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차가운 어깨
인 간의 몸 중에서는, 팔다리나 손가락처럼 기능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주 목적인 부위가 있지만, 어깨는 골격을 받쳐주는 것 말고는 얼핏 많이 쓸모 있는 것 같지 않은데도 이상하게 참 많은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한국어로도 기죽었다고 하면 움츠러진 어깨를 떠 올리게 되고, 반대로 기를 피라고 하면 어깨를 펴는 동작을 하게 된다. 자랑스럽다는 표현으로 어깨가 으쓱하다고 하고, 누군가가 든든하다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서 자연스레 어깨를 툭툭 치기도 한다. 깡패를 옛말로 '어깨'라고 했듯이 넓은 어깨는 힘의 상징이기도 하다. 기계가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어깨로 짐을 더러 짊어지기도 했는지 모르지만 사실 요즘에는 실제로 어깨를 쓸 일이 별로 없는데도 그렇다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어깨는, 힘보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로도 쓰인다. 누군가에게 쌀쌀맞게 대하는 것을 give someone the cold shoulder 차가운 어깨를 준다고 하고, 누군가에게 의지가 된다는 것을 be a shoulder to cry on (기대어) 울 수 있는 어깨가 되어준다고 하듯 말이다.
shoulder은 동사로, 무언가를 어깨로 짊어진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앞으로 나올 많은 몸의 부위 사용법(?!)이 그럴 것이듯이, 실제로 뭔가를 어깨에 짊어지는 것에도 해당되지만, shouldering expectation 기대를 어깨로 짊어지다, 는 식으로 은유적으로도 쓰인다.
어깨로 밀어붙이는 것은 shove를 쓰는데, 상황이 긴박해졌다, 더 이상 살살해서는 안된다, 압박이 강해지는 것을,
When push comes to shove 직역으로, 미는 것을 넘어 어깨로 밀어붙이게 되면, 이라고 한다.
보통 실제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그래서 뭔가 더 열심히 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을 말한다.
어깨를 으쓱한다는 말은 Shrug인데, 먼저, 영어로는 이 어깨가 '으쓱하다'는 말로 '자부심'을 표현하지는 않는다는 것에 주목하자.
당당하게 어깨를 편다, 는 말은 square one's shoulders, 혹은, draw back one's shoulders, 을 쓰게 된다. 어깨를 네모지게 만드는 모양, 어깨를 뒤로 젖히는 모양이다.
반대로 어깨가 쳐저서 힘이 빠진, 기운이 없는 모양은 droop one' shoulders을 쓴다. droop은 뭔가가 축 늘어진다는 뜻의 말이다. 무거운 열매가 달려 축 늘어진 모양도, 실망 같은 것으로 표정이 축 늘어지는 것에도 쓴다. 게슴츠레한 눈을 droopy eyes 하고도 하는데, 졸려서 그런 것에도 쓰지만 좋아서 헤에 늘어진 눈에도 쓴다. He gave a exppresive shrug 직역하자면 '표현하는 으쓱', 그러니까 '어깨를 의미심장하게 으쓱 했다'는 말만 해도, 구체적인 설명을 달지 않아도 맥락상 '어떤 의미를 가진 동작'이라는 것을 말할 수 있을 정도다.
shrug슈럭, 으쓱, 에는 흔히 얼굴 표정과 맞물려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아무려면 어때, 하는 무관심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 정도 가지고, 대범함
너 따위, 무시
나도 몰라, 의문
그밖에도 shrug의 미묘한 움직임은 쓰임새가 많다.
shrug out of (the gown), shrug off, shrug into 같은 표현을 보면, 옷을 입고 벗을 때 어깨를 움직이는 것을 자연히 떠 올리게 된다. 스웨터 같은 것을 입고 벗을 때는 그렇지 않지만, 실크 가운 같은 것을 벗을 때의 어깨 움직임, 코트 같은 것을 입느라 어깨를 움직이는 그림이 그려져서 좋다. 흔히 어려운 단어나 긴 문장이 나오면 번역하기 힘들 것 같지만, 번역이 힘든 것은 이런 부분들이다. 한국어는 의미 함축적이기 때문에 상투어의 반복이 잦고, 단어 수도 적어서 원문의 미려한 문장을 제대로 살려내기가 힘들 때가 많다. '그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코트를 벗었다'라고 해서는 그 맛이 나지가 않으니까.
참고로, 흔히 한국에서는 볼레로 재킷이라고 하는, 드레스 위에 걸치는 조그만 조끼 같은 것을 Shrug라고 한다. 그런 옷을 걸치는 동작에서 유래되었지 싶다.
어깨를 움직이는 동작에는 또한 shimmy와 sashay가 있는데, 춤 동작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 이 말들은, 섹시하게 어깨를 약간 과장되게 움직이며 걷는 것을 말한다. 쉬미, 싸쉐이,를 동사로 써서, she shimmied into the room.이라고 하면 그 사람이 뚜벅뚜벅 걸어 들어온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걷는 동작에 대한 것만으로도 또 책 한 권이 나올 것 같다) 이 말들은 장난스레 쓰기도 하고 진지하게 쓰기도 하니 그에 따라서 작가의 문체가 결정되기도 한다. 꼬불거린다 wiggle wriggle 말을 어깨에다 쓸 수도 있다. 어깨를 까불까불 거리는 것을 말하는데, 역시 섹시 쪽의 동작이니, 부끄럽다는 의미가 큰 한국어의 '어깨를 꼰다'와는 조금 다르다.
looking over one's shoulder 어깨너머로 본다는 것은, 한국어의 어깨너머로 배운다는 말과는 전혀 상관없이, 뭔가 걱정 되는 게 있어서 자꾸 어깨너머로 되돌아본다는 동작에서 나온 말이다. 한국의 '어깨너머로 배운다'는 말이 실제로 귀신처럼 누군가의 등에 늘 붙어 배운다는 말이 아니라 그저 그렇다는 표현이듯이, 이 말 역시, 걱정되는 것이 뒤에 위치하고 있어서 그런 동작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뭔가 걸리는 것이 있어서 끊임없이 남이나 상황을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겠지만, 어련히 새겨듣고 계실텐데도 내가 이렇게 굳이 부연 설명을 하는 이유는, 바로 내 자신이 이런 은유의 표현을 들을 때마다 글자 그대로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이상한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어깨의 그 '듬직한' 부분은, 흔히 미인 뼈라고 하는 빗장뼈 혹은 쇄골, clavicles 혹은 collarbones이다.
견갑골, 혹은 어깨뼈 ( scapular 팔을 들어 올리면 등에서 만져지는 세모난 뼈로, 이 뼈들의 구조로 인해 팔 돌리기가 가능하다 : 학창시절 근근히 B 받은 인체해부학이 또 이렇게 쓰이고)와 윗팔뼈에 닿아있는 뼈다.
clavicle의 어원은 라틴어로 '열쇠'라는 뜻으로 뼈의 납작하고 긴 모양에서 붙여졌다.
사실 몸의 부위는 라틴어 어원이 재미있는 것이 더러 있어서, 상체는 아니지만 종아리에 있는 두 개의 뼈 중에서 (팔도 그렇고 이렇게 두 개의 뼈가 있음으로써 손목 발목을 비틀 수 있는 구조가 된다) 굵은 것을 tibia라고 하는데, 이는 피리라는 어원에서 왔다고 한다. 오래전 해부학을 하는 사람들은 시적인 사람들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지 모르지만, 실제로 이 뼈를 파서 피리를 만들어 썼다고(말잇못).
또한 골반뼈 pelvis는 그 우묵한 모양에서 라틴어원이 '버켓'에서 왔다. 이걸 가지고는 책 한 권이 나올 정도도 안되지만 무엇보다 실생활에는 별로 쓸모가 없는 단어들이기 때문에 이 정도로 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collarbone이라는 이름은, 마치 컬러, 깃처럼 두 개가 턱 밑에 자리하고 있으니까 붙여진 별칭이다. 어깨는 한국어로는 어깨들이라고 생각하지도 쓰지도 않지만 해부학적으로는 두 개라 복수로 사용되는 수도 많으므로, 용법을 숙지해서 복수를 사용해야 할 때 단수를 써서 한쪽 쇄골을 서운하게 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
shoulder to shoulder 은 어깨가 닿도록 바싹 붙은 것을 말한다.
'같은 어깨 높이' 니까 비슷한 수준을 말하기도 한다. 이런 구조의 표현들은 다른 신체의 구조에도 많아서 앞으로 계속 나올 텐데, 목 이야기를 할 때 살펴볼 neck to neck은 '경쟁' 구도라면 이것은 그냥 '비교'하는 정도고, 팔꿈치로 elbow to elbow라고 하면, 어깨도 아니고 팔꿈치가 닿을 정도라니 심지어 더 바싹 다가앉은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만원 버스를 한국에서는 콩나물시루 같다는 표현을 쓰곤 하지만, 영어로는 like sardines라는 말을 쓴다. 물론 정어리가 특별히 다정하게 붙어있는 것을 좋아하는 물고기라서가 아니라, 통조림에 든 정어리의 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콩나물시루가 뭔지도 모르는 수도 많으니 이럴 때 영어가 참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이제 다음으로, 정어리, 아니 팔꿈치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