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하루
주말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한다. 9시 반. 늘 떠지지도 않는 눈을 억지로 뜨며 시작하는 아침인데, 오늘은 알람 소리 없이 개운하게 눈을 뜬다. 천천히 일어나 방과 거실의 커튼을 걷고 세탁실로 간다. 흰옷과 검은 옷, 속옷과 타월을 분리해서 세탁기에 넣는다. 1인분의 살림이지만 세탁기는 세 번을 돌려야 하는 바쁘지만 나른한 아침이다.
밤새 공복이었던 배가 신호를 보내온다. 무엇을 먹을까 잠시 고민하다 가볍게 누룽지로 정했다. 자칫 욕심부리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양이 늘어나기에 두 끼를 먹지 않으려면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늘 모자랄까 봐 늘 고민되는 순간이다. 물을 넉넉히 붓고 방으로 다시 들어가 밤새 누웠던 침대를 정리한다. 창문도 반쯤 열어 평일에 제대로 하지 못했던 환기도 한다. 차가운 공기가 훅 들어와도 따뜻하게 느껴지는 날이다.
한소끔 끓은 누룽지를 맛보니 아직 퍼지기 전이다. 물이 다 졸기 전에 불을 줄여두고, 건조대의 잘 말려진 그릇을 장에 넣는다. 조용한 거실로 어슬렁거리며 걸어가 주말 아침에 어울리는 라디오를 튼다. 그사이 알맞게 퍼진 누룽지를 확인하고 그릇에 담는다. 짭조름한 깻잎 장과 먹으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밥 먹다 말고 일어나 식후 마실 커피 물을 올리고 식사를 이어간다. 나가기에 바빠서 물 한 모금 마시지도 못하고 나가는 평일과 다르게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주말.
식탁에 앉아서 해가 들어온 따뜻한 거실을 바라본다. 때마침 좋아하는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풍경. 이 순간 어떤 것도 하지 않고 오롯이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시간이 아닌 의식이 흐르는 대로, 머릿속에 떠오른 일들로 몸을 움직이는 하루. 누군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일정이 아니라 나에 의한, 나를 위한 하루로 주변을 정비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하루로 다가오는 일주일을 사는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