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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ked Sep 11. 2022

G. 번뇌네트워크

-- 내가 모르는 나의 생각 (번뇌)

   

어떤 일을 해결하기 위해 생각에 골똘히 잠겨 있다가 도저히 해결책을 찾을 수 없어서 바람이나 쐬려고 산책하러 나가서 이런저런 다른 생각을 하거나 혹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있다가 갑자기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오히려 집중해서 생각할 때보다 생각을 전환하기 위해 쉬고 있을 때 해결책이 떠오르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이것에 대해 워싱턴 대학의 마커스 라이클교수는 한 실험에서 실험참가자들이 문제 풀이에 집중하면서 생각에 골몰하자 두뇌의 특정 영역에서 활동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고, 테스트가 끝나고 실험참가자가 과제에 집중하기를 멈추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가 되자 이 영역의 뇌 활동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교수는 이 두뇌 영역의 활동을 ‘휴지기 네트워크(Resting-State Network, RSN), 또는 디폴트 네트워크(Default Network)’라고 이름 붙였고, 이 네트워크는 특별한 것을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떠오르는 대로 생각의 물결을 따라갈 때 작동한다고 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마이클 교수는 인간의 뇌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생각을 하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생각을 하지 않아도 뇌는 활동한다는 사실이다. 사실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굳이 실험을 통해서 증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무의식적으로 생각에 빠져 있다가 문득 정신이 들었을 때 처음 했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엉뚱한 사람이 나오는 꿈을 꾼 뒤에 생각해보면,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우연히 잠깐 스쳐서 본 광고의 모델이 꿈에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한 방식으로 우리의 한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우리의 뇌는 꿈을 꾸는 영역인 잠재의식과 그보다 더 깊은 무의식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의도해서 생각한 것들도 의도하지 않은 생각들도 우리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뇌의 한쪽 영역에서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로 생각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어떤 사람도 자신의 의지로 생각을 멈출 수 없다. 생각을 멈추려고 의도는 또 다른 생각을 낳고, 그 생각은 다시 또 다른 생각으로 바뀐다.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처음에 한 생각이 계속해서 다른 생각으로 바뀌어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다르게 말하면 우리가 생각을 멈추려는 의도 또한 생각이라서, 생각으로 생각을 없앨 순 없다. 번뇌를 번뇌로 없앨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특히 현대인들은 생각을 쉬지 못한다. 


현대사회는 정보사회이다. 현대인들은 정보를 통해서 세상을 살아가고 다른 사람보다 한 걸음이라도 먼저 나아가기 위해 수많은 정보를 찾아보고 연구한다. 정보가 곧 돈이고 권력인 세상이다. 그 외에도 단순히 흥미를 위해서도 유튜브나 SNS, 커뮤니티들의 정보를 찾아 헤맨다. 또한 이렇게 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성공이나 취미를 위해 얻는 정보 외에도 현대사회에서는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수 많은 정보들이 우리의 다섯 가지 감각을 통해 끊임없이 우리의 몸과 마음으로 흘러들어온다. 우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간에 수 많은 색, 소리, 냄새,맛, 감촉등이 우리가 집 밖을 나서는 순간 우리에게 덮쳐온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이 의도한 혹은 의도하지 않은 수많은 정보를 우리 인간이 소화해낼 수 있는 만큼 우리 인간들이 진화한 것 같지 않다. 불과 최근 수 백 년 동안 우리 사회는 급속도로 발전해 인간들이 정보량에 적응해나갈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 지금 사회는 불과 백 년 전보다 수천 배, 수만 배의 정보가 우리 머릿속에 들어온다. 다시 말하면 예전에는 들어오는 정보의 양을 우리의 잠재의식이 밤새 소화해낼 수 있었지만, 이제는 들어오는 정보의 양을 소화해내기가 벅찬 것 같다. 이 점은 예전보다 불면증에 고생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불면증은 디폴트네트워크의 힘이 강해져서 잠재의식을 침범하였을 때 발생한다. 보통의 경우 잠이라고 하는 것은 현재의식을 꺼트리고 잠재의식의 세계로 가서 쉬거나 더 깊은 무의식의 세계로 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현재의식보다 수만 배 광활한 잠재의식에서의 휴식이 수면인데, 수많은 정보를 오감을 통해서 받게 되는 현대인들은 잠재의식에서도 휴식을 취할 수 없게 된다. 이런 경우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아도 잠재의식에서 계속해서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다시 말해서 잠재의식이 깨어있기 때문에, 잠에 들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현재의식과 잠재의식에 휴식을 주지 못하는 것을 생각이 쉬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다.     


진정한 휴식은 생각을 있는 그 자리에서 쉬게 만드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죽음을 통하지 않고 ‘Brain Off’의 기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까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세상에서 배워온 모든 방법은 생각을 통해서 해결하는 방법뿐이었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움직이는 생각들을 생각으로 없앨 수 있는 방법은 기존의 교육방식으로는 존재할 수가 없다. 교육이나 또 다른 지식의 습득을 통해서 만든 방법도 또 다른 생각일 뿐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Brain Off’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그 자리에서 생각을 쉬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명상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명상법 중에 특히 생각을 꺼버릴 수 있는 집중명상계통의 명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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