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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10. 2021

기분이 그저 그럴 땐 침대 위를 날아봐!

그저 가끔은 날개를 달아주란 이야기야.

마음속 침대 위로 점프해보는 것도 괜찮지.


오늘 기분이 어때?

세계 각국의 인사는 그날의 감정과 기분을 물어보곤 해.


대답도 이와 다르지 않아.

괜찮다, 안 괜찮다, 좋다, 나쁘다.


이렇게 우리는 알게 모르게 나와 너의 기분을 살피며 하루를 시작하고 또 하루를 마무리 해.


기분과 감정은 사실 무척이나 변덕스러워.

'Under the weather'란 표현은 이를 말해주는 찰떡과 같은 비유야.


어른이라는 페르소나를 쓰면 그 마음의 변덕은 더 심할 거야.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된 것들이 내 성숙함의 정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 달려오거든.


나는 아직 피터팬과 같고 내 주위엔 팅커벨이 있을 것 같은데.

마구 날아오는 현실이란 칼날은 막기도, 피하기도, 거부하기도 버겁지.


이럴 때.

몸은 컸다고 술을 들이켜거나 담배를 연달아 피워보지만.


잠시 잠깐 위로가 될지언정, 근본적인 아픔은 사라지지 않아.

모자란 듯 나는 어떻게든 어른이라는 탈을 뒤집어쓰고 살아야 하니까 말이지.


벗고 싶어도 벗겨지지 않는 그 가면은 그 누구의 것이 아니야.

벗겨지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

그 가면에 내 원형은 이미 끈적하게 붙어 있거든.


기분이 그저 그럴 땐 뭐든지 해봐.

술을 마시던, 담배를 피우던, 춤을 추던,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던.


어른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그러다 말이야.

그저 한 번은 침대를 향해 온 몸을 날려봐.


잠시 날 수 있다는 기분과.

떨어지는 나를 푹신하게 받아 줄 무언가가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면서.


마침내 내 몸을 받아낸 침대가 흔들리고, 미세한 무언가가 바람과 함께 흩날릴 때.


이미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사라져 있을 거야.

이미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가벼워져 있을 거야.


어른이라고 어설프게 풀던 방법들을 잠시 내려놓아.

때론, 유치한 게 더 효과가 있을 때가 있어.


몸은 컸지만, 여전히 우리 안엔 한 아이가 있거든.

그 아이 이름이 피터팬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어.


그저 가끔은 날개를 달아주란 이야기야.

누구나 마음 속에 포근한 침대 하나씩은 있잖아.


그 무엇보다 나를 위로해 줄.

잊고 있던 그 아이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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