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이 생각을 선택한 것일까

사고는 나의 것인가, 구조의 반복인가

by 석은별

의식이 깨어나기 시작하면, 우리는 곧 당황하게 된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생각이 과연 내가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익숙하게 반복되어온 구조적 사고 패턴인지를 구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나는 왜 항상 이런 식으로 반응하지?”

“왜 이런 상황에서는 똑같은 생각으로 결론이 나지?”

이 질문들이 반복될수록, 우리는 정신의 중심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사고의 자동성이라는 핵심 작동이 있다.


사고는 대체로 무의식적이다. 감정보다 앞서 반응하고, 감정보다 빠르게 판단하며, 감정보다 오래 머무른다. 우리는 종종 사고가 감정보다 더 이성적이라고 믿지만, 실제로는 감정과 마찬가지로 학습된 반응이라는 점에서 매우 비합리적일 수 있다.


나는 한때 모든 생각이 ‘나의 것’이라 믿었다. “난 이런 스타일이야”, “나는 이런 사람을 싫어해”, “나는 이런 상황에 약하지”라는 자기 서술은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 같았지만, 그 안에는 언제나 무비판적 수용이 있었다. 그리고 그 수용의 이면에는 가정, 관념, 반복 학습된 구조들이 있었다.


그 사실을 자각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생각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두려움-회피형’ 반응이다.”

“이건 ‘가족 내 역할 고정’에서 비롯된 해석이다.”

“이건 ‘거절 불안’을 방지하기 위한 회피적 사고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해체하고, 구조화하며, 그에 붙는 이름을 바꾸어 나갔다. 생각은 감정보다 더 은밀하게 무의식을 드러내며, 스스로를 ‘이성’으로 가장하는 특성이 있다.


상담 장면에서도 이 질문은 중요하게 다뤄진다.

“지금 하고 있는 이 생각, 정말 내 생각인가요?”

이 질문은 자기탐색의 중추다. 과거의 환경, 가족 규범, 사회화된 역할, 내면화된 타인의 목소리 등은 모두 우리의 생각에 은밀히 침투해 있다. 진짜 자기의 생각이 무엇인지 분별해내기 위해선 반복되는 사고 패턴을 의심하고 추적하는 감각이 필요하다.


의식은 사고를 통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고의 선택 가능성을 열어두는 기능을 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생각이 반드시 내가 따라야 할 진리가 아님을 자각할 때, 우리는 처음으로 자유로워진다. 감정은 수용할 수 있지만, 사고는 반드시 질문해야 한다. 그 사고가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지를, 그리고 내가 그것을 선택할 것인지 아닌지를.


나는 더 이상 ‘생각나는 대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생각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는 훈련을 하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생각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더 적합한 생각을 선택하는 감각을 기르는 일이다.


지금 내가 품고 있는 이 생각이 내 삶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는 사실. 그 사실을 잊지 않는 순간, 우리는 살아 있는 정신으로 사고의 조타를 잡게 된다.

“그 생각, 지금 꼭 따라가야 하나요?”

이 물음은 우리가 깨어 있는 존재로 존재하기 위한 첫 번째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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