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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r 22. 2020

일상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는 것들

반복되는 무언가가 있었기에, 우리 삶의 변주는 가능했던 것이다.

"우리, 잠깐이라도 걸을까?"


아이들은 벌써 옷을 챙겨 입는다.

알아서 마스크를 챙기는 모습이 대견하다. 알아서들 집에 있는 시대. 몸은 편하고 퍼져있는지 모르지만, 온 신경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곤두서 있다. 그리고 그 예민함은 바이러스의 매개체인 사람으로 향해 있다. 코로나를 닮은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 같지만, 실질적으론 사람에 대한 혐오와 씨름을 하고 있는 것이니까. 사실, 나는 바이러스보다 그게 더 무섭다. 언젠간 지나갈 일이라 해도 서로에 대한 혐오는 남을 것이기에. 점점 더 좁아지는 개인의 영역과 넘지 말아야 할 선. 삶의 방식에 불어올 변화의 바람은 반가운 것이 될지, 아니면 역풍이 될지 나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여러 가지 답답한 마음과 어지러운 생각.

결국, 잠시라도 걷자고 마음먹은 이유다.


매일 반복되었던 보통의 것


긴 천(川)을 따라 나란한 산책길을 걸으면 기분이 좋다.

'진작 나올걸' 생각하지만, 생각의 복잡함과 몸의 게으름을 깨기란 쉽지 않다. 따스한 햇살과 살랑이는 바람은 작금의 어수선함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는 걸 증명하듯이. 사람들도 꽤 많이 보인다. 마스크를 쓰고 운동을 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단체로 모이던 요소요소의 행사장은 폐쇄되었다. 일상의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


마스크를 쓰니 산소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평소엔 걱정하지 않던 일인데, 마스크란 일상이 찾아오니 아무렇지 않던 일상이 떠오른다. 그 누가 화장지를 사재기할 것이라 생각했을까. 우리나라 이야기는 아니지만, 만약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불안함이 창궐했더라면 그것은 우리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산소. 화장지. 나들이. 사람들과의 만남.

모두 어려운 게 아닌 것들이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들.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것들. 말 그대로 '일상'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보통의 일. 보통이 보통이 아니게 될 때, 우리는 동요한다. 그렇다고 보통에 대한 예의나 감사함이 컸던 것도 아니다.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게 보통이고, 보통은 그렇게 대접받지 못하지만 우리 주위에 묵묵히 있는 것들이다.


떠나본 사람은 일상의 소중함을 안다.

그리고 일상을 떠나보면 그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우쳐 주는 것도 많다. 우리는 지금 잠시 일상을 떠나 있다. 그러니 보인다. 그 소중함이.


매일 반복되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반복되는 무언가가 있었기에, 우리 삶의 변주는 가능했던 것이다.


나는 우리가 지금의 어려움을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

일상의 소중함을 이미 다들 알아챈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건강함은 내가 아는 최고의 일상이니, 어서 빨리 최고의 일상으로 모두들 돌아갈 수 있기를!

아이들과 잠시 걷는 동안, 복잡했던 생각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변하고 있었다.




'견디는 힘' (견디기는 역동적인 나의 선택!)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려지지 않은 네덜란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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