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되어서 글을 쓰는 '자동 서기' 현상
[자동 서기]라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자동 서기]는 영혼이 다른 사람 몸에 들어가서 글을 쓰는 현상을 말합니다.
저는 오랜 시간 한자리에 앉아서 글을 못 씁니다. 어깨가 뭉치고, 허리가 아프기 때문에 체력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으로 조금씩 글을 씁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대신 글 써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문득문득 합니다. [자동 서기]처럼 남의 글을 타이핑하는 것이 아니라 내 글을 대신 타이핑해준다면, [자동 서기] 현상이 반가울 것 같습니다.
[영혼이 내 몸에 들어온다면] 은 여러 방향으로 풀 수 있는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투깝스]는 혼수상태인 사기꾼의 영혼이 현직 형사에 몸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면서 하면서, 현직 형사와 사기꾼이 같이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드라마는 [영혼이 내 몸에 들어온다면]을 추리, 수사물로 풀어낸 경우입니다.
가끔 작가는 동일한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다른 사람의 작품을 복제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소재라는 건 사람의 경험, 감정, 생각이기 때문에, 비슷한 경험 또는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재만 들었을 때는 비슷할 수 있지만, 글로 푸는 과정에서 작가 자신만의 색이 입혀집니다. 그래서 어떤 작가가 쓰는지에 따라서, 콘텐츠의 색이 달라지는 겁니다. 이처럼 소재가 무엇인지 보다는 작가가 소재를 자기만의 색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실제로 제가 쓴 줄거리를 다른 작가님이 소설로 써서 출판된 경우를 보면, 제가 머리 속에 그렸던 소설이 아닌 집필한 작가의 생각과 말투가 담긴 전혀 다른 소설로 탄생합니다. 내 생각과 다르게 해석된 소설을 볼 때마다 신기하고, 이렇게도 해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합니다.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미지의 소재를 찾고 싶어서 고민 중이라면, 그 고민보다는 기존 소재를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법을 고민하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그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제가 쓴 줄거리를 활용해보세요. 분명 제가 쓴 이야기이지만, 작가님의 색이 입혀져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걸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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