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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숙 Dec 05. 2023

희망


희망    

 


뒤돌아서서 너는 나를 보았다

언제부터 되돌아갈 것을 염두에 두었나

마른 빵 부스러기를 조금씩 풍경마다 흘리며 

일요일의 사람들처럼 거리를 헤매며   

   

우리는 뿌리 째 병들어 쓰러지는 나무의 영혼을 가지게 될 거야     


숲으로 더듬더듬 걸어 들어갔던 네가 

한참 후에야 돌아왔다    

  

얼굴에 붉은 칠을 한 채 

억새 한 움큼으로 만든 꽃다발을 내밀었다    

손바닥이 다 베일 정도로 충분했다

    

그래, 걱정할 것 없다

다음 계절이면 검은 버찌를 툭, 떨어뜨리며 

혀끝을 검붉게 물들일 우리들의 이야기가 

가지마다 하얗게 피어날 테니 

언제나 처음인 듯   

   

약속하지 않은 약속의 장소를 향해 

간혹 그림자를 조금씩 겹쳐가며 걸었다

그게 무언지도 모르면서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슬픔의 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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