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재윤 Oct 23. 2021

쌓기나무로 발견한 꿈의 진짜 모습

우리 함께 나무를 쌓아볼까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은 “쌓기나무”란 개념을 수학 시간에 배운다. 쌓기나무란 정육면체 모양의 나무 조각들을 쌓아서 여러 가지 모양의 도형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쌓기나무는 보는 방향에 따라 보이는 나무 조각의 개수가 달라진다. 다음의 쌓기나무는 위 그리고 옆에서 봤을 때는 모양이 서로 같지만, 앞에서 보면 서로 다르다.


  주어진 공간에 있는 물체의 위치를 표현하는데 필요한 숫자의 개수를 차원이라 한다. 지구의 표면은 위도와 경도로 나타낼 수 있으므로 2차원이다. 이와 달리 쌓기나무는 3차원이다. 3가지 방향으로 봐야 쌓기나무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있으니까.

  두 아이가 나무 조각 열 개로 쌓기나무를 한다. 한 아이는 나무 열 개를 위로 쌓아 올렸다. 또 다른 아이는 나무 열 개를 가로로 나란히 놓았다. 

  두 쌓기나무를 위에서만 보자. 위로 쌓아 올린 쌓기나무는 한 개로 보이고 가로로 나란히 놓은 학생의 쌓기나무는 열 개로 보인다. 만약 위에서만 쌓기나무를 바라보면 위로 100개를 쌓든 백만 개를 쌓든 한 개로 보인다.

  아이들의 꿈을 한 면만 보는 어른들이 있다. 위에서만 내려다보는 어른들은 쌓기나무를 가로로 나란히 놓은 아이에게 꿈이 크다고 칭찬할지 모른다. 혹은 위로 쌓아 올린 쌓기나무를 바라보며 가로로 나란히 놓은 것보다 꿈이 작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어른들은 왜 아이들의 꿈을 위에서만 내려다볼까. 마치 아이들의 꿈을 하찮게 내려다보는 것과 같다.


아이들의 꿈은 여러 가지 방향으로 살펴야 진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보얀 슬랫은 크로아티아에서 네덜란드로 온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16살 때 꿈은 청소부였다. 위에서만 내려다보는 어른들이 그의 꿈을 본다면 마치 나무 조각 한 개처럼 작아 보일 수 있다. 이민자 가정의 부모라면 대부분 자녀의 사회적 성공을 위하여 헌신한다. 하지만 보얀 슬랫의 부모는 달랐다. 그의 부모는 바다의 미세플라스틱을 모조리 청소한다는 무모한 꿈을 지지해주었다. 보얀 슬랫은 전 세계 바다 위를 떠다니는 플라스틱 해양 쓰레기를 청소하는 회사 ‘오션 클린업(Ocean Clean Up)’의 CEO이다. 그는 2015년 UN에서 수여하는 환경 분야 최고 권위의 상을 최연소로 받았다. 그때 그는 94년생으로 20대 청년이었다.


  아이들은 누구나 꿈을 꾸며 살아간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아이들의 꿈이 아니라 꿈을 진심으로 응원해줄 용기 아니었을까. 7살 정도 되는 아이에게 꿈이 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 아이는 주먹을 꽉 쥐고 내게 말했다.


  “아저씨 저는 이담에 커서 공룡이 될 거에요. 세상에서 힘이 제일 세잖아요. 나보다 약한 사람들을 구해줘야지.”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말도 안 되는 꿈을 진심으로 응원했던 적이 있을까.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참 멋진 꿈이다. 부디 너보다 약한 사람들을 꼭 구해주렴.”



  

  쌓기나무를 여러 방향으로 살펴야 하는 것처럼 아이들의 꿈도 여러 각도로 바라봐야 한다. 위에서만 내려다보기보다 나무 조각을 함께 올려다 줄 수 있길 바라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