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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16. 2017

네덜란드에서 맥주를 마시며 걸으면 안 되는 이유

상대방을 위한 배려만이 아닌 나를 위한 배려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출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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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나라, 자유의 도시


네덜란드를 떠올릴 때, 더더군다나 암스테르담을 떠올릴 때는 상기해야 하는 한 단어가 있다. 그것은 바로 '자유'다. 왜 그토록 '자유'가 이곳에서는 유독 더 느껴지는지, 그리고 실제로 그 '자유'가 행해지고 전파되는지에 대해서는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저서에서 언급한 바 있다. 요약하여 말하자면, 다른 유럽과 달리 봉건주의가 아닌 수평적 계급체계로 사회가 발전되어 왔고, 그로 인해 네덜란드는 남들보다 좀 더 자유로웠다. 그 자유의 물결을 토대로 '프로보 운동' (Provocation의 약어로 공권력을 도발하면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 시도한 시민운동)부터 일찍이 경제 활동에 눈을 뜬 네덜란드의 상인들로 하여금 뱃사람과 관광객들의 호주머니를 열게 하기 위해 도박, 마약, 성매매가 합법화되기까지 했다. 

물과 싸워온 사람들의 지혜. 즉, 물과 싸워 이기는 가장 큰 방법은 그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 그래서 네덜란드에는 운하와 물길이 곳곳에 있다. 이처럼, 어떠한 제도나 사상, 문화도 거부하지 않고 일단 받아들여 그것이 맞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하는 그 여유가, 네덜란드 사람들이 가진 '자유'의 모습이다.

얼마나 자유로운지,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스스럼없이 애정표현을 하고, 성기 모양을 한 장신구를 달고 다니기도 한다. 남의 눈치는 볼 겨를이 없고, 거리 곳곳엔 자신의 행복에 심취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래서, 이 나라에서 최초로 동성 결혼이 합법적으로 시행된 것이나, 안락사 또한 최초로 합법화되어 공표된 것이 그저 우연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다!


그저 '자유'가 느껴지는 곳이지만, 물론 모든 것이 허용되진 않는다. 무기를 들고 다니거나, 노상방뇨를 하는 등의 행동은 기본적으로 금지된다. '자유'와 '방종/ 위법'을 혼돈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래도 흥미를 끌거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금지령도 있다. 마리화나를 할 수 있는 곳을 '커피숍'이라 부르는데, 여기서는 술을 팔지 않는다. 보통 마리화나를 하는 눈이 풀린 사람 앞에는 진한 알코올이 있어야 어울리겠지만 그 앞에는 커피나 콜라, 오렌지 주스만 자리할 수 있다. 술과 마약을 한꺼번에 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즉, '자유'가 '방종'이 되지 않도록, '일정의 자유'만을 허락하는 것. 물론, 교묘히 커피숍과 카페를 오가며 둘 다를 하는 편법자들도 있지만, 그로 인해 일어나는 불상사에 대한 모든 책임은 그 사람에게 속한다. 참고로, 정말 커피만을 마시고 싶다면 '카페'로 가야 하니, 네덜란드를 방문한다면 그 둘을 헷갈리지 말자. (일부러 헷갈리길 원하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절대 추천하지 않는 바이다.)


이와 더불어 나의 흥미를 끈 하나의 법률이 있었다. 만약,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이 네덜란드에 와서 맥주를 하나 사들고 길거리를 걷는다면 당신은 경찰의 부름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맥주병의 뚜껑이 따져 있다면, 아무 변명도 하지 못한 채 50유로의 벌금을 내야 한다. 뭐라고? 이 자유의 나라에서, 그것도 하이네켄의 본고장에서 맥주병 하나 자유롭게 들고 다니지 못한다고? 그러고 보니, 이상하게 '맥주'와 '자유'라는 단어가 판을 치는 이 나라에서, 맥주병을 자유롭게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더불어, 야외 테라스에서도 서서 맥주를 마시면 경고를 받거나 벌금을 문다고 하니 이런이런... 개인적으로 술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 유심히 못 본 탓이겠지만 정신 차리고 보니 정말 테라스에서도 서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잠시, 아래 기사 내용을 보자.

The letter was accompanied by three photographs, of three people standing underneath a tree inside the fenced-off terrace — beer glasses in hand.
A first offense results in a warning. A second offense costs the proprietor €500. The next time its €1000. If that doesn’t cause him or her to tackle anyone left standing, the place is closed down for a week. After that, another offense will cause the mayor to declare the business closed for an indeterminate length of time.

요약하자면, 암스테르담의 한 카페에 경고장이 날아왔고 세 장의 사진 속에는 야외 테라스에서 서서 맥주를 마신 사람들이 있었다. 한 번은 경고, 두 번째 이후부터는 벌금이 높아지고 끝내 문을 닫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출처: dutchamsterdam.nl


또 하나의 참고 글.

Alcohol consumption outdoors is for terraces and parks only. Walking around with open containers on a non-festival day can land you with a €50 fine.

테라스와 공원 등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지만, 뚜껑이 열린 병을 들고 걷거나 서서 마시면 벌금을 낸다. 다만, 페스티벌 기간에는 가능하다는 것을 참고할 수 있다.


너와 나를 위한 배려


왜 '자유'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금지령이 있는지 좀 더 들여다보면, 그것이 오히려 진정한 '자유'를 누리기 위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자유'란 말은 아름답고 마냥 좋지만, 나의 '자유'가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범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나의 자유'와 '너의 자유'로 인한 마찰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난다. 서서 또는 걸으면서 맥주를 마시게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테라스에서 서서 마신다면, 옆 가게 문을 막을 수도 있고 문 안으로 오가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 걸으면서 술을 마시면, 이건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많은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더더구나, '자유'가 보장된 네덜란드와 암스테르담에서 걸으면서 마시는 술까지 보장된다면 어떠한 '방종'이 고개를 쳐들지 모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네덜란드가 밝히는 술을 마시며 걷거나, 서 있지 말라는 이유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얹고 싶다. 아직, 어디에서도 찾지 못했지만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 여담이지만, 네덜란드는 어릴 적부터 수영을 의무화했다. 유치원부터 수영 디플로마를 운영하고, 각 단계에 따라 맨 몸부터 평소에 입는 옷을 입고 수영하기, 마지막으로는 우비와 장화를 신고도 수영하는 교육을 한다. 이는 물과 싸워온 사람들에게 '홍수'라는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곳곳에 있는 운하를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운하 주변에는 아무런 울타리가 없다. 그리고 운하는 정말 곳곳에 널려 있다. 술을 마시며 걸어 다니거나 하는 행동은 정말 위험할 수 있다. 운하는 깊은 곳도 있고, 낮은 곳도 있지만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하에 빠진다는 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아주 위험한 일이니, 네덜란드에서는 꼭 주의해야 한다. 


앞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왜 암스테르담엔 열린 화장실이 있는지. '자유'를 누리기 위해 지켜야 하는 것들이, '자유'를 더 돋보이게 한다는 네덜란드의 배려. 그것이 다른 사람은 물론, 나 자신을 위한 것임을 상기해보면, 갸우뚱했던 고개가 제 자리로 돌아옴을 느낄 수 있다. 그래, 이런 게 진짜 '자유'지... 를 되뇌면서!


참고 글: 암스테르담엔 왜 열린 화장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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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모음]

'견디는 힘' (견디기는 역동적인 나의 의지!)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지 못했던 네덜란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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