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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첫 기일이 다가오고 있다.

버티고 견디며 살아가는 중입니다

by 생각책가방


단풍이 예쁘다.

하늘도 예쁘다.


가을이다.


'작년에도 가을이 있었나?, 단풍이 졌었나?' 답을 알고 있는 질문이 떠오른다.

그런데 기억은 나지 않는다.


작년은 어쩐지 온통 차가운 날들만 있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아빠가 눈을 감았던 12월의 온도처럼.






아빠가 돌아가시고 몇 달 후, 살기 위해 견뎌내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글을 쓰기로 했고, 그러다 보니 밖에 있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갔다.


슬픔은 곡선처럼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듯했다.

매일 아빠 생각이 났지만, 덜 우는 날도 있었고 그럭저럭 견딜 만한 날도 있었다.


후텁지근했던 여름이 지나고 선선해지던 어느 날부터,

소리 내어 우는 날이 다시 많아지기 시작했다.

길을 걷다가 엉엉 울기도 했다.


슬픔이 다시 정점을 향해 올라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강한 상실감이 몰려왔다.


'좀 나아지는 것 같았는데... 왜 이러지?'


차가운 공기 속에서 기일이 다가옴을 깨달았다.


아빠가 괴로워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작년 이때가 아빠 돌아가시기 한 달 전이네.


종양내과에서 마지막 진료를 봤었지.

이맘때쯤 섬망 증상이 시작됐지.

이맘때쯤 응급실에 갔지.


이후로 완화의료센터에서 연락이 왔지.


기억은,

아빠가 눈을 감던 날로 이어졌다.






이맘때쯤...

이맘때쯤...


과거의 장면이 살아있는 것처럼 머릿속을 움직이며 떠다닌다.

흘러내리는 눈물이 많아져 글을 쓰다 멈추기를 반복한다.


때로 글이 나를 더 괴롭게 한다.

힘든 기억이 더 또렷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글쓰기를 멈출 수가 없다.

이것 말고는 버티고 견디며 살아가는 방법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맘때쯤...

이맘때쯤...


다시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계절은 반복되지만, 아빠는 돌아오지 않는다.

시리도록 아픈 사실에 마음이 미어진다.


아빠가 그립다.


기일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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