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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분, 가까운 놈

by 강석우

사람을 참 못 알아보는 편이다. 어떤 행사에서 이름을 확인하고 명찰을 달아 드리는 일을 맡은 적이 있었다. 어떤 낯익은 분이 들어오셨고 난 습관적으로 이름을 물었다. 그분은 굉장히 당황해했다. 내가 시장을 몰라보고 이름을 물었던 것이다. 비유가 적절하지는 않았지만, 널리 인정받고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사람을 정작 가까운 곳에서는 알아주지 않는 일이 종종 있다. ‘가까운 놈’이었는데 알고 보니 ‘먼 분’ 일 수도 있다.


‘먼 분’은 어느 정도 신비감에 싸여 있고, ‘가까운 놈’은 자주 보니 식상할뿐더러 인간적인 허물도 많이 드러나기 때문이지 않을까. 또 가까이 있는 사람이 저러하니 나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래서 가까이 있는 사람을 제대로 인정하지 못할 때가 있는 듯하다.


무학대사와 이성계가 나누었다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는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가까운 곳에선 자기 수준으로만 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알고 보면 가까운 곳에 보물이 많이 묻혀있는데. 나부터라도 주변에 있는 사람을 ‘놈’으로 격하시키지 말아야겠다. 먼 ‘분’보다 가까운 ‘분’을 찾으려 노력해야겠다. “아이고, 고승으로 보이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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