다

퇴사 2년이 다 되어가는데 퇴사를 비밀로 하고 있습니다.

저는 22년 3월에 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왔습니다. 당시 어머니에게는 회사에서 다시 고향으로 발령을 받게 되어서 내려가게 되었다고 말씀드렸죠. 20년 처음 서울 본사 마케팅으로 발령받았을 때, 어머니께서는 이제 본인 자식이 본사로 가게 되었다, 앞으로 임원까지 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셨었습니다. 


그리고 그 희망을 함부로 꺾지 못해 퇴사를 비밀로 하고 벌써 2년이 다 되어 가고 있습니다.


비록 한 시간 거리에 살고 있지만 저희 집에 잘 오시지 않기 때문에 재택근무로 세팅되어 있는 제 방을 보실 일이 없었고, 주말에만 어머니 댁에서 만났기 때문에 일을 그만두었다는 걸 아실 길이 없으셨습니다.


하지만 역시 부모님의 촉은 무시하지 못하는 걸까요?


작년 중순, 사촌 동생 결혼식이 있어 부산역에서 이른 아침에 만나 커피를 한 잔 하는데, 어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OO야, 지금 회사 다니고 있는 거 맞제? 왜 나는 니가 일을 그만둔 것 같은 기분이 자꾸 드노



순간 멈칫했지만, 무슨 소리 하시는 거냐며 자연스럽게 그 순간을 넘겼습니다. 역시 부모님의 촉은 무서운 것 같습니다..


언제쯤 당당하게 이 사실을 말씀드릴지 아직 고민 중입니다. 지난주 어머니와 식사를 하며 "사업"이야기를 잠시 꺼내니, 


그래, 언젠간 니 사업을 해야지. 한 60세 이후에 하면 안 되겠나


라고 하시네요.. 그렇게 저는 또 저의 퇴사 사실을 꺼내는 걸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잘 되면, 그때 당당히 말씀드리지 않을까 하네요. 그 시기가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너무 늦지 않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신 자식이 이제 당당히 사회에서 자립해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이죠..


어쩌면 어머니는 이미 모든 걸 다 알고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래도 모르는 척, 아들이 먼저 말해주길 기다리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우선은 저도 그 시기를 다소 늦춰보려 합니다.




그런데요 어머니..


60세 이후에 사업을 시작하려면 너무 늦을 것 같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