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얻는 선물은 기대 이상일 것이라는 걸, 나는 확신한다.
어른의 운동이 멋져 보일 때가 있었다
세상을 잘 몰랐던 어느 때.
어쩌면 세상에 대한 희망과 꿈이 지금보다 더 많았던 그때였을까. 어른들의 운동이 그저 멋있어 보일 때가 있었다. 돈을 버는 자의 여유에서 오는 아우라라고나 할까.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Gym에서, 러닝머신 위를 가쁜 숨을 내쉬며 내달리는 사람들을 우러러보곤 했다. 물론, 미디어도 한 몫했었다. 돈 많은 실장님이 사랑으로 마음이 아플 때, 분노의 표정을 지으며 벽에 대고 스쿼시 공을 후려치며 포효하는 모습. 나도 언젠가 어른이 되어 힘이 들 땐, 꼭 저렇게 해보고자 했던 기억이 난다.
어른들의 운동은 멋이 아닌
생존을 위함이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쉬이 어른이 된다.
되고 싶지 않아도, 사회에선 그저 어린 사람으로 남아 있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직장생활을 포함한 사회생활(육아나 프리랜서, 사업 등도 물론 포함)에 발을 들여놓다 보면 몸은 안과 밖으로 망가지기 시작한다. 건강검진을 하고 나서는 비만, 폐활량 부족, 지방간 수치가 높다는 진단을 받곤 하는데 다들 놀라지 않는 눈치다. 사회생활을 하면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훈장 아닌 훈장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아, 그것은 어쩌면 어찌할 수 없는 자들의 고상한 체념일 것이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서야 깨닫는다.
어른들의 운동은 멋이 아닌 생존을 위한 것임을!
정신적 피곤함 그리고
운동이 주는 선물
운동이 우리 삶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각종 실험이나 논문, 그리고 방송 등에서 연일 그러한 이야기를 많이 보고 듣는다. 다시 말해,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는 것. 알지만 우리 어른들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사회생활 속에서 고군분투하느라 방전된 배터리처럼 온몸이 너덜너덜해져 집으로 돌아오니 당최 어쩔 도리가 없다.
사실, 몸도 피곤하지만 정신적 피로가 더 문제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몸이 뻐근한 것과, 머리와 정신이 뿌옇게 무거운 건 분명 다르다. 후자의 피곤함은 쉬어도 쉬어도 해소가 되지 않는다. 스트레스는 차곡차곡 쌓여, 그것이 굳어 마치 땅의 단층부가 된 것처럼 그 피로는 요지부동이다.
그나마 좋은 소식은 운동이 몸뿐만 아니라 정신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독일의 인간 인지와 뇌 과학을 위한 Max Planck 연구소는, 사람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동맥이 뻣뻣해지는 경화가 일어나는데 유산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대동맥 탄성이 더 좋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건강뿐 아니라 인지능력을 향상하고 노화를 늦추는 효과까지 준다고 덧붙였다. 너무나 당연하고 누구나 아는 결과 같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당장 뛰어나가지 못하는 상황에 있거나, 하고 싶지만 그럴 의지가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분명 운동에 대한 당위성을 전달해 주리라 믿는다.
나 또한 운동의 선물을 경험한 적이 있다.
직장 스트레스로 (담배와 술을 잘 안 하는 특성상) 과식과 폭식을 일삼아 20kg이 갑자기 쪘던 상황. 대리 초 즈음이었으며, 업무의 과중보다는 존재감에 대한 고민이 컸던 때였다. 먹고 또 먹었다. 쌓인 스트레스만큼, 마음 아픈 만큼 먹으려 했으니 그 끝은 없었다. 채우고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그 느낌은 우울함까지 불러왔다. 살은 찌고, 숨은 가쁘고, 얼굴은 굳고, 웃음은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자존감도 떨어지고, 사람들과 눈 마주치는 것이 두려웠던 또렷한 기억이 난다.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번뜩 들었다.
숨 쉬기가 힘들었다. 살고 싶다는 본능이 튀어나왔고, 또다시 본능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른 한 단어는 바로 '운동'이었다. 그것 말고는 다른 게 떠오르지 않았다. 스쿼시를 등록하고, 살고 싶은 의지만큼 운동했다. 석 달 만에 20kg을 빼고 건강을 되찾았다. 그런데 놀라운 건, 잃었던 것 이상으로 무언가를 되찾은 듯한 느낌이 들었었다. 몸의 건강, 자존감, 웃음과 자신감. 말로 표현하지 못하 그 어떤 긍정의 에너지와 일상의 소중함까지. 화장실에서 몰래 손가락으로 입을 찢어가며 웃는 연습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웃음이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왔다.
그래서 나는 스트레스로 머리가 아프고 마음이 힘들 때면 운동을 한다.
나가서 뛰거나, 아이들과 시간을 내어 축구를 한다. 점심시간엔 회사 앞 공원을 큰 둘레로 돌기도 하며, 정 시간이 없으면 퇴근할 때 전철역 네 정거장 전쯤에서 내려 걸어간다.
다시 살아난 그때의 기억이, 나로 하여금 운동을 하게 만들고 덜 흔들리게 한다.
어떤 것에 흔들려 넘어지는 건 몸이 먼저다. 몸이 쓰러지면 마음도 쓰러지는 것이다. "건강한 육체는 영혼의 사랑방이며, 아픈 몸은 그 감옥이다."란 말이 있다. 우리 마음과 정신은 육체에 고스란히 담겨 있고, 육체의 느낌과 고통 그리고 쾌락에 온전히 영향을 받는다. 가상의 세계나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의문 또는 '호접지몽'의 경지도 육체의 고통 앞에 맥을 못 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내공을 쌓는다.
사회생활을 하며 경험과 경력이 쌓이고, 육체적 성장은 멈췄더라도 정신적으로 성장을 이어 나간다. 그리고 그 내공과 정신적 성장을 뒷받침해주는 건 바로 몸의 건강이다. 그래서 어떤 것에도 쉽게 쓰러지지 않는 몸을 단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것 또한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가 없다. 지하철 한 정거장 전부터 내려 집에 가보거나, 점심시간에 잠시 산책을 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리고 얻는 선물은 기대 이상일 것이라는 걸, 나는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