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빌라 전세와 불안한 임신

원룸에서 투룸으로, 그리고 예기치 못한 변화

by 시연

집다운 집, 안도 그 자체


9평 원룸에서 시작한 결혼 생활은 늘 빠듯했다.

그러다 드디어 15평 투룸으로 이사를 하게 됐다.

1억짜리 빌라였고, 그 중 절반은 대출이었다.
결혼 후 시작한 전재산은 3천만 원.

학비를 갚고, 생활비를 감당하며 모은 돈은 고작 2천만 원뿐이었다.

사치를 한 적은 없었지만 돈은 좀처럼 모이지 않았다.

그래도 투룸으로 이사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찼다.


집은 비록 빌라였지만, 우리에겐 큰 성취였다.

침실이 따로 생겼고, 주방과 거실, 작은 서재도 있었다.

스무 살 이후 고시원, 반지하, 하숙방, 옥탑방, 룸쉐어를 거쳐온 우리에게,

엘리베이터가 있는 빌라 투룸은 안도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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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식탁의 의미


거실이 생겼다는 건 단순히 방이 늘어난 문제가 아니었다.

상을 펴고 밥을 먹던 우리가, 이제는 작은 2인용 식탁에 앉아 마주 보고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식탁 위에 반찬을 놓고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이,

우리를 조금은 어른스럽게 만들어주었다.


맞춤 소파, 그리고 소박한 꿈


소파도 사고 싶었다.

하지만 작은 거실에는 기성품 소파가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맞춤 제작을 해야 했는데,

긴 소파를 하든 짧은 소파를 하든 가격은 같았다.

그때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언젠가는 기성품 소파가 들어가는 거실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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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보다 중요했던 8만원


이사 날은 토요일이었다.

그런데 나는 주말 근무를 신청했다.

회사에서 하루 종일 서서 일하고 받은 주말 수당은 8만 원.

그 돈이 이사보다 더 중요했던 시절이었다.

짐을 나르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날 벌어들인 8만 원이 우리 생활엔 더 큰 도움이 됐다.

그래도 행복했다.

낯선 집에 들어와 맞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을 때,

부족함도 빚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우리 둘만의 거실이 있다는 사실이,

그 순간 모든 것을 충분하게 만들었다.



예기치 못한 소식과 미안함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결혼 3년 만에 임신 소식을 들었다.

기뻐해야 할 일이었지만, 우리는 당황했다.

경제적으로 단둘이 살아가기에도 벅찼고,

아이를 키울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다.

서른한 살, 결혼 3년 차.

하지만 마음은 마치 혼전임신처럼 불안했다.

현실을 받아들이기보다, 부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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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면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마음을 다해 임신을 행복해하지 못했던 것.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지나치게 엄격했던 것.

그 시절의 우리는 늘 버티느라,

행복조차 마음껏 누리지 못했다.

아이를 보면 그것이 마음 한켠, 늘 미안하다.

행복해하고 축복해주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불안함과 걱정, 깜깜한 앞날에 두려워만 했던 나에게도...미안하다.

다시 돌아간다면 마음껏 축하해주고 싶다. 나에게도 남편에게도 그리고 우리 아이에게도 와줘서 고맙다고 마음껏 축하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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