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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못소 Jan 13. 2018

한 통의 편지

제 6 회 글못소의 날 : 감사편지


  

prologue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누가 보냈는지 이름은 적혀 있지 않습니다. 호기심에어 본 편지에는 내 칭찬과 감사하다는 인사가 적혀 있었습니다. 

갑작스런 편지에 써진 감사 인사. 감사 편지를 받은 하루는 어떤 날이 될까요?



* 작가 한마디 * 


[한 통의 편지] 김자현 작가 

: 실제로 감사 편지를 받아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못소의에는 감사 편지를 받은 날의 하루를 이야기로 적어 보았습니다.


[팬레터] 최병기 작가 

: 저는 이번 글못소의 날에 코믹 장르를 도전해보았습니다. 연예인에게 보낸 팬레터가 동명이인인 나에게 도착한다면, 재미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한 통의 편지

 



“하소동입니다.”


 버스기사님의 목소리에 짐을 챙겨 버스를 내렸다. 내리자마자 서울보다 찬 공기가 콧속으로 들어왔다. 서울과 제천의 온도 차이를 느낄 때마다, 두 도시의 거리가 새삼멀게 다가온다. 버스로는 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인데, 온도는 실제 거리는 훨씬 멀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다. 


서울보다 찬 공기는 아파트로 들어선 순간 사라져 버린다. 내가 서있는 도시가 어디인지 알려주던 공기가 사라진 건 아쉽지만, 집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따스한 공기에 얼어있던 몸이 편하게 풀렸다. 


습관처럼 우편함을 훑으며, 엘리베이터를 향하는 발걸음이 멈칫했다. 흰색 봉투만 들어 있던 우편함에 분홍색 봉투가 들어있었다. 공과금이나구청에서 보냈을 리 없는 편지 봉투 색에 끌려, 엘리베이터 문을 닫히는 것도 모른 채, 우편함으로 다가갔다. 

[김자현 대표님께] 

분홍색 봉투 위에는 손으로 쓴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손편지를 받을일이 없는데, 무슨 편지지를 고민하다, 떠오른 얼굴이 있었다. 

[권희선] 

발신자를 적는 곳에는 내가 떠오른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한달 전에 서울에서 나눴던 잊고 있던 대화가 선연히 떠올랐다. 


‘그럼 우리 부모님께 써주세요!’


순간의 호기심으로 던졌던 말의 결과가 손편지로 돌아왔다. 




“엄마, 엄마한테 편지왔어.”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엄마한테 편지지 한 장을 주었다. 50대중반인 엄마는 손글씨로 쓴 편지에 신기해하며, 읽으려고 미간을 찌푸렸다. 


“야, 근데 무슨 글씨를이렇게 작게 썼어. 뭐라고 쓴지 하나도 안 보인다.”

“엄마, 내가 돋보기 앱설치해 줬잖아. 아니면 돋보기안경 갔다가 줄까?”


나는 말하면서 이미 돋보기안경을 찾고 있었다. 분홍색 봉투 안에 들어있던 편지지 3장 중 한 장의 주인인 엄마에게 편지를 줬지만, 엄마가읽기에는 글씨가 작았다. 


“손편지 진짜 오랜만이다. 너희초등학교 때 어버이날마다 써서 받았었는데.”

“맞네. 초등학교 때는학교에서 편지 쓰라고 했었지. 그때 쓴 편지는 어디 있어? 집에있긴 한가?”

“당연히 갖고 있지. 너랑오빠가 쓴 편지 다 모아서 갖고 있어.”


초등학교 때는 어버이날이면 편지를 썼던 것 같다. 내용은 뭐라고 썼는지기억이 나지 않지만, 학교에서 쓴 편지를 받아서 조용히 읽던 부모님 모습은 문신한 것처럼 여전히 기억에남아 있다. 편지를 다 읽고, 편지를 잘 둬야 한다며, 서랍에 넣는 모습까지 그대로 머리에서 재생되었다. 내가 초등학교때는 안경 없이 편지를 읽던 부모님은 지금은 안경없이 편지를 읽기 힘든 나이가 되셨다.


“아빠, 아빠 편지도 있어.”


안방에서 핸드폰 게임을 하는 아빠한테도 편지와 돋보기안경을 같이 주었다. 아빠는말없이 편지를 읽었다. 다 읽고 나서 감흥을 물어도 별말 없이 편지만 고이 접어서 서랍에 정리했다. 어릴 때는 무뚝뚝하고, 말 없는 아빠를 보고 편지에 관심이 없는지알았었는데, 20대 후반이 된 나는 더 추궁하지 않고 안방에서 나왔다.어릴 때는 보지 못 했던 아빠 얼굴에 은은히 머물던 미소를 보아서, 말을 듣지 않아도 괜찮았다. 


“누가 이렇게 예쁜 편지를 썼어? 너무고맙다.”


엄마와 아빠에게 준 편지를 읽지 않았지만, 어떤 내용이 쓰여 있는지는알 것 같았다. 


‘음 아빠는 상의도 없이 퇴사하고 제천으로 내려온 나한테 화내지 않고, 이해하고믿어줘서 고마웠어요. 엄마는…… 제가 독립한 지 9년 만에 다시 집으로 들어간 거니까. 내 밥 해주고, 빨래도 해주고, 이런 뒤치다꺼리를 해줘서 고맙죠. 그래도 같이 살아서 좋다고 말해주는 것도 고맙고. 그냥 다 고마운것 같아요.’


한 달 전에 말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감사의 글을 쓰지 않았을까? 내가 주인이 아닌 편지의 내용의 자세한 내용이 궁금했지만, 내가주인이 아니기에 가만히 상상해보았다.  


“우리 딸 밖에서 잘하나 보네.”


편지를 쓴 건 내가 아니지만, 엄마는 편지의 고마움을 내 칭찬으로끝냈다. 


순간의 호기심으로 했던 말이 손편지가 되어서 돌아오고, 내가 쓰지않았지만 내가 가진 감사의 마음과 손글씨 주인의 감사함이 더해진 편지는 부모님의 서랍 속으로 들어갔다. 그서랍 속에는 내가 썼던 편지와 오빠가 쓴 편지가 있다. 그리고 오늘 부모님은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대전에 사는 어떤 간호사가 쓴 편지가 서랍에 들어갔다. 


나는 부모님이 받은 편지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는지 모르지만, 소중히서랍에 보관할 만큼 귀한 편지임을 감정으로 느낄 수 있었다. 



[김자현 대표님께] 

분홍색 봉투에 들어 있던 세 장 중 마지막 한 장이 내 손에 남았다. 나는부모님 것만 부탁했지만, 돌아온 편지에는 내 이름이 적힌 편지가 하나 더 들어 있었다. 


…대표님을알게 돼서 저는 너무 감사합니다. 글을 쓰면서도 막막하기만 했던 소설을 쓰게 해주셔서, 또 소설뿐 아니라 일상생활까지도 세심하게 걱정해 주고, 조언도 해주시고, 그때마다 감사하다는 표현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사해요. 매번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답니다.

“잘하고 있어요.”, “힘들 땐 쉬어요.”라는 말들이 그때마다너무 와닿고 정말 저도 모르게 힘이 난답니다. 대표님과 얘기하기 전엔 소설 쓰기도 막막한데 매던 대표님과얘기하다 보면 답을 찾고 어느새 소설을 쓰고, 완성하는 제가 신기할 뿐이랍니다. 대표님을 알게 돼서 너무 기쁘고 감사해요. 앞으로도 함께 해 주실 거죠? 정말감사합니다.

오늘도좋은 하루 되시길! ^^

- 2017. 10. 24 권희선 –


읽으면서 새삼 ‘내가 다른 사람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이렇게 많이받아 본 적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이감사의 보답하기 위해, 지금 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어의 please가 마법의 단어듯이, ‘감사하다’는 말은 한국어의 마법의 단어 같다. 감사 인사를 받으면 기쁨과 감동 그리고 위로의 감정이 일어나 눈시울을 붉게 만들고, 내가 감사하다고 말하는 순간 좋아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었다는 고양감이 들고, 감사 인사를 한 자신도 행복해지니까 말이다.



‘어떻게 지내세요?’

‘요즘 감사 편지를 쓰고 있어요.’

‘감사 편지? 그게 뭐예요?’

‘감사한 분에게 감사하다는 편지를 써서 보내는 거예요. 감사한 분들은많은데, 표현한 적은 없는 것 같아서, 편지를 쓰기 시작했어요. 대표님도 주변에 감사하지만, 표현을 못 했던 사람이나 감사함을 말하고싶은 사람 있지 않으세요? 있으면 제가 대신 써서 보내 드릴게요.’

‘그럼 우리 부모님께 써주세요!’


가벼운 마음으로 뱉었던 말이었다. 큰 기대감도 없었고, 순간 호기심이 솟아 부탁했던 말이었다. 그 말은 감사편지로 돌아왔고, 분홍색 감사편지는 우리 집의 공기를 온화하고 따스한 분홍색으로 물들였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이른 시간에 책상 앞에 앉았다. 책상에서 타자만 치던 내가 종이를 펼쳐서 볼펜 색을 골랐다. 핸드폰타자에 익숙해진 손은 볼펜이 어색하기만 하다. 학창 시절 이후로 오랜만에 쓰는 글씨는 삐뚤삐뚤한 모습으로오랜만임을 입증했다.


나는 편지 접어 분홍색 봉투 안에 넣었다. 이 편지를 받은 사람이나처럼 마음이 분홍색으로 물들기를 바라며, 우체통에 편지를 넣었다.






실제 권희선 작가님이 쓴 편지


'권희선 작가'가 감사 편지는 작가 블로그에서 볼 수 있습니다.

권희선 작가 블로그



글 못 쓰는 소설가, 김자현

- 작가, 강사, 그리고 평범한 사람을 작가로 데뷔시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대표 저서 : [글 못 쓰는 소설가] 외 다수

- 매주 '글 못 쓰는 소설가의 소설쓰기' 강의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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