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고 부지런한 사람이요.'란 그저 평범한 말을 들었는데, 어느새 내 두 눈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눈물이 흐르지 않길 바라며 나는 기대었던 소파에서 고개를 잽싸게 들어 올렸다. 하늘을 향해 있는 두 눈에서, (의도한 대로) 눈물이 뚝뚝 떨어지진 않았지만 눈물은 (의도하지 않은 대로) 두 눈의 끝을 따라 양 갈래로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아니, 이게 눈물 흘릴 일이야?
아무것도 아닌 단어를 몇 개 나열한 문장에?
어떤 말들은 너무나 평범해서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어떤 미사여구보다 더 강력해서, 그 말 그 자체로 감동이 된다. 슴슴한데도 맛있는 음식이 진정한 맛이듯, 늘 있는 일상이 그것을 벗어나 바라보면 감동이듯. 꾸미지 않은 직설적이면서도 1차원적인 말엔 무언가 거역할 수 없는 힘이 있다.
아들은 아빠의 인생을 들었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프로축구 심판을 하는 것과, 해야 하는 일을 위해 신문배달과 환경공무원을 병행하며 단 몇 시간밖에 자지 못하면서도..... 진심 어린 얼굴로 그는 행복하다 말했다. 왜 해맑은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일하고 또 고생하는가 싶다가도, 나는 해맑지도 못하면서 제 코가 석자임을 떠올리고는 마음을 가다듬다가 그러한 아빠는 어떤 사람이냐는 말에 방심한 내 마음은 아들의 '착하고 부지런한 사람이요'란 말에 무너지고 만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건 단순한 한 문장이 아니었다. 아들의 목소리는 떨렸고, 울먹이며 참는 눈물의 무게와 밀도가 느껴졌다. 거대한 물을 막아내고 있는 어린 아들의 눈물보는 끝내 열리지 않았지만, 열리지 않는 수문을 대신 연 시청자들이 한가득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나고.
우리 아이들에게 물었다.
아빠는 어떤 사람이야? 첫째의 대답. 목표한 게 있으면 이뤄 내는 사람이요. 둘째의 대답.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 그렇구나. 나는 그런 사람이구나. 우물쭈물하거나, 그리 좋지 않은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서, 그래서 나는 눈물보단 안도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