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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ked Aug 13. 2022

9. 집착(執着)

 인간의 숙명적 슬픔

앞에서 괴로움의 종류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임의로 선천적인 괴로움과 후천적인 괴로움으로 나누고 살펴보았다. 그러면 이러한 괴로움은 왜 생기는 걸까? 괴로움의 원인은 무엇일까?


어린이의 괴로움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자. 건강이나 환경과 같은 태생적인 괴로움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 어린 시절의 괴로움은 어른이 된 이후의 괴로움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아이들을 보면 울다가도 금세 웃기도 하고, 바로 또 다른 것에 흥미를 느끼고 집중한다. 하루 종일 놀아도 지치질 않고 잠자리에 누우면 바로 잠이 든다. 이런 것이 가능한 이유는 마음에 그늘이 없는 천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천진한 상태에서는 괴로움이 잘  묻질 않는다. 괴로움이 생겨도 툭툭 털어내고 괴로움에 잘 빠지지 않는다.


어른의 괴로움


그러다가 사춘기에 접어들어 성적인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어른의 괴로움을 맛보게 된다. 이 시기부터 열등감과 우월감, 시기와 질투, 자신의 외모에 대한 인지 등으로 괴로움이 밀려오게 된다. 그러다가 청소년기를 벗어나 어른이 되면, 욕구를 스스로 충족하게 되면서 쾌락에 빠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쾌락이나 고통속에서는 인간이 생각하는 완전한 욕구의 충족은 불가능하다. 이렇게 쾌락과 절망을 오가는 사이에 근원적인 외로움과 공포심이 자라나기 시작하고 마음에 어둠의 그늘이 자리 잡게 된다. 마음의 어둠은 어떤 계기와 만나면 다시 다른 괴로움으로 성장한다. 그쯤되면 그렇게 하나하나 쌓아온 삶이 나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이 되어버리고 나아가 아집(我執:나라는 집착)이 되어버린다. 아집은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을 방해한다.


괴로움과 집착(執着)


아이들이 괴로움에 빠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에서도 말했지만 천진(天眞)하기 때문이다. 욕망에 물들지 않은 상태로 쌓아온 번뇌도 없다. 좋으면 좋아하고 싫으면 싫어하는 그대로의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처럼 좋아하니까 이래야 하고 싫어하니까 저래야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을 뿐이다.


그럼 어른들의 괴로움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을 집(集)이라고 한다. ‘집’이란 ‘모으다’라는 뜻이다. 이 모은다는 의미의 ‘집’은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그것은 ‘집착(執着)’이다. 다시 설명하면 ‘모으기는 하지만 버리지는 못하는, 나아가서 하나라도 없어질까 봐 전전긍긍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무엇을 모으고 버리지 못하는 걸까?


괴로움의 원인


먼저 괴로움이 발생하면 괴로움을 느끼는 자괴로움을 주는 대상이 존재한다. 다시 말하면 괴로움을 느끼는 주체인 ‘나’가 존재하고, 내가 괴로움을 느끼게 만드는 객체인 ‘대상’이 존재하게 된다. 정리하면 아래의 표와 같다.


괴로움을 느끼는 주체인 ‘나’는 괴로움을 느끼게 하는 대상인 객체이기도 하다. 즉, ‘나’는 괴로움의 주체이면서 객체이기도 하다. 괴로움의 객체는 내가 괴로움을 느끼는 대상 혹은 원인을 말한다. 대상은 크게 ‘나’ ‘나 이외의 것’으로 나뉘고 다시 ‘나’ 감각, 감정, 생각으로 볼 수 있고, ‘나 이외의 것’ 물질과 비물질로 나눌 수 있다. 여기에서 물질은 사람과 사물이고 비물질은 명예나 지위 같은 관념을 의미한다.


앞에서 말한 집착은 감각, 감정, 생각, 물질, 비물질에 대한 집착을 의미한다. 이 다섯 가지의 대상이 욕망과 결합하게되면, 그 욕망을 계속해서 유지하려고 하는 집착이 내 안에 쌓이게 되고, 어느 순간 더 이상 담을 수 없을 정도로 포화상태가 된다. 이렇게 포화상태가 되면 새로운 것이 들어오지도 못하고 그대로 썩어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썩기 시작하는 괴로움의 대상들은 본체인 ‘나’를 침범하게 되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내가 썩어 들어가게 되면서, 괴로움이 발생한다.


이 다섯 가지의 대상에 집착하는 이유는 ‘욕망’때문이다. 그래서 이 욕망에 대한 집착‘갈애(渴愛)’라고 표현한다. 갈애는 욕망에 대해 끊임없는 갈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명상은 이런 갈애의 원인인 대상에 대한 집착을 줄이는 동시에 욕망에 대한 갈구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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