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여름은 그저 참, 좋다.
여름은 네덜란드에서 그렇게 기재개를 켰다.
그것도 활짝.
온 힘을 다하여.
그러자 사방이 찬란하고, 모든 것이 아름다운 풍경을 가지게 되었다.
혹여, 네덜란드의 황금기와 저가 닮은 것을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렇게 여름은 자신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가끔은 그 기세를 바탕으로 한 심술이 터져 나와,
찬란한 햇살을 허락하면서도
오락가락하는 빗줄기를 선사하기도 한다.
더욱더 심술궂을 땐,
언제 내가 햇살을 허락했냐라며
우박까지 흩어 뿌린다.
그것이,
결국 사람들에게 시원함을 선사하리라는 걸 모르는
그 토라짐이 마냥 귀엽다.
피서(避暑), 말 그대로 더위를 피할 거라면
네덜란드는 딱 좋은 곳이다.
햇살을 내리쬐지만
어쩐지 어디엔가 시원함이 도사리고 있고,
텁텁하지 않은 바람이
싱그러운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이 찬란한 여름이 마냥 안쓰럽다.
이제 그 정점을 찍고 내려올 날만 기다리고 있거늘.
해가 뜨는 시간이 늦어지고,
해가 지는 시간이 빨라지는 것을,
나는 서서히 알아차리고 있으나,
네덜란드의 여름은 아직이다.
영원할 줄 아는 그 여름은,
서서히 기울고 있지만,
그것도 잠시.
내가 한 살 더 늙어가도,
이 여름이란 녀석은 다시 찬란하게 활개를 칠 테니,
정작 안쓰러워해야 할 대상은
여름이 아니라
바로 나일지도.
그래도,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에 맞이한
네덜란드의 여름이니
그저 그 자체로 감사하기로 한다.
네덜란드의 여름은
그저 참,
좋다.
곳곳의 관광지는 그 빛을 더 발하고.
뜨거운 태양과 비를 동시에 흩뿌리기도 하는 심술도 있다.
암스테르담과 헤이그, 각 대도시를 점령한 여름의 기세가 등등하다.
사랑을 뜨거움에 비유하는 우리에게 있어, 여름은 사랑하기 더 좋은 계절임을 다시 한번 더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