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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란도나츠 Aug 23. 2024

옆자리 후배가 나보다 월 300 더 받는 걸 알아버렸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현실에서는 가당치도 않은 그 말.


실화다. 직접 겪은.

아마 명절 수당 같은 게 나오는 달이었다면 격차는 더 벌어졌을 거다. 작은 회사도 아니고,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겠느냐고? 물론이다.


이런 일을 나는 수도 없이 겪었다. 처음에는 내가 그쪽 급한 사정도 모르고 지레 겁먹어 백만 원대의 실로 값싼 월급을 불렀기 때문이다. 어째 사장이 월급을 듣자마자 한 번에 사인을 했다. 각자 연봉을 계약하는 방식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나보다 일을 덜 하는 후배는 나보다 백만 원 정도 더 불러서 그만큼 받고 있었고, 선배는 나보다 350만 원을 더 받았다. (아참, 타향살이 중이었고 나만 외노자 신분이었다는 말을 내가 했던가?)


두 번째는 타사 선배가 물어봐서 내가 순순히 알려줬다가 바로 옆에 앉아있는 자기 회사 후배보다 내 월급이 100인가 200인가 낮다고 귀띔해 줘서 알게 됐다. 그 선배는 "우리 회사 오면 너 부자 되겠다"라고 했다. (그 말을 듣자 내가 측은하게 느껴졌으며, 그 자리에서 알고 싶은 내용은 아니었다.) 세 번째는 타사 사람들과 월급을 비교해 보다 알은 정보를 굳이 선배가 나한테 공유해 줘서 알았으며 (이 또한 나는 알고 싶지 않았다. 이제 이런 일이 익숙해져서 150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는 데에 안도했다.), 네 번째는 그냥 후배가 생각 없이 본인의 과소비를 한탄하다가 300 정도 차이 난다는 걸 대충 눈치를 채게 됐다. 매번 그런 게 아니라며 얼버무렸지만, 그때서야 알았다. 내가 동일임금 동일노동을 글로만 써왔지 경험해 본 적은 없다는 걸.


어떻게 했느냐고? 아무것도 안 했다. 월급 적게 받는 게 뭔 자랑이라고 말을 하냔 말이다. 그저 먹고사는 게 빠듯하지 않으니 버티면서 회사를 다녔다물론, 요즘 직장인 다 그렇듯 사직서를 품에 안고 이력서를 여기저기 내면서 말이다. (부장이 이 글을 내가 쓴다는 걸 몰라야 할 텐데.)


물론 내가 높았던 적이 없느냐면 그런 것도 아니다. 내가 9-6 하는데 매일 야근하고, 점심도 제대로 못 먹는 같은 회사 사람보다 내가 150은 더 받는 걸 눈치챈 적도 있다.


어떻게 했느냐고? 아무것도 안 했다. 일 적게 하고 월급 더 받는 게 뭔 자랑이느냔 말이다. 이 사람도 나에게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퇴사하고 일 년쯤 뒤에 연봉 높여서 다른 회사를 갔다고 들었다.)


그런데 나는 그 회사도 퇴사했다. 심지어 내가 일한 회사 중에 그곳을 가장 짧게 다녔다. 나에겐 월급을 적게 받건 많이 받건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일 많다고 불평불만을 하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리라! I have a dream(나는 꿈이 있다.)을 동료에게 외치며. (영화 맘마미아에 나오는 동명의 노래도 불러 주었다. 이 정도 쓰면 누가 쓴 지 눈치챌 것 같다.) 그렇게 또다시 호구 잡혀서 후배보다 월 300 적게 받는 회사에 기어들어온 것이다. 면접 과정에서 꿈을 찾아왔다고 했으니 을인 나에게 회사는 연봉협상 과정을 주지 않았다. (물론 후배보다 300이나 적게 받게 되는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늘 말로는 호구 잡히지 않겠다고 하면서 역사적으로 호구 잡혀온 나의 호구력은 이제 모두가 위 글을 토대로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요새 가장 호구처럼 하는 일이 뭔지 아는가! (이미 당신도 알고 있다.) 바로 이 글을 쓰는 것이다. 그나마 회사에서는 내가 글을 쓴다고 푼돈이나마 쥐어주었지, 이 글은 어느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열려있고, 읽는다고 돈을 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나는 무지막지하게 성실하다. 얼마 전에 시작하기는 하였지만 월, 수, 금 한 주에 세 번이나 쓰는 연재를 한 번도 밀리지 않았다. 기자는 매일 기사 한 편은 마감해야 하는 일이다. 마감시간에 익숙한 내가 연재를 밀린다고?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 심지어 브런치는 연재일을 설정해 두면, 전날 매일 알림을 띄운다.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라는 내용의. 그러니까 내가 불성실하게 썼다가는 내가 그만두겠다고 하기도 전에 나를 작가에서 잘라버릴 것이다! 어떻게 얻은 '작가님'인데 잃을 수는 없다. (아참, '월수금 연재'는 누가 시킨 건 아니고 호기롭게 내가 직접 연재 첫날 설정해 둔 것이다. 후회하고 있기는 한데, 어떻게 바꾸는지도 모르고 알아보기 귀찮기도 해서 그냥 글을 쓰기로 했다.)


어쨌든 돈으로 연결되면 좋으련만, (돈을 받을 있는 길, 예를 들면 책을 쓰거나 하는 방법도 있는데 아직 내게 열려있는 길은 아니다.) 여건이 받쳐주지 않으니 싼 값에 노동력 바쳐 글이나 계속 쓰는 수밖에.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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