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모습을 본적 있을까?” 그렇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우리는 자신을 보니까 말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놀랍게도 우리는 ‘나’를 본적이 없다. ‘예빈’ 이제 막 연애를 시작했다. 데이트가 있는 날이면, ‘예빈’이는 거울 앞에서 자신을 단장하기 바쁘다. 옷을 바꿔 입을 때 마다, 화장을 고칠 때마다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본다. 그렇다면, 지금 ‘예빈’이는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예빈'이는 거울 앞에서 무엇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옷을 바꿔 입고, 머리를 다시 묶고, 화장을 고친다. 가족들과 집에 있을 때는 신경도 쓰지 않던 옷, 머리, 화장을 왜 그리 신경 쓰는 것일까? 남자친구 때문이다. 남자친구의 시선으로 ‘나’를 보기에 이것도 저것도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이다. 사랑에 빠진 ‘예빈’이는 온전히 ‘나’의 시선으로 ‘나’를 볼 수 없다. 물리적으로 거울 앞에서 서 있는 이가 ‘예빈’일 뿐, ‘예빈’을 바라보고 있는 이는 남자친구인 셈이다.
이것은 비단 ‘예빈’만의 이야기일까? 달리 말해, 사랑에 빠진 이들만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보는 것일까?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자신을 본 적이 없다.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들은 정말 ‘나’를 보는 것일까? 학창시절, 두발 단속이 있었다. 머리가 길면 선생이 바리캉으로 교문 앞에서 바리캉으로 머리를 밀어버리곤 했다. 그때 아침마다 거울에 비친 나를 보곤 했다. 그것은 내가 나를 본 것일까? 아니다. 학생주임의 시선으로 나를 본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항상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보았을 뿐이다. 출근길에 거울 앞에서 ‘나’를 보는 것은, 동료와 고객들의 시선으로 ‘나’를 보는 것 아닌가? 친구들 모임에 가기 전에 거울 앞에서 ‘나’를 보는 것은 친구들의 시선으로 ‘나’를 보는 것 아닌가?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우리가 만났던 수많은 타자들의 시선으로 나를 보게 된다. ‘내’가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나를 어찌 볼까?’라는 시선으로 ‘나’를 본다. 그러니 엄밀히 말해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본적이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