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 뜨거운 배려
네덜란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불편한 것보다는 편한 것들이 더 많다.
어디서든 영어가 통하는 것도 것도 그렇고, 드러나는 인종차별도 없다. 거리 곳곳은 깨끗하고, 양과 소가 풀을 뜯는 고즈넉한 풍경들은 심신을 안정시킨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불편한 것이 있는데, 화장실 인심이 매우 인색하다는 것이다. 부임 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이런 분위기를 잘 모르다가 아이들이 화장실이 급해 발을 동동 구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네덜란드 화장실 인심은 인색하다 못해 고약하다.
네덜란드 화장실은 거의 모두 유료라고 보면 마음이 편하다. 맥도널드 화장실도 돈을 내고 이용해야 한다. 대신 화장실은 매우 깨끗하다. 관리하는 사람이 상주하기 때문이다. 일을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로 들락날락하는 경우도 태반이다.
한 번은 아이들이 소변이 급하다고 하여 이곳저곳 상점에 들어가 화장실을 쓸 수 있냐고 물었더니 안된단다. 돈을 내겠다고 해도 거절받은 그 당시의 기억 때문에 아직도 작은 트라우마가 남아 있다. 해서 오히려 아이들에게 집을 나서거나,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갈 때는 항상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가르친다. 네덜란드를 좋아하지만, 어찌 항상 좋을 수 있을까. 네덜란드의 민낯을 보게 되는 순간이다. (참고 글: 네덜란드의 민낯)
암스테르담의 열린 화장실이 낯설다.
무료로 개방해주는 것도 그렇고, 보기만 해도 지저분해 보이는 것을 왜 이 관광 명소에 갖다 놓았을까? 일을 보는 사람이나,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은 생각 안 하는 걸까? 그것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암스테르담 올드타운 운하 길에 말이다. 홍등가와 Old Church가 있는 이 길엔 하루에도 수 만의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다. 자칫 서로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도 있는, 아무리 자유의 상징인 암스테르담이라지만 어쨌거나 그리 유쾌한 장면은 아닌 것이다.
아,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이것이 '배려'였다니.
하지만 그래도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역시나. 암스테르담 운하에서 소변을 보다가 물에 빠져 죽는 사람이 연간 15명을 오간다고 한다. 대부분이 남자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한 밤에 소변을 보려다 빠진 사람들 중 대부분은 알코올로 인한 혈압과 차가운 물의 영향으로 순간 온몸이 마비되어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되는 것이다. 암스테르담의 인색하다 못해 고약한 화장실 인심이 낳은 결과일 수도 있다. 물론, 노상방뇨를 하면 90유로라는 어마어마한 벌금을 물기도 하지만, 술에 취한 사람들에겐 90유로의 두려움보다는 당장 0.5~1유로를 내는 것이 더 성가신 일일 것이다.
네덜란드 화장실을 이용하는 몇 가지 Tip.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을 때, 보통 영어의 Toilet은 다 통하니 걱정 안 해도 된다. 여성분들은 버거킹이나 맥도널드, 괜찮아 보이는 음식점 등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물론, 유료다.
남자는 "Heren", 여성은 "Dames"이니 미리 참고하고 이용하는 것이 좋다. 물론, 아래와 같이 사람들의 '선입견'을 활용한 위트(?) 있는 구분법도 생각보다 많으니 당황하지 말고 잠시 침착할 필요도 있다.
참고로 문을 열 때 'Trekken'은 '당기세요', 'Duwen'은 '미세요'를 뜻한다.
[종합 정보]
[신간 안내] '무질서한 삶의 추세를 바꾸는, 생산자의 법칙'
[소통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