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외로워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다음 달에 덜컥 결혼을 했다. 대학교나 회사를 다니고 있는 친구들에 비해 너무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한 데다 결혼하면 일을 해도 된다고 했지만 1년 만에 아기가 생겼다. 겨우 만 스무살에 아기 엄마가 된단다. 가족들의 기쁨보다는 그녀는 엄마가 되기에는 복잡한 마음이었다.
친정보다 형편이 조금 더 나은 데다 어려서부터 그녀만 좋다고 따라다닌 동네 오빠에게 시집가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사진 하나 달랑 보고 맞선자리 나가서 날 잡고 결혼하는 것에 비하면 다행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일찍 엄마가 된다니 그녀는 갑갑해졌다.
그녀에게는 어린 동생들이 줄줄이다. 그녀는 자기 하나 입 줄이면 부모님 좀 편해지겠구나 싶었다.
얼마 전 아버지가 쓰러지자 시누가 아는 인맥으로 병실도 바로 잡아주고 병원비도 걱정 없는 걸 보니 결혼을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출산이 가까워질수록 도망치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조금 더 있다가 가질걸...'
뱃속에 태동이 느껴질 때마다 복잡한 그 마음이 왠지 아기에게 미안하다.
그녀는 결혼하면서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모든 게 불편했다.
일찍 일어나 새벽밥을 짓는 것도 힘든데 남편은 매일 벗어 놓는 옷이 너무 많다. 매일 손빨래하다가 문득 출산이 여름이라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겨울에 출산한다 치면 그때까지 만삭의 몸으로 이러고 살아야 되는 신세가 처량했다. 여름이면 좀 낫겠지.
'그 비싼 세탁기는 사다 놓고 왜 안쓰시는지'
병원 할아버지(의사선생님)가 조심하라는 말에 어머님이 신경을 써주시지만 그마저 불편하다. 어쩐지 무섭다. 그녀가 하는 걸 다 마뜩지 않아하는 그 눈빛이 두렵다. 아기라도 얼른 나오면 이 불편함이 덜할까?
저녁에 퇴근하는 남편의 손에는 늘 먹을게 들려있다.
그녀에게 줄 거라고 산 건데 정작 그녀가 좋아하는 것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 위주다. 늘 부부방에만 몰래 가져오다가 하루는 어머니한테 들켰다.
'남편이 철이 없으면 너라도 철이 들었어야지.'
속상하다. 어머니는 언제쯤 그녀를 이쁘게 봐주실까?
출산일이 다가오자 형님이 아는 병원으로 가자고 하신다. 몸조리도 어머님께서 해주실 거라고 걱정 말라는데 너무 불편하다. 친정에 가면 안 되냐고 묻고 싶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엄마. 엄마가 와서 나 좀 데려가면 안 돼?'
몇 번을 친정에 전화했지만 엄마는 시어머니가 알아서 하시는 대로 있으라고 한다.
너무 아팠다. 힘들었다. 정신을 잃었다. 아기는 병원할아버지 말대로 딸이다.
불그스름한데 뽀얀 빛이난다. 머리숱도 꽤 많다. 뽀얀 피부는 그녀를 닮은 것 같고 새까만 눈동자는 아빠를 닮았나 보다. 두상이 커서 힘들었다. 다시는 출산하기 힘들 정도로 괴로웠다.
형님은 첫 조카라고 매일 들리신다. 나쁜 언니는 아닌데 불편하다. 형님이 가져다주는 비싼 것들이 좋으면서도 익숙하지 않다. 어떻게 쓰는지 몰라서 밀쳐뒀더니 해외여행에서 산 영양크림이라고 한다. 아침저녁으로 듬뿍 발라라고 떨어지면 또 사다 줄 테니 아끼지 말라고 하신다.
'엄마한테 갖다 주고 싶은데...'
젖이 잘 돌지 않는다. 어머님이 이것저것 가져다주시는데 역해서 못 먹겠다.
'어미가 잘 먹어야 젖도 돌고 애기도 쑥쑥 크지.'
야단맞는 기분이 싫다.
그녀는 여전히 엄마가 될 준비가 안된 것 같다.
하루빨리 이 집에서 도망치고 싶다. 나가고 싶다. 그녀가 머물기엔 너무 불편하다.
출산한 지 며칠 안된 그녀를 추근덕 대는 남편도 벌레 같다.
'나 왜 이렇게 일찍 결혼한 거지? 그때 미영이가 하는 말 귀담아들을걸... 기집애... '
'오늘은 며칠이더라?'
잠을 거의 못 잤다. 모유가 안 도니까 밤마다 시어머니가 방에서 같이 자면서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기로 하셨다. 아기가 울면 어머니는 그녀의 가슴팍을 열어 입을 갖다 대지만 너무 아프다.
'쯧쯧.. 에휴...'
(달그락달그락 사각사각 버튼 누르는 소리)
혀끝 차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
물이 끓자 분유를 태워 아기에게 물린다. 고개를 돌리며 혀로 밀어내는 아기.
어머님은 수저로 한 숟가락씩 입술을 적셔본다.
'입술에 묻힌건 먹네. 날 밝으면 다른 젖꼭지를 사러 가봐야겠다.'고 하신다.
'내가 젖이라도 잘 돌면....'
세상모르고 자는 남편은 잠결에 그녀 몸을 더듬으려다 어머님 허벅지를 더듬는다.
찰싹 때리는 소리.
'집에 가고 싶어.'
얼마나 잠을 못 자는 날이 길어졌을까.
여름인데도 방이 늘 뜨끈뜨끈하니 더 힘들다.
시원하게 세수라도 하고 싶은데 그것도 못하게 하신다.
'집에 가고 싶어.'
계속 집에 가고 싶다고 중얼거리다 어디서 힘이 나온 것인지 짐을 쌌다.
'아버지. 아버지 괜찮으신지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가득 찼다.
어머님이 장 보러 가신 틈에 자기 옷가지랑 신발만 챙겨서 나왔다.
지금 안 나가면 절대로 이 집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녀는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아기를 두고 나온 매정한 년이 됐다.
엄마도 아버지도 나무라시는데 절대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덤비다 맞았다.
둘째가 모아둔 돈을 챙겨서 나왔다.
'내가 돈 벌어서 갚으면 되니까!'
집에 가고 싶어서 왔지만 여기도 집은 아니다. 그녀가 머물 공간이 없다.
급한 대로 시외버스터미널로 갔다.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야지. 그래야지.
가슴이 찌릿찌릿 아프다. 그렇게도 젖이 안 돌더니 브래지어가 흥건하게 젖었다.
'왜 이제 와서?'
며칠 전 어머님이 주신 그 약이 효과를 보나보다.
'아기한테 가야 하나? 이름도 지어야 되고 출생신고도 해야 되는데...'
'아니야 내가 없어도 어머님이 잘 키우실 거야. 나보다 더 잘 돌보던데. 난 무서워서 안지도 못하겠는걸.'
버스가 오려면 30분은 기다려야 한다.
화장실에 가서 비닐봉지에 젖을 조금 받아냈다. 이제 좀 살 것 같네.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 어디서 3년을 살았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녀는 철저히 그 3년에 대해서 함구하기로 했다.
3년이 지난 어느 날 그녀가 아기를 보러 왔다.
갑자기 나타난 그녀를 반긴 건 어머님의 버선발이다. 동네는 물론 인근에서는 그녀를 찾는다는 방을 붙인 건 친정이 아니라 시어머니다.
'딸램이는 어미가 키워야 되는데... 내가 아무리 정을 쏟아도 어미가 최고지.'
몇 년 만에 본 시어머니는 밥부터 챙겨주신다.
그때는 그렇게도 무서워 보이던 어머니 눈빛이 이렇게 따뜻할 줄은 몰랐다.
어머니 목소리가 다정했나? 한숨 쉬고 나무라기만 하는 목소리로만 기억했는데 그때의 기억이 잘 못된 건지 지금 그녀 앞에 있는 어머님이 바뀐 건지 모르겠다.
아기 이름을 알려주신다.
'은별이야.'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 남편이랑 고민하던 이름 중에 하나다.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차마 입이 안 떨어진다. 은... 별... 이...
'누나(형님)가 데리고 올 거야. 이쁘다고 여기저기 데리고 지 자식처럼 챙겨. 옷도 어디서 이쁜 것만 사 갖고 오는지. 다들 인형 같다고 난리야.'
'저... 제가 데리고 가도 돼요?'
'어디.. 살 데는 있고? 뭐 하는데? 남자라도 생긴 거야? 호적은 그대로던데. 너 아직 우리 집 사람이야.'
'아니요. 저 혼자 있어요. 제가 키워 볼게요. 그땐 너무 어렸어요. 무서웠어요...'
'나는 너희 엄마가 너무 미웠다. 연락되는데 안 된다고 하는 줄 알고 얼마나 미워했는지 아나. 근데 너희 동생이 니 왔나 안 왔나 자꾸 들리길래 물어보니까 친정에도 일절 연락을 끊었다고 해서.... 어디 가서 죽은 건 아닌가 싶어서 내가 얼마나 빌었는지 모른다. 그래도 새끼는 어미가 키워야지.'
'벌이는? 아 데리고 가면 벌이는? 어려서 은별이 손도 많이 가는데. 배앓이도 잘하고 철마다 감기도 잘 걸린다. 괜찮겠나?'
'친한 언니가 있어요. 그 언니가 아이도 키우니까 도와준다고 했어요.'
'고생스럽다 싶으면 두말 말고 데리고 오너라. 아비가 또 한바탕 하겠네. 에휴...'
이상하게도 어머님의 한숨이 무섭지 않다. 처음으로 미안했다.
걱정하는 거였구나. 걱정될 때마다 한숨 쉬거나 쯧쯧 하신 거구나. 왜 그때는 몰랐지?
형님 목소리가 들린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갑자기 뺨이라도 때리면? 머리채라도 잡히면?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어? 누가 왔어?'
형님이 안고 있는 꼬마를 보는데 온몸이 덜덜 떨린다.
'아이고 깜짝이야!'
'엄마! 엄마가 곧 올 거 같다더니! 진짜네!!!'
들어보니 며칠 전부터 그녀가 어머니 꿈에 나타나서 아기를 달라고 울더란다. 어떤 날은 빼앗아 가기도 하고 어떤 날은 사정사정하면서 매달리기도 하면서 어머니 꿈에 나타났단다. 그러면 어머니는 그녀가 올 거라는 걸 짐작하시고는 '그래. 딸은 어미가 키워야지!'라고 마음을 먹고 계셨다고 하신다.
형님이 아기를 그녀에게 건네면서 '은별아 엄마 왔네! 엄마야 엄마!'
아기가 그녀를 한참 빤히 쳐다본다.
그 뽀얗던 아기가 그대로다. 볼이 빵빵한 이 아이가 그때 그 아기가 맞구나. 상상하던 그 아기가 맞구나!
어머님이 은별이 옷가지랑 인형을 챙겨 주신다. 신발도 여러 개 넣어 주시면서 혹시 모르니까 몇 가지는 남겨 두고 가라고 하신다.
남편이 오기 전에 나와야 했다. 무서웠다. 아무리 사람 좋다고 해도 용서받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세 살짜리 아기도 보따리도 무거운지 모르게 서둘러 나왔다.
형님이 따라 나와서는 돌돌 말린 돈을 쥐어 주신다.
'혹시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지금 갖고 있는 게 이게 전부야. 자 여기 전화번호도 적어놨으니까 필요하면 연락하고! 절대 은별이 굶기면 안 된다! 어디 갖다 버리지 말고 힘들면 다시 데리고 와. 그래도 되니까!'
'죄송해요.'
.
.
.
그녀는 단칸방에 새장이 있는 어두운 방으로 아기랑 함께 들어섰다.
이 방에 들어서기 전까지 있었던 일을 그녀 자신이 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할미... 함미...'
며칠을 지내봤지만 너무 힘들다. 그녀는 자신의 욕심이 지나쳤다고 여기고 아기를 다시 돌려주기로 한다. 옆집에 사는 언니가 고향 언니가 근처에 산다고 한다. 결혼한 지 좀 됐는데 애가 안 생겨서 심심해 하는데 거기로 보낼 생각이 없냐고 묻는다. 언제든지 내가 만나고 싶다면 만날 수 있다고 한다. 혹시 모르니 당장 입양 보내는 게 아니라 당분간 키워보고 나중에 결정하자고 한다. 다시 시어머니께 가느니 그게 낫겠다.
그 집 부부를 만나니 그녀보다 띠동갑 이상은 많아 보인다. 결혼한 지 6년인데 아기가 안 생겨서 입양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한다. 그녀는 입양을 보낼 생각이 없다고 잠시 맡아만 주면 꼭 데려 오겠다고 각서를 써 달라고 했다. 양육비는 자신이 보낸다고 한다. 절대 입양 가는 거 안된다고, 입양을 보낼 처지도 안된다고 했다. 그렇게 한 달만 두 달만 맡기고 그녀도 일주일에 한 번 아기랑 정이 쌓이면 같이 살아도 될 거라고 여겼다.
그렇게 은별이는 낯선 부부의 집에 남겨 놓고 왔다.
'그래도 아파트에서 잘해놓고 사니까. 굶고 살 일은 없겠네. 은별이가 워낙 이쁘장하니까 딸 키우는 맛에 안 준다고 하면 어쩌지? 일주일에 한 번 꼭 가본다고 했으니까, 괜찮을 거야.'
그녀는 처음 두 달은 매주 두세 번을 은별이를 만나러 왔다. 그 집 부부를 이모와 이모부로 부르면서 지내다 그녀가 나타나면 '엄마!'라고 달려온다. 은별이에게는 엄마라는 말이 익숙한데 그녀에게는 여전히 낯선 엄마라는 호칭... 하지만 엄마가 맞다. 이제는 그녀도 은별이가 덜 무섭기 시작했다.
두 달이 지났을까 하루는 그녀가 심한 몸살에 걸렸다. 은별이를 보러 가야 되는데, 은별이 주려고 사다 놓은 옷도 있고 신발도 사이즈가 맞는지 신겨 봐야 되는데... 고민하다가 친정에 전화를 걸었다. 바로 밑에 동생이 받는다. 자신이 있는 곳을 알려주고 오라고 했다. 혼자 오라고 했더니 넷째까지 데리고 왔다. 이제 중학생이 된 넷째가 은별이가 보고 싶다고 온다고 했단다. 넷째가 은별이 보러 시댁에도 자주 갔다고 하더니 정이 깊이 들었나 보다.
둘째와 넷째가 왔고, 은별이 물건을 넣은 가방을 건넸다. 주소를 알려주고 택시 타고 가라고 돈을 줬다. 바로 집으로 가라고 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을까.
갑자기 남편과 시어머니가 찾아왔다.
그 옆에는 넷째와 은별이가 있다.
'이렇게 살 거면 애는 왜 데리고 갔노! 응? 힘들면 데리고 오라고 했잖아. 근데 거기가 어디라고 남의 집에다 내 새끼를 던져놓고... 내 이런 말 안 할라 했는데 자식 한번 버린 년이 두 번 세 번도 버린다더니 딱 니가 그런 년이다! 다시는 볼 생각 마라!'
그녀는 이후의 기억이 안 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집은 초토화가 되어 있고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고 몸도 여기저기 쑤신다.
옆집 언니가 말한다. 은별이 안 뺏길 거라고 그 난리를 치다가 남편이 때려서 기절했다고 한다. 시어머니가 옆집 언니한테 돈 좀 쥐어주면서 약 사다 먹이라고 당부하고 떠났단다.
'은별이... 별이...'
내가 서너 살쯤이었나.
아주 낮은 아파트에 살았던 기억이 난다.
어두운 방과 거실을 오고 가면서 맛없는 반찬과 국물이 먹기 싫어서 집안에 있던 쓰레기장 철문에 음식을 버리던 장면이다.
불을 켜기 위해서는 의자를 밟고 올라서야 되는데 의자가 너무 무겁다. 그냥 그 의자에 올라가 앉아서 다리를 흔들며 뿔인형을 갖고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만지작 거린다. 그리고는 색종이를 구겨서 인형 옷을 만든다고 접었다 폈다, 찢어 놓은 종이 쪼가리가 방에 어지럽게 뿌려져 있다.
단층 아파트만 보면 서늘하고 추운 느낌이 든다.
어둡고 외로웠던 그 두세 달의 기억이 내 외로움의 시작이었나 보다.
내가 그 시절을 기억하면 가슴 아파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위의 글에 나오는 그녀의 넷째 동생이다. 나에게는 이모다. 그 이모가 엄마의 심부름에 나를 보러 왔다가 할머니한테 가서 사정을 그대로 이야기했단다. 나를 다시 데려와라고, 그럼 자기가 이 집(할머니집)에 와서 나를 같이 돌봐 주겠다고 사정을 했다고 한다.
어느 날 산책하다 벤치에 앉아 한숨을 돌리는데 바로 맞은편에 단층 아파트가 보였다.
아직도 저런 아파트가 남아 있네.
난 저런 아파트만 보면 괜히 추워. 맘이 아파.
그 순간 떠오른 40년도 더 된 장면들...
그리고 한참을 그 벤치를 벗어나지 못했다.
갑작스레 튀어나온 그 시절의 그 여자 아기...
말도 잘 못하고 표현도 부족한데, 표정이 어둡다. 쓸쓸하다.
이후의 기억은 나중에 들어서 아는 게 몇 가지가 있어 조합이 된다.
그날 그렇게 그 집에서 나를 데려와서 처음 먹었던 음식이 짜장면이라고 한다.
꼬맹이가 그 짜장면을 싹싹 다 먹었다고 한다.
배가 고팠는지.
다 안 먹으면 다시 어디론가 보낼 것 같아서 그랬는지는 모른다.
그때부터 아이는 할머니랑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으니...
문득 생각해 봤다.
그 서너 살의 나를 구하러 간 게 이모였을까, 할머니였을까, 아니면 지금의 나였을까?
어쨌거나 그 아기를 구하러 간 사람들 덕분에 내가 이곳에 뿌리를 잘 내리고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