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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r 10. 2020

글쓰기는 의식의 흐름이다.

흐르는 것엔 치유 능력이 있다.

글쓰기와 시간


글쓰기는 직선적 시간관을 따른다.

한 자, 한 자가 모여 단어를 만들고 단어는 문장을 이루며 문장은 문단으로 쌓인다. 문단과 문단이 모여 마침내 단락과 전체 글을 이루는데, 이는 시간의 흐름에 비례한다. 즉, 내가 글을 써나가면 써나갈수록 시간은 흐른다.


그러나, 글쓰기는 시간의 불가역적 성질을 거스를 줄 안다.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글이 완성되는 건 아니고, 썼던 글을 지울 수도 있다. 그리고 남겨진 글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며 읽는 사람의 마음을 건드린다. 과거에 쓴 글이라도 현재나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지금 쓰는 글이 과거의 기억을 왜곡할 수도 있다. 어쩐지 글쓰기 앞에선 시간도 속수무책이란 생각까지 든다. 때문에, 나는 가끔 글쓰기를 통해 통쾌함을 느낀다. 만날 시간에 당해만 왔으니, 그것을 거스를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시간과 의식


사실, 그러한 현상은 '의식'과 관련이 깊다.

'의식'은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이나 사물에 대해 인식하는 작용'을 말하는데, 의식을 통해 우리는 시간을 거스른다. 몸은 과거나 미래로 갈 수 없지만, 의식은 비교적 자유롭다. 과거를 회상하기도 하고, 현재를 인식하기도 하는데 관점에 따라 과거는 달리 해석되고 현재는 다양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힘들어 죽겠던 과거는 돌아보면 아름다울 때가 있고 마냥 빠르게 가던 시간도 현재의 내 상태에 따라 더디다고 느낄 수 있다.

미래도 마찬가지. '미래기억'이란 말도 있다. 선명하게 앞날을 그려낼수록 그것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론인데, 실제로 우리는 그러한 경험을 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우연의 일치든 아니든 간에, 시간을 거슬러 미래를 기억하고 확신을 갖는 것 모두에 '의식'이 관여한다.


즉, 의식은 언제 어디로라도 흐를 수 있는 것이다.


의식과 글쓰기,
흐르는 것엔 치유 능력이 있다.


그러니 결국, 글은 '의식'으로 쓰여진다고 말할 수 있다.

대개는 '문장력'이나 '어휘', 그리고 '지식'으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든다는 정서가 가득하다. 일견 맞는 말이다. 문장력이나 어휘를 닮고 싶은 작가가 많고, 지식의 풍부함이 넘쳐나 몇 장만 읽어도 내 부족한 머리가 채워지는 듯한 책들도 많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람들의 화려한 기술이나 겉모습보단 '의식'의 흐름을 본다. 즉, 그들의 '생각'의 파편들을 따라 조각을 맞추고, 그 흐름을 따라가는 것을 즐기려 노력한다.


나 또한 글을 쓸 땐, 문장력이나 어휘 그리고 지식으로 쓴다고 말할 수가 없다.

나에게 부족한 그것들은 소양에 소양을 거듭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나는 내 '의식'의 흐름을 따라 글을 쓰려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문장이 완성되고, 어휘가 늘며 지식이 활성화되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즉, 겉모습보단 내 '의식'을 찾고 쫓으려 노력하는데, 그것은 생활 전반적인 곳곳에서 발견된다. 배우고 느끼고, 깨달은 모든 것들이 의식화되고 그것이 글로 남겨지며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이다.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의 표현이 나오는 쾌감도 함께 느끼며. 그러니까 나는 문장과 어휘를 나열하거나 지식 자랑을 하는 게 아니라 내 의식을 흘려보내며, 그것을 써 내려간다고 말할 수 있다.


뭐든, 고여 있으면 좋지 않다.

고이고 고인 의식이나 생각은 흘려 내보내 줘야 좋다. 그래야 새로운 것들이 들어오고, 묵은 것은 빠지며 의식은 순환한다. 흐르는 것엔 치유 능력이 있다. 강이나 바다가 모든 것을 포용하고 정화할 수 있는 건 흐르고, 파도치며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런 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글쓰기는 아주 좋은 도구다. 글을 써 내려갈수록, 내 의식이 흐른다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막힌 것이 뚫리기도 하고, 모자란 것이 채워지기도 하는 느낌은 힘들어 지친 일상에서도 기어코 한 자 한 자를 쓰게 한다. 


한 마디로, 글쓰기는 내 의식의 흐름이자 치유의 과정인 것이다.




"글쓰기는 마법이다. 다른 창의적 예술 못지않게 생명수가 되어 준다.
이 생명수는 공짜다. 그러니 마셔라. 마시고 채워라."
- 스티븐 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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