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적인 직장, 어떤게 행복할까?
28살 사춘기(저자 최병기님) 책 내용 일부를 옮긴 글입니다.
다음날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이 종이를 하나씩 나눠 주었다.
“자 다 받았지? 작성해서 앞으로 제출하도록 해.”
1. 장래희망 :
2. 가고 싶은 학교 :
3. 가고 싶은 학과 :
4. 10년 뒤 나의 모습 :
“뭐야 이거 아직도 이런 걸 써야 하나.”
나는 종이를 받아 내용을 보자 시큰둥 했다. 장래희망이라니 초등학생 이후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때는 되고 싶은 게 많기는 했다. 과학자가 되고 싶었고 의사나 변호사가 되고 싶기도 했다. 세상에 온갖 멋져 보이는 직업은 다 꿈꿨던 것 같다. 철이 없을 때니까.... 지금은 감히 그런 생각을 못 한다. 의사라니 반 10등 안에도 못 드는 나로서는 말도 안 되는 꿈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쓸 게 없어 펜만 돌리고 있다가 다른 애들은 뭐라고 적었는지를 궁금하여 앞에 않은 친구에게 물었다.
“야 넌 뭐라 적었냐?”
내 앞에 앉은 반장이 말했다.
“공무원이지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공무원이 최고야. 잘릴 걱정 없고 년 수만 채우면 호봉도 올라가 월급도 올라가 거기다 연금도 확실하니 직업으로는 딱 맞지”
그 말을 들은 옆에 앉은 반장 짝 재용이가 말했다.
“야 그래도 대기업이 낫지 공무원 월급 얼마나 한다고 난 대기업에서 몇 년 일하고 퇴직금 받아서 사업이나 하련다.”
“헛꿈 꾸네 네 성적에 대기업이 가능은 하냐? 사업은 또 아무나 하냐 나중에 돈 꿔달라고 전화나 하지 마라”
“뭐 이 자식아?”
한마디 던지니 앞에 두 놈이 자기들끼리 다투고 앉아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이번엔 옆에 영욱이가 쓴 내용을 힐끗 봤다. 영욱이는 이미 다 작성하고 딴짓을 하는 중이었다.
1. 장래희망 : 기타리스트
2. 가고 싶은 학교 : 한국예술대학
3: 가고 싶은 학과 : 실용음악학과
4. 10년 뒤 나의 모습 : 국내 기타리스트 TOP3
“올~ 뭐야 네 꿈이 국내 TOP3야?”
“원래 목표는 크게 갖는 거야. 까짓거 10년이나 연습할 텐데 못하겠냐?”
영욱이는 항상 자신감에 차 있었다. 자긴 최고의 기타리스트가 될 거라며 입버릇처럼 항상 말하고 다녔다. 중요한 건 말만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도 한다는 거였다. 처음에는 기타 조율도 못 맞췄지만 지금은 기타를 모르는 내가 봐도 연주를 제법 잘 한다. 그렇게 옆에서 점점 발전하는 영욱이의 모습은 보면 멋있기도 하고 나는 그동안 뭐 했나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꿈이 있고 노력하는 모습이 나와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자극은 받았지만 없던 꿈이 갑자기 생기는 건 아니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나도 공무원이라고 적고 대학교도 그냥 집에서 가까운 대학을 적어서 제출했다.
“종운아 다음 너 오래”
알고 보니 담임선생님이 진학 상담을 하기 위해 유인물을 작성하라고 한 것이었다. 나는 교무실 문을 열고 담임선생님 자리로 갔다. 선생님은 나보고 맞은편 의자에 앉으라고 하시고는 내가 제출한 유인물을 보며 말씀하였다.
“종운이는 꿈이 공무원이네? 공무원은 시험에 합격하면 되는 거라 대학은 안 가도 되는데, 요즘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공무원 되는 학생들도 많거든 근데 대학은 또 00대학교를 적었네? 대학도 가고 싶은 거니?”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하였다.
“네, 그래도 다들 대학은 가니까 저도 졸업장은 있어야 할 거 같아서요.”
“그래? 그럼 공무원 준비는 대학 다니면서 할 생각이야? 아니면 졸업하고?”
상담할 줄 모르고 대충 적은 내용을 꼼꼼하게 물어보니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선생님께 솔직하게 말했다.
“사실 잘 모르겠어요.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고 싶기도 하고 아니면 대학에서 스펙을 쌓아 대기업에 취직해서 돈도 많이 벌고 싶은 것 같기도 하고요. 아직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선생님은 내 말을 듣고 나를 쳐다보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벌써 고3인데 꿈이 없으면 어떡해 남들은 자기가 가고 싶은 학교, 학과를 벌써 다 정해놔서 그에 맞춰서 노력하고 있는데 말이야. 아지 목표가 없으면 남들보다 뒤처지기 마련이야. 영욱이를 보렴. 영욱이는 꿈이 확실해서 차근차근 준비해 가고 있잖니? 종운이도 잘 한번 생각해봐 19년을 살면서 좋아하거나 잘하는 거 하나쯤은 있을 거잖아 종운이는 뭘 제일 잘해?”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남들보다 자신 있게 잘 한다고 할만한 것이 없었다. 게임을 좋아하긴 하지만 선생님께 ‘저는 게임을 좋아해요. 프로게이머가될 거예요’ 라고 말하기는 약간 민망했기 때문이다. 내가 우물쭈물하자 선생님도 더 할 말이 없으신지 곰곰이 생각해 보라며 이제 가보고 다음 재용이를 불러오라고 했다. 나는 꾸벅 인사를 하고 교무실 밖으로 나갔다. 상담하고 나니 가슴 속에 응어리가 생긴 듯 답답함을 느꼈다.
‘나는 왜 꿈이 없을까?’
평소 꿈이 없다는 것에 의식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3이 되고 친구들은 기타리스트, 공무원, 대기업 취직 같은 확실한 목표와 꿈이 있는데 나만 없다고 생각하니 나 자신이 하찮아진 것 같았다. 더불어 나는 그동안 뭘 하며 살았고 앞으로는 뭘 하며 살까 한숨만 깊어지는 하루였다.
(대학 졸업 후, 회사)
“왜 무슨 고민 있냐?”
정우는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더니 한숨과 함께 연기를 내뿜으며 말을 했다.
“사실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내 예상이 적중했다. 이쯤 되는 신입사원이라면 당연히 하는 고민일 줄 알았다.
“왜? 회사 일이 적성에 안 맞아?”
“맞는 건지 안 맞는 건지 모르겠어요. 저도 성공한 사람들처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데 제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퇴사를 하고 다른 일도 한번 해보면 어떨까 생각도 해보고 있어요.”
“그럼 퇴사해.”
나는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그럼 당장 생활비가 없잖아요. 그리고 다른 일을 해봤다가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맞았던 거면 어떡해요.”
“그럼 계속 다녀.”
다시 간단명료하게 대답하자 정우는 답답한 듯 말했다.
“아 선배 좀 진지하게 상담해줘요. 저 어떡하죠?”
나는 장난기가 어린 말투를 접어두고 진지하게 조언을 해주었다.
“너는 내가 퇴사하라고 하면 퇴사하고 그냥 다니라고 하면 다닐 거야?"
“아니 그건 아니지만.... 조언을 주시면 제가 생각을 더 해 보겠죠.”
“맞아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선택은 네가 하는 거야. 꿈을 찾으러 갈 수 있고, 지금 현실에 만족하여 살 수도 있지. 정답은 없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 말이야. 사람마다 그 기준이 다르거든, 누군가는 꿈을 이루는 삶이 될 수도 있지만, 돈이 될 수도 가족이 될 수도 안정적인 삶을 원할 수도 있지. 어떤 게 좋고 나쁜 게 기준이 아니야.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기준이고 정답이야. 그래야 자신이 행복할 수 있거든. 남들이 정해준 기준에 살게 되면 잘못 되었을 경우 남 탓, 사회 탓을 하게 되지. 하지만 내 행복을 기준으로 한 선택은 남들이 뭐라 해도 흔들리지 않아 지금 내가 행복하니까 말이야.”
- 평범하게 대학교를 졸업하고, 흔한 월급쟁이가 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인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살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 대표 저서 : 28살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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