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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숙 Dec 05. 2023

그림자의 형태

그림자의 형태     


      

  그 나무는 죽은 늑대의 부러진 다리뼈 같기도 하다

  잃어버렸거나 거리에 버려진 것들 축축한 코로 킁킁거리며, 살아서 쓰러진 것들의 등에 묻은 절망의 온기 핥으며, 신의 썩은 거짓말이나 주워 먹으러 다니던 


  먼 여행에서 돌아오고 있는 이의 눈빛처럼 낡고 텅 빈 달을 모자처럼 쓰기도 한다   

 

  우리 어디서 만나지 않았나요? 모르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여행중인 사람들 틈에서 순서대로 가이드가 든 카메라를 보던, 웃는데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점점 완성해 가는   


  뿌리째 뽑힌 나무가 쓰러져 있는 풍경은 이상한 꿈같기도 해서  

  나는 긴 겨울밤처럼 그 나무에 대해 생각한다   

 어쨌든 다행이지, 마지막 순간 나에게 요구할 것은 오직 하나일 테니 그리고 그걸 나는 분명히 가지고 있으니 


  비는 건조한 산문문장처럼 오기도 한다  

  그래도 봄은 오고 비에 씻긴 아침 숲 공기는 차고 맑고 

  이따금 몸을 쭉 펴기도 하며 걸으면 시냇물을 타고 어디론가 흘러가는 구름들     


  막 움트는 어린 싹을 오래 바라본다, 깊은 어둠의 상자 열쇠구멍 들여다보듯 


  이토록 생생할 수 있다니! 

  나는 문득 소스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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