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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Nov 10. 2018

평일 오후 2시

평일 오후 2시의 거리는 직장인에게 낯설다

평일 오후 2시.

하루 휴가를 낸 직장인에게 그 거리는 낯설다. 월급을 받으려면 사무실에 앉아 있어야 하는 시간. 평소라면 보고를 하거나, 회의를 하고 있을 시간. 그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보니 세상은 낯선 것이다. 나는 마치 알을 깨고 나와 세상을 처음 본 존재마냥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평일 이 시간에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있다니.


사람들은 그야말로 여유로우면서도 분주하다.

하루 중 가장 큰 과제인 점심식사를 해결한 사람들. 그 점심은 영양분이 되어 오후 2시를 이어 나가는 힘이 된다. 누군가는 쇼핑을 하고, 누군가는 짐을 나른다. 또 누군가는 책을 읽고, 다른 누군가는 친구와 수다를 떤다. 새삼, 돌아가는 모든 것들이 신기하다.


직장인이 되기 전.

평일 오후 2시의 거리가 이리도 낯설고 특별하게 느껴질 줄 누가 알았을까.


신입사원 때는 외근이 잦았는데, 임산부 눈에는 임산부만 보이듯이 그때는 각자의 어깨에 실적 목표를 짊어진 나와 같은 직장인만 눈에 띄었다. 어깨에 걸쳐진 가방. 다른 쪽 팔과 몸 사이에 끼워진 카탈로그. 45도 기울어진 고개와 한쪽 어깨 사이에 아슬하게 걸쳐 있는 전화기. 구두 뒷굽은 닳아 있고, 땀범벅이 된 와이셔츠는 여지없이 등짝에 달라붙어 있었다. 나는 마주하는 그들에게 소리 없이 안부를 전했다. 말없이 서로의 고충을 나눴다. 지금 흘린 땀이 훗날 우리의 미래가 될 거라고. 날씨는 덥고, 습도가 높아 후덥지근한 오후 2시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 생각을 하며 입 한쪽을 씰룩거린다.

안부를 건네었던 그 사람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나는 무얼 하고 있는가. 그들에게 평일 오후 2시는 어떤 의미일까. 낯설고 신기할까. 그저 그런 한 때일까.

테이블 위에 놓인 컵을 들어 차 한잔을 마신다. 카페의 음악은 감미고, 햇살은 적당하게 빛난다. 테이블 위 노트북엔 쓰다만 글귀와 회사 이메일이 함께 열려 있다.


시계는 이제 막, 2시를 넘어 오후 2시 10분을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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