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를 위해 다시 쓰는 [엄마기억] #. 10

#요양병원

by 봉년

#. 10


종일토록 부정적인 상상으로 눈물이 난다.

머릿속에 복잡하다. 애이는 엄마와의 결투에서 완승을 한 번도 거둔 적이 없는데, 승리의 상상을 꿈을 꾸지도 않았지만 다시는 싸움을 걸어올 수 없을 것만 같은 그 어눌한 엄마의 말 놀림이 애이를 겁나게 했다.

어린 시절 엄마가 애이에게 퍼부었던 저주 같은 말들은 항상 애이의 머리 위의 걷히지 않는 먹구름 같았는데 오늘은 온하늘이 먹구름이다.

늦은 밤. 가게의 마감 설지리를 하며 애이는 허공에 던졌다.

"한 번 다녀와야겠어. 이상해 내 기분."

하루를 길게 고민하고 그렇게 애이는 "여기가 아파 자꾸 아파 아무 약도 듣지가 않아"로 노래를 시작하는 지영이와 함께 콧물을, 흘러내리는 눈물과 섞어가며 서해대교룰 건넜다. 서해대교는 아팠다. 작년까지 애이만 아는 아픔이 있는 다리였다. 그 눈물은 그때까지만 해도 애이의 가여웠던 아이들의 1년 전 몫이었다. 이천십오 년 십이월 삼일 두 번째 탑 꼭대기 케이블이 끊어지는 사고로 통제되었던 몇 주를 제외하고는 백 번 가까이 애이에게는 매번 눈물과 함께였다. 화재를 진압하다 세상과 이별하신 얼굴도 모르는 소방관에 대한 생각은 앵이의 머릿속에 그 후로도 오랜 시간 머물며 다시 통행이 재개된, 누군가에게는 한이 되었을 서해대교를 지날 때마다 마음을 더 아리게 했다. 그 사고 때문에 처음 건너본 새벽의 아산만 국도는 낯설어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동국마음병원]

건물이 애이를 짓누르는 것처럼 느껴져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애이는 육 층으로 걸어 올라간다.


이 주 전, 엄마가 천당에 자리 하나를 예약하기 위해 세례를 받았다던 신웅천교회의 목사 사모님께서 애이에게 전화를 하셨을 때 애이는 형틀에 매달리 죄수 같았다.


[김경연 어머니 따님 전환가요? 저는 신웅천 교회 사몹니다.]

"네에?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활 주셨어요?"

[아, 네에. 병원에 입원하신다고 서울로 가신 지가 한 달 이 넘었는데 소식이 없으셔서 한 번 찾아뵈려구요.]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는 만큼 애이는 화가 치밀었다.

'누가 원한다고 문병이야? 다 마음도 없이 형식적이면서. 엄마가 그동안 교회를 다녔으면 또 얼마나 다녔다고?'

한참을 침묵한 애이는.

"죄송해요 사모님. 저는 모르고 있어요. 제 동생 전화번호를 문자로 보내드릴 테니 그쪽으로 전화해 보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서둘러 건조하게 전화를 끊고 문자를 한 통 넣고는 다시는 연락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던 그 사모님께 그로부터 이 주가 지나기도 전에 애이는 다시 얼굴이 화끈거림을 느끼며 전화를 걸어야 했다.


"안녕하세요 사모님. 저는 김경연 씨 딸이에요. 병원 다녀오셨어요? 네, 감사합니다, 다름 아니라 그 병원 이름 좀 여쭤보려구 전화드렸어요.... 네, 네. 죄송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요양보호사 아주머니가 알려준 병원 이름은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도 정확하게 나오지 않았다. 분명 동생이 모시고 올라갔던 그날은 너무 건강했고, 만약 병원에 모셨어도 집 근처로 갔을 텐데, 요양보호사 아주머니가 알려준 곳을 검색하니 전혀 다른 동네가 나와서, 창피하고 싫었지만, 사모님께 전화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애이는 절대로 동생들과의 연락은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지 오래였다.

두 가지를 들킨 것이 엄마에 대한 걱정만큼 부끄럽고 괴로웠다.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신 사실을 달이 한 달이 지나도록 몰랐다.

동생과 의절하고 산다.

'나는 도둑질을 하다다 들킨 것처럼 부끄러워 당분간은 이 동네를 낮에는 걸어 다니지도 못 할 것이다.'

'자그마한 시골 동네에서 내가 천하에 둘도 없는 나쁜 년이 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