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기업인가 별개의 기업인가
오늘은 회계 실무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면서도 종종 혼동되는 개념, 바로 연결재무제표와 개별재무제표의 차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두 개념은 단순한 보고 단위의 차이가 아니라, 기업 분석의 관점을 결정짓는 구조적 차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특히 M&A 실사나 인수금융 모델을 설계할 때 어떤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분석하는지가 전제부터 달라지므로, 이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분석의 방향성 자체가 어긋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 둘의 회계적 정의와 작성 기준부터 시작하여, 실무에서는 어떤 경우에 연결재무제표를 우선적으로 보고, 언제 개별재무제표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실제 사례를 통해 풀어보겠습니다. 숫자를 보는 눈이 아닌, ‘재무제표가 보여주는 구조’를 읽는 눈을 함께 키워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연결재무제표는 말 그대로 ‘지배기업과 종속기업을 하나의 경제 실체로 간주’하여 작성되는 재무제표입니다. 반면 개별재무제표는 해당 법인 하나만의 실적을 보여주는 재무제표로, 자회사의 재무성과는 지분법 손익이나 배당수익 등으로만 반영됩니다. 두 제무제표는 모두 법적으로 제출 의무가 있으며, 기업의 입장에서도 각각 목적에 따라 다른 시점에서 활용됩니다. 하지만 실무에서 중요한 점은, 금융권에서 대부분의 투자 판단이나 리스크 분석은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연결재무제표가야말로 해당 기업 집단 전체의 수익력, 부채 구조, 자산 운용 능력을 종합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지주회사 형태의 A기업이 자회사 B, C를 통해 대부분의 매출과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면, 개별재무제표만 본다면 A는 매출이 거의 없는 기업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반면 연결 기준으로 보면 그룹 전체의 성과가 드러나게 되며, 실질적인 수익창출 구조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연결과 개별의 차이는 단순한 숫자의 차이가 아니라, 분석 대상을 어디까지 확장하느냐의 문제이며, 실무에서는 매우 전략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회계 기준상 연결재무제표는 지배기업이 종속기업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에 작성됩니다. 일반적으로 지분율 50% 초과를 기준으로 삼지만,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이나 경영 통제권이 있다면 지분율이 낮더라도 연결 대상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할 때는 종속기업의 자산·부채·수익·비용을 전부 통합하되, 그 중 비지배지분(지배기업이 소유하지 않은 부분)은 구분하여 표시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절차가 바로 내부거래 제거입니다.
즉, 그룹 내 기업 간 발생한 매출·매입, 채권·채무, 투자·자본 거래는 전부 제거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외부와의 거래만이 남게 됩니다. 이 제거 과정이 연결의 본질이며, 이를 통해 기업 집단의 실질적인 외부 거래 기반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드러납니다. 실무적으로는 이 내부거래 제거의 정확성 여부가 그룹 전체 수익성 왜곡 여부를 결정짓기 때문에, 회계감사나 실사에서도 핵심적인 검토 항목이 됩니다. 반면 개별재무제표에서는 자회사에 대한 투자자산이 그대로 장부에 반영되며, 해당 기업의 입장에서 ‘투자기업’의 성과는 직접 연결되지 않으므로 독립 법인으로서의 재무 구조를 볼 수 있게 됩니다.
실제 실무에서 연결재무제표는 기업 분석의 기본 단위로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그룹의 EV/EBITDA 배수를 분석하거나, 총차입금 대비 EBITDA 레버리지 비율을 계산할 때는 연결 기준 재무제표에서 수치를 가져와야 정확한 의미가 형성됩니다. 왜냐하면 자회사에서 발생한 EBITDA를 개별재무제표에서는 확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수금융에서는 인수 대상의 연결 기준 EBITDA를 기준으로 차입 가능 한도를 산정하게 되며, 기업의 전체 현금 창출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바로 연결재무제표입니다.
M&A 실사 과정에서도 재무실사(FDD) 보고서는 연결 기준 재무제표 분석을 기본으로 하고, 필요 시 개별 법인 실적을 따로 분석합니다. 예컨대 특정 자회사가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 해당 자회사의 개별 손익 구조, NWC 구조, 고정비율 등을 따로 분석하여 그룹 전체 성과와의 연결성을 해석합니다. 반대로 IR 자료나 증권신고서의 배당가능이익, 출자여력 판단 등은 개별재무제표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개별 기준 자료도 실무상 매우 중요합니다.
한 가지 실무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과거 한 제조업 기업의 인수건에서, 연결 기준 EBITDA는 충분히 양호한 수준이었지만, 개별 기준으로는 지속적으로 자금 유입이 없었던 상황이 있었습니다. 인수인은 연결 기준만으로 현금흐름을 판단하고 차입 구조를 과도하게 설계했지만, 실제로는 모회사 계정에는 현금이 유입되지 않아 이자 상환에 애로를 겪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연결 기준만 보는 것도, 개별 기준만 보는 것도 모두 위험할 수 있으며, 양자의 맥락을 동시에 고려해야 실무에서 실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연결재무제표는 그룹 전체의 재무 실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도구이며, 실무 분석의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연결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개별 회사들의 수익성, 현금흐름, 리스크 구조는 오히려 개별재무제표에서 더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연결과 개별을 각각 목적에 맞게 병행해서 분석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인수금융, M&A, 투자보고서 작성 등에서 두 기준을 혼동하면, 숫자는 맞아도 판단이 틀리는 오류에 빠질 수 있습니다.
회계는 결국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가’에 따라 구조를 선택하는 작업입니다. 연결은 ‘전체를 하나처럼’, 개별은 ‘하나를 하나로’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실무자는 이 차이를 인식한 상태에서 각 재무제표의 의도와 한계를 명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두 재무제표를 교차 검토하여 분석의 신뢰도를 높여야 합니다. 오늘의 글이 그 출발점이 되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