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흑역사 1편에 이어서 2편을 작성해보고자 합니다.
흑역사 1편 회사에서 팀장에게 소리치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https://brunch.co.kr/@stepup/20
마케팅 직에 있을 때 일입니다. 역시 주말 행사를 앞두고 전날까지 팀장(참고로 1편 팀장과 다른 사람입니다)님을 비롯한 팀원들이 함께 원활한 행사 준비를 위해 늦게까지 모여서 회의를 하였고, 드디어 행사 당일이 되었습니다.
행사 시작은 5시부터여서 오후 1시부터 모여서 저희는 리허설을 시작했었습니다.
특히 당일은 새로운 포맷의 이벤트를 진행예정이어서 어제 밤늦게까지 스크립트도 짜고 시간도 체크하면서 팀장님의 오케이 사인을 미리 받았었습니다. 물론 회의 장소에 팀장님도 있었고요.
그런데 막상 리허설을 시작하고, 써드파티인 에이전시와 함께 예정된 스크립트대로 리허설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팀장이 소리를 쳤습니다.
그걸 그렇게 준비하면 어떡해!
으잉? 순간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저를 쳐다보았고 저는 순간 당황했습니다. 아니, 어제까지 팀장도 오케이 했던 내용 그대로 이 자리에서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에게 소리를 치니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내가 잘못했다고 알고 있을 테고, 억울한 마음에 우선 대답을 했습니다.
이거 준비한 대로 하는 건데요
하지만 팀장은 기억을 못 하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일부러 그러는 건지 다시 소리쳤습니다.
그렇게 하면 시간이 너무 오버되잖아!
아니.. XX..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이렇게 하자고 다 협의를 해놓고 이제 와서 나에게 이러니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대꾸해 봐야 소용이 없을 것 같아 그냥 수정하겠다고 대답하고 단상에서 내려와 혼자서 씩씩 거리며 스크립트를 다시 수정했습니다.
너무너무 억울했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쪽팔린 것 같아 수치심도 느꼈습니다. 그 뒤로 팀장이 사과라도 할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전혀 없었고 그냥 저 혼자 잘못 준비한 것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당시에 왜 제대로 대꾸를 하지 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거 어제 팀장님하고 다 논의 끝낸 거라고, 내가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당시의 저는 모든 것에 주눅 들어 있었고 팀장에게 뭔가 대꾸한다는 걸 상상도 못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생각해 보면 당시 상황이 떠올라 순간 부끄러워지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제 자신이 다소 가엾게도 느껴지네요.
이제라도 물어보고 싶습니다. 팀장님, 대체 그때 왜 그러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