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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죽음

“너와 함께 아파하려는 마음이 떠난 이를 위한 애도와 남겨진 이를 위한 위로가 될 수 있기를” 황진규


 2024년, 1월 18일. 어느 타인이 세상을 떠났다. 타인은 모르는 존재이며, 아끼지 않았던 존재이며, 소중히 여기지 않았던 존재다. 나는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방법을 모른다. 내가 몰랐던, 내가 아끼지 않았던, 내가 소중히 여기지 않았던 이를 애도할 자신이 없다. 그런 빈껍데기 같은 애도를 하기에 나는 너무 많은 것들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오직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아꼈던, 내가 소중히 여겼던 이를 애도하는 방법밖에는 모른다.      


 무례하게도, 오열이 난무하던 어느 장례식장에서 나는 타인의 죽음을 보지 않았다.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법을 나는 아직 모르니까. 타인의 죽음 앞에 흐느끼던 그녀를 보았다. 타인의 부재에 대해서 슬퍼하던 그녀만을 보았다. 부끄럽게도, 나는 내가 알고 있던, 내가 아꼈던, 내가 소중히 여겼던 이의 슬픔만을 보았다. 그녀의 슬픔을 나누어지려 했다. 그것이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내가 아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었다.

      

 정직하게 산다는 것은 언제나 무례와 부끄러움을 동시에 끌어안는 일이다. 비행이 길었다. 다시 무례와 부끄러움을 끌어안고 나의 길을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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