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미워하지 말아요. 당신이 자신을 미워할 때 저는 묘한 자괴감에 빠져요. 그건 누군가 우울한 이야기를 잔뜩 해서 듣는 사람마저 우울해지는 그런 단순한 마음이 아니에요. 사랑하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자괴감이죠.
사랑하는 사람은 거울이죠. 우리는 타인에게 비춰서 자신의 모습을 보죠. 이것이 사랑을 하지 않을 때 삶이 힘든 이유죠. 우리를 왜곡시켜 보여주는 거울이 너무 많아서 진짜 내 모습이 어떤 모습이 알 수 없게 되죠. 그래서 분열에 가까운 정서적 혼란을 느끼게 되잖아요. 사랑하지 않음은 그렇게 우리를 힘들게 하죠.
사랑은 좋은 것이죠. 사랑을 하면 거울이 하나만 남으니까요. 타인이라는 그 수많은 거울은 모두 사라지고 하나의 거울만 남게 되죠. 그래서 사랑은 우리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잖아요. 오직 하나의 거울만이 나를 비추니까요. 제게 그 거울은 당신이에요. 제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저는 제 모습을 당신을 통해 봐요. 당신은 때로 자신을 싫어하죠. 그 거울로 저를 보면 저는 세 가지 슬픔을 느껴요.
하나는, 흐릿해지고 깨어져 있는 거울을 통해 저를 보게 될 때의 슬픔이에요. 당신이 자신을 싫어할 때, 저를 비추는 그 거울은 잔뜩 흐려져 있거나 깨어져 있으니까요. 저는 그 거울로 밖에 나 자신을 볼 수 없는데 그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흉하니까 슬퍼요.
그것보다 더 큰 슬픔도 있어요. 제가 당신을 통해 저를 보듯, 당신은 저를 통해 당신을 보겠죠. 당신이 자신을 미워하게 된 이유가 제 잘못인 거 같아요. 제가 더 예쁘게 비춰주지 못해 당신이 자신을 미워하게 된 거 아닐까 하는 자책감이 들어요. 그게 더 슬퍼요. 더 사랑해주지 못한 거 같아서.
마지막 슬픔이 제일 큰 슬픔이에요. ‘혹시 당신은 나를 통해 자신을 보고 있지 않는 것 아닐까?’ 제 나름으로 당신을 예쁘게 비춰주고 있는데, 당신은 그 거울을 안 보고 세상의 수많은 타인들이라는 거울만 보고 있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어긋난 사랑만큼 큰 슬픔은 없죠.
자신을 미워하지 말아요. 그것은 사랑하는 자의 의무예요. 더 예쁘게 비춰줄게요. 그 거울에 비친 당신을 봐요. 당신이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사람인지 알게 될 거예요. 그때 저의 세 가지 슬픔도 모두 사라지겠죠. 사랑은 거울이니까요.
-늦은 밤, 거울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