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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Feb 21. 2016

출근길 단상

그저 감사한. 그저 겸허한. 그저 평안한.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출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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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말은 상대적이다.

무엇을 가졌는지,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경험하고 받아들이고 기억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출근길도 그렇다.

누군가엔 그토록 지겨운 '일상의 저주'일 수도.

누군가엔 그토록 가져보고 싶은 '일생의 소원'일 수도 있다.


어떠한 마음 가짐이냐에 따라 출근길의 의미는 이토록 달라진다.


"생에 최고로 아름다운 출근길을 매일 맞이하며"


나는 내 출근길을 소개하고 싶다. 

집에서 사무실까지, 거리는 정확히 7.5km 시간은 약 10분 소요되는, 여기에서는 한없이 평범한 길이다. 


헌데 아름답다. 정말이지 아름답고. 

아름답다 못해 탄성을 자아낸다.


그래서  출근길에 차를 세우고 눈으로 한 번, 마음으로 한 번, 사진으로 한 번 담은 적이 여러 번이다.



자랑이 목적이 아니다.

감사함에 대한 단서이며, 왜 그토록 감사하고 경탄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 화려하진 않지만 사람을 겸허하게.

그리고 자연과 하나 되게. 또 내가 추구하는 아름다운 그림 속에 나를 있게 해 주는.

매일 지나도 새롭게 감동한다는 건, 망각의 결과가 아닌 감동에 감동을 더하는 마음의 작용이다.


이제 그 출근길을 오가는지 2년이 지났고, 이제 앞으로 몇 년이 그리고 몇 번이 남았는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서울에서 오가던 전철이나 통근버스의 그것과는 다르긴 다르다는 것.


그렇다고 서울에서의 출근길을 폄하하고 싶진 않다.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출근길이 정의된다고 한다면, 서울에서의 출근길은 힘들었지만 부끄럼 없이 나에겐 매일 큰 의미였으니. 그리고 지금 여기서 내가 맞이하는 출근길에 대한 예찬이 곧 다른 곳에서의 그것에 대한 폄하를 의미하진 않는다. 그리고 의도조차 하지 않는다.


"초심과 겸허함, 그리고 평안함을 주는 그 길"


난 아직도 기억한다.

부임해서 몸과 마음이 그렇게도 힘들고 지쳤던 때를.


그러나 일에 대한 열정은 타오르고 타올랐었다.

당장 사무실로 가면 여러 가지 난제가 여기가 어디인지를 잊을 만큼 고통스럽게 했지만, 출근길은 나에게 위로가 되어 주었다.


멜론 100곡을 듣는 내가  뭔지 모를 죄책감에 사로잡혀, 내게는 어울리지도 않는 바흐의 클래식 음악을 듣게 된 것도 그즈음이다.


그리고 난  그때의 기분과 날씨, 스스로에게 했던 다짐과 약속들, 또 타오르고 타올랐던 열정에 대한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지난 2년간 같은 클래식 음악을 듣고 또 듣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은 뻔하다.


사실, 출근길에 이렇게 위로를 받고 평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독한 다짐으로 의미를 찾고 이겨 내던 서울의 출근길, 허나 이곳의 출근길은 나를 받아들이고 다른 다짐을 하게 된다. 가끔은 회사를 가고 싶지 않아도 '출근길'을 봐야 한다는 다짐으로 집을 나서기도 할 정도다.


성급한 본성을 버리지 못하고 천천히 달리는 앞차를 답답해하다가도, 아... 이건 주위를 한 번 더 보라는 의미구나... 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그럼  어김없이 출근길은 나를 감싸 안는다. 


그리고 말한다.

뭐가 그리 급하다고. 




행복에 찬, 허세에 찬 감상적 글 적기일 수 있다.

쓰다 보니 그렇게 된다. 하지만 내가 느낀 건 이게 아니다. 더 크다. 더 의미 있고 더 깊이 다가온 그 무엇이다.

다만, 내 글쓰기 실력이 표현을 못하고 중언부언하고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어떤 마음가짐이냐에 따라 출근길이 달라진다면.

나는 다시 한 번 더 겸손해지고 싶다.


여기 이곳이 내가 있어 마땅한 곳인지.

내 초심은 사라지진 않았는지.


오늘도 난 그렇게 출근길과 대화를 나누며 출근했다.

시간이 지나 다른 출근길을 가게 되더라도 너는 절대 잊지 않겠노라고.

언젠가 다른 곳에서의 출근길이 힘들게 느껴진다면 너를 생각하고 내 초심을 기억해내겠노라고.

이렇게 혼자 지껄이는 다짐들이 절대,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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