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와 물고기
앞서, shoulder elbow는 동사로 쓰면, 어깨로 밀다, 팔꿈치로 헤치고 나가다는 말이 되었는데 hand를 동사로 쓰면 손으로 만지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건네는' 것이 된다.
change hands라고 해도, 뜬금없이 손을 바꾸어 낀다는 말이 아니라 (그럴 리가), 역시 뭔가를 건넨다는 말인데, 주로 money changes hands, 돈을 주고 뭔가 받았다, 돈거래가 있었다, 돈을 주고받았다, 고 해석할 수 있다.
간접흡연 secondhand smoking과 중고품 second hand은 지금쯤은 한국어의 일부가 되었으리라 믿지만, 그냥 중고가 아니라 a hand me down 도, 물려(내려 건네) 받은 것을 말하는 명사이다. Hand-me-down으로 이어 쓰기도 하지만 그냥 써도 무방하다.
손을 써서 만진다는 말을 할 때는, 쓰다듬다는 의미의 pet/pat , stroke, fondle, caress 동사를 따로 쓴다. 동물의 발을 가리키는 paw를 써서 pawing 한다는 말을 쓰기도 하고, 발톱을 사용해서 clawing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돈 욕심을 내거나 추행을 한다거나 하는, 주로 반갑지 않은 '만짐'을 그렇게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손으로 말을 하는 수화手話는 hand language가 아니라 sign language이다.
나도 수화로 영어 알파벳과 한글 알파벳 정도는 익혀두었고, 영어로는 이런저런 기본 단어를 익혀 두었는데, 주변에 수화가 필요한 사람도 없고 그 정도 배워서 자원봉사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지만 수화를 배운 목적에는 사실 조금 구차한 의도도 있었다. 미국 살이 20년, 내가 아무리 영어로 의사소통하는데 이제 불편함이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악센트가 다소 남아있게 마련이고, 그래서, 적어도 수화에는 악센트가 없겠지, 열심히 연습하면 미쿡사람들처럼 수화를 할 수 있겠지, 하는 조촐한 꼼수였던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어딘가에서 수화 역시 태생으로 배운 것이 아니면 절대로 똑같이 자연스럽게 쓸 수 없다는, 즉 수화에도 악센트가 있다는(!!) 말에 좌절하고 관둔 슬픈 사연이 있다.
하지만 손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은 수화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손을 공중에 손을 던져 올리는 모양은 무엇이 뜻대로 안 될 때 좌절스레 포기하는 동작이다.
she threw up her hand 그는 손을 허공에 던졌다.
what? whatever!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팔을 얘기하면서 다시 얘기하겠지만 팔을 던져도 비슷한 뜻이 된다. she flung her arms up.
He ran a hand across his mouth. 그는 손으로 입을 비볐다. 는 말만 보아도, 그가 뭔가 긴장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손으로 뭔가의 표면을 쓰는 것, 쓰다듬는 것에 run이란 동사를 쓴다는 것도 알아두자.
또한, 손을 타인의 어깨나 손에 얹으면 위로나, 이해, 격려, 등의 의미가 된다. 이 때는 lay, put 이라는 동사를 쓰고 손을 잡는 것은 hold, take 를 쓰면 되겠다.
인사로 팔을 들어 손을 흔드는 것은 wave를 써서, waving a hand다. 물결처럼 흔드는 것이다. 악수는 shake 니까 차이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손을 흔든다는 것은 인사 외에도, She waved her hand at the stairs. 그는 계단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즉, 어떤 물건이나 장소를 넌지시 가리키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손을 한 번 휘젓는 것, 아 됐거든! 하는 식으로 shrug의 한 의미처럼 일축해서 부인하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She denied it with a wave of the hand. 그는 손을 흔드는 것으로 부인했다.
맥락으로 뭘 물었는데 갑자기 인사를 하고 가 버리는 게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질문을 하려고 손을 드는 것도 raise a hand (up)이고, 선서 같은 것을 하려고 손을 드는 것도 raise a hand지만, 문맥상 폭력을 행사하려 든다, 그러니까 한국식으로 말하면 '손을 댄다'는 뜻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유의하자. 처음에 미국에 와서 calling a name이 욕을 한다는 말인 줄 모르고 이름을 부르는 것이 뭐가 문제지, 하고 어리둥절했던 생각을 하면 얼마든지 조그만 차이로도 큰 오해를 살 수도 있다.
반면, she raised a claming hand. 직역으로, 그는 진정시키는 손을 들었다. 진정하라는 손동작을 취했다.라고 하면, 주로 마피아 영화에서, 잡아 온 사람이 건방지게 굴어서 ( 이런 영화에서는, 잡혀 온 사람은 맞을 줄 알면서도 꼭 건방지게 굴고, 맞아서 피를 흘리면서도 씩 웃는다) 부하 중의 하나가 때려주려고 할 때, 보스가 멋지게 손을 드는 장면을 떠 올리게 된다.
요즘에는 사이좋은 냥이와 멍뭉이도 많지만 예전에는 개와 고양이가 사이가 안 좋은 이유는 그 두 종의 바디 랭귀지가 정반대라서라는 학설이 있었는데, 같은 손동작인데도 이렇게 의미가 다 다르니, 지구의 평화가 오지 않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러니, 얼핏 들어서는 애초에 의미를 잘 모르겠는 손동작들도 조금 알아보자.
정중하게 대한다는 말 중에 hat in hand. 손에 모자를 든다,는 귀여운 표현이 있다.
물론 실제의 모자 같은 것은 머리에도 손에도 없을 수 있지만 그런 제스처를 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귀여운 말이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미리 용서를 하고 싶어 진다. 하지만 그렇게 모자는 손에 들었지만 악수를 하는 손이 dead fish handshake여서는 안될 것이다. 힘 있고 따뜻하게 잡는 것이 아니라 차갑고 축 늘어진 손으로 하는 악수를 가리키는 말이다. 죽은 물고기 같은 손이라니 비유라도 냄새도 날 것 같고 정말 너무하다.
with an iron fist/hand, 쇠주먹으로 다룬다고 하면 엄청나게 아플 것 같은데, 실제로 때린다기보다는 주로 독재자가 엄격한 법으로 다스리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주먹은 때리려고 쥔 주먹이 아니라 쥔 손아귀 쪽이다. 권투장갑을 끼어도 아픈데 쇠주먹이라면 앞 뒤 보지 않고 도망가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그렇다면 손을 마주 비비는 동작을 하는 것은 무슨 감정일까.
한국말로는 손을 비빈다고 하면 잘못했다고 비는 동작이다. 하지만 영어로 rubbing (one's) hands, 뭔가를 곧 손에 넣게 되어 흥분되는 상황을 말한다. 스크루지처럼 손을 마주 비비며 oh boy oh boy, 킬킬거리는 모습이다.
가까운 사이를 말하는 rubbing elbows 팔꿈치 비비기는 '다른 사람과'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나타내고, 손은 '자기 혼자' 두 손을 마주 비비는 것이라는 것도 흥미롭다. 본인의 두 팔꿈치를 마주 비비게 되는 위치에 팔꿈치가 놓이지 않기도 했지만(!), 뭔가를 손에 넣는다는 것은 넣기도 전부터 '손'을 근질거리게 하는 것인가 보다.
그렇다면, 누군가 손에 기름칠을 해주면 글쎄 기분이 어떨까?
grease one's palm/hand이라면, 기름을 발라 손(바닥) 마사지라도 해주는 것이 아니라 뇌물을 주거나,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을 이른바 '기름 친다'는 의미인데, 기름을 손(바닥)에다 발라서는 누구도 별로 좋아할 것 같지 않지만, 전체 돌아가는 걸 매끄럽게 한다는 뉘앙스일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오일을 발라 손 마사지를 해줘도 잘 보일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그런 거래를 하는 사이라면 손을 주무르고 있는 사이는 아닐 것이다. 기름에 해당하는 말은 oil, fat, lard 등이 있지만 이 중 grease는 주로 기계를 잘 '돌아가게 하는' 미끄럽고 끈적한 '윤활유'를 말한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차에 넣는 석유는 오일이 아니라 가솔린에서 나온 gas를 쓴다. 20년 전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주유소를 gas station이라고 하고, gas를 넣는다고 해서, 미국에서는 나 모르는 사이에 다들 차 뒤에 한국 영업용 택시처럼 프레온 가스통을 하나씩 달고 다니는 걸로 바뀐 줄 알았다.
바람직한 사회는 따로 기름 칠 필요 없이 누구나 공정하게 꿈을 이루는 사회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나 원한다면 적절한 임금으로 건강을 해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livign from hand to mouth인 사람들이 많아진다. 손에 든 것이 바로 입으로 다 가고 마는 것, 저축할 것도 없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것을 말한다.
누구를 시키거나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권리를 찾아보려고 하다가 안되면, 안 되겠다, 내가 직접 나서야지 하고 팔을 걷어붙이게 되는데, 그것을 take the matter into own hands 직역으로 일을 직접 손에 든다고 한다. 법에 호소하다 안되면 직접 응징하는 것을 vigilantism '자경'이라고 하고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을 vigilante 비절란티라고 한다. 세상이 흉흉하고 공권력을 못 믿게 되면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게 된다. 영화에서 자식의 원수를 직접 보복하러 나서는 어머니상 같은 것을 보면 속이 후련하기도 하지만 엄연히 이것은 불법이다. 공권력을 믿고 일을 직접 내 손에 놓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거창한 개혁보다 사회의 기반이 되는 노동자의 안전과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라면 hands down '단연' 최상의 사회일 것이다.
e.g. She is hands-down the best swimmer this year. 그는 단연 올해 최고의 수영 선수다.
손을 내려놓는다니, '손을 들어 의의를 제기할 것 없이', 단언컨대, 라는 말이 된다.
한국어는 의미 함축적인 언어라서 그런지 부위를 뭉뚱그려 지칭하는 경향이 있어서, 등허리도 허리고(small back), 몸 옆의 잘록한 부분도 허리고 (waist), 굽은 등도 허리 (backbone)라고 하는데, 위에서 greasing palm, iron fist, 처럼, 영어로는 무엇이든 구체적인 부위를 지칭하는 것을 좋아한다.
영어는 실제로 한국어보다 단어가 많기도 하지만, 글을 써도 그냥 주스를 먹었다, 볼펜을 썼다고 하지 않고 부담 없이 상표 이름을 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간접광고가 아니라 실생활에서 만나는 물건들을 만나면 인물들에게 더 친밀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내는 것 같다. 이를테면 그저, 그는 과자를 먹고 있었다고 하는 것과, 새우ㄲ을 먹고 있었다는 것과 초코파ㅇ를 먹고 있었다는 분위기는 전혀 다른 것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손과 손가락은 엄연히 다른 인물로 취급을 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