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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은의 리뷰닷 Dec 28. 2019

REDUCE, 선거를 앞둔 유튜브의 새로운 키워드

[분석] 유튜브는 2020 총선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구글이 12월 20일 파트너사들을 불러 워크숍을 열었다. 이날 행사는 '한국 온라인 뉴스 소비자 사용자 조사'와 '유튜브와 선거', '정책 업데이트'등 3가지 세션으로 진행됐다. 지난번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선거를 앞둔 유튜브의 정책들에 대해서 살펴본다.


유튜브에 따르면 2016년과 비교할 때 유튜브에서 뉴스 채널 성장률은 엄청나다. 시청시간은 3배, 매출은 4배나 커졌다. 한국의 경우도 다르지 않아서 최근 30일간 한국 뉴스 채널에 올라온 동영상은 무려 4,500년 치에 달한다고 한다. 신선한(가장 업데이트가 빠르다는 의미에서) 콘텐츠 영역인 뉴스도 유튜브가 대세를 잡고 굳히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기존 TV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선거는 유튜브에도 매우 중요한 이벤트이다 


전통적으로 레거시 플랫폼인 지상파 TV에서 '선거'는 매우 중요한 이벤트였다. 즉 진행자, 프로그램의 구성, 예측 시스템, 컴퓨터 그래픽 등 방송사의 모든 역량을 투입하는 '전면전'이고 시청률을 통해 누가 이기고 졌는지가 분명히 숫자로 파악되는 '변명할 수 없는 승부'이다. 그런데 이런 선거라는 이벤트가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플랫폼 유튜브에도 역시 중요한 것 같다.



유튜브는 브라질의 선거를 예를 들었다. 2018년 대선 토론회가 '실시간 스트리밍 중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는 것. 최대 동시 접속이 무려 38만이 넘었다고 한다(381,000).  또 선거를 다룬 뉴스 파트너의 전년 대비 시청시간 성장률이 3배나 됐다고 한다. 즉 선거는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벤트이고, 그 이벤트의 특성상 스트리밍에 어울리는 실시간 업데이트 정보가 제공되는 이벤트이다. 쉽게 말해 장사가 되는 상품이 있는 이벤트라는 거다.


그런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선거 같은 정치 이벤트에 소셜미디어가 끼치는 악영향도 만만치 않다. 가짜 정보와 편향된 정보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원래부터도 확증편향(確證偏向 Confirmation bias :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성)의 가능성이 높은 영역인데 소셜미디어는 부정적인 효과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선거를 대하는 유튜브 플랫폼 전략은 이중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유튜브가 이번 설명회에서 전달하려고 했던 내용들은 이 두 가지 문제를 모두 아우르는 것이었다. 즉 '어떻게 하면 장사를 더 잘할 수 있을까?'와 '유튜브는 어떻게 효과적으로 가짜 정보를 차단할 수 있을까?'이다.


이 두 번째 키워드와 관련해 유튜브는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무게감 있는 뉴스 파트너'를 우대할 계획인 것 같았다. 즉 알고리즘을 통해 선거 관련 소식을 꾸준하게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뉴스 채널에 가중치를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 Sungjoo Lee


또 '정보 패널'을 통해 논란이 있는 뉴스, 이미 결론이 난 내용 등의 정보를 사용자에게 제시해서 가짜 뉴스나 음모론을 담은 콘텐츠를 사용자가 소비할 때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유튜브는 정보 패널 관련 설명에 슬라이드 5장을 할애했다. 예를 들어 아직도 음모론이 큰 힘을 얻고 있는 아폴로 11호 달 착륙과 관련해서는 아폴로 프로그램에 대한 믿을만한 콘텐츠 링크를 함께 제시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날 설명회에서는 선거 콘텐츠와 관련해 더 중요한 내용이 발표됐다. 'REDUCE'라는 개념인데, 최근 유튜브 크리에이터들 사이에 크게 문제가 됐고, 언론사 콘텐츠에도 붙고 있는 이른바 '노딱', 노란 딱지에 비견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유튜브 측은 사안의 민감성 때문인지 이 내용과 관련해서는 슬라이드는 딱 한 장만 보여줬다.



REMOVE | content tat violates our policy as quickly as possible

RAISE | up authoritative voices when people are looking for breaking news and information

REWARD | trusted, eligible creators and artists

REDUCE  | the spread of content that brushes right up against our policy line


네 가지 단어를 R로 한데 묶어놓기는 했지만 여기서 Remove, Raise, Reward 등 3개는 사실 새로울 것도 없는 개념이다. 그런데 REDUCE는 다르다. 여기서 'Reduce'를 소개하는 유튜브 측의 설명을 직접 인용해본다.


"보더라인(border-line)이라는 게 있죠. 이 보더라인에서 분명하게 선을 넘어가지는 않은 영상이지만 굉장히 불편할 수 있고, 많은 분들이 의문을 제기해준다거나 아직 사법기관의 정확한 판단이 나와있지 않지만 누군가를 심각하게 음해한다거나 위협을 가한다거나 하는 등등의 그런 콘텐츠에 대해서는 삭제가 될 수준이 아니라고 하면 이 시스템,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 덜 보이도록 그렇게 제재조치를 취하는 것을 실은 올해 저희가 미국에서 먼저 테스트를 했습니다."



REDUCE, 삭제하지는 않지만 추천 알고리즘에서 제외되는 콘텐츠 


유튜브의 설명에 따르면 먼저 REDUCE라는 조치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장 삭제(REMOVE)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누군가를 음해한다거나 위협을 가하고 있어서 '삭제 조치의 경계(border-line)까지 다가간 콘텐츠'를 의미한다.


유튜브는 먼저 미국에서 이런 구분자(classifier)를 적용하는 실험을 6개월 이상 했고, 그 결과 그렇게 분류된 콘텐츠의 경우 노출되는 트래픽이 70%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즉 이런 '딱지'가 붙은 콘텐츠의 경우에는 '추천 알고리즘'에서 제외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콘텐츠를 생산하는 채널을 구독하는 사용자들에게까지 전달되지 않게 하겠다는 건 아니다.   


"약 6개월 이상 테스트를 했더니, 구독하지 않는 채널의 이런 보더라인에 있는 콘텐츠들이 추천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트래픽이 before & after 비교했을 때 70% 가까이 감소하는 것을 저희가 발견했습니다. 잘 나름 테스트가 진행이 되었다고 판단을 해서 해당 알고리즘 클래스파이어(classifier, 구분자)는 내년에 각 다른 나라로 점차적으로 확산이 될 예정입니다."


유튜브 측은 앞서 '노딱', 노란 딱지의 경우 '수익과 관련된 문제에서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설명했지만 콘텐츠 생산자들은 추천 알고리즘에서도 영향을 받는다고 체감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구독자가 많을수록 소비가 많이 이뤄지는 건 맞지만 콘텐츠가 REDUCE로 분류될 경우 아예 알고리즘 추천이 안 된다는 뜻이어서 'REDUCE 분류 = 구독자에게만 전달되는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높다.  즉 지금은 구독자 20만 명 채널이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 추천 알고리즘에 따라 100만, 200만 조회도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앞으로 REDUCE로 분류되면 조회수가 구독자 수 이상으로 확대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즉 이번 선거에서 대목을 노리는 일부 유튜브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REDUCE는 노란 딱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조치를 하는 이유에 대해 유튜브는 "그래서 내년 특히 한국은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보다도 미스 인포메이션(misinformation)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일일이 누구는 올리고 누구는 올리면 안 된다고 말씀을 드릴 수는 없지만 방금 말씀드렸던 저희가 믿을 수 있는 -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소스는 더 잘 보이도록 전진배치를 한다거나 검색 결과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그리고 보더라인에 있는 콘텐츠는 삭제까지는 못 한다고 하더라도 점진적으로 추천 시스템에서는 잘 보이지 않게끔 그렇게 조율을 해가는 방법으로 더 플랫폼을 개선하고자 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유튜브는 이 알고리즘 구분자의 적용이 언제 이뤄질 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또 어떤 시점에 적용이 된다 하더라도 "REDUCE 구분자가 적용되었다."는 공지는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이나 크리에이터들은 유튜브의 REDUCE 정책에 어떻게 반응할까? 


앞서 필자가 다룬 '노란 딱지' 문제가 그렇듯 유튜브는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REDUCE'를 정할 것인지, 그리고 이렇게 플랫폼이 자의적인 딱지를 붙이는 행위가 옳은 것인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특히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의 유튜버들이 약진하고 있고 "2020년 총선 유튜브 대전, 예정된 보수 승리"라고 단언하는 전문가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튜브는 일단 네이버나 다음과 달리 국내 플랫폼이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유튜브 CEO를 국회 상임위원회로 불러낼 수 없다는 뜻이다. 또 일반론으로 봐도 (1)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그 플랫폼은 사회적 영향, 특히 정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국내 양대포털도 내년 4월 전의 시점을 목표로 뉴스 서비스 등을 큰 틀에서 정비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가슴 아프지만 (2) 콘텐츠 제작자는 플랫폼이 마련한 기준을 수용하는 전제에서 그 플랫폼에서 활동하고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유튜브의 정책'에 저항하는 건 불가능하다.


말장난 같지만, 최대치의 저항은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 나오는 것이다.


#유튜브 #리듀스 #REDUCE #노딱 #노란딱지 #총선 #21대_국회의원선거 


12.20 유튜브 설명회 슬라이드 요약

https://telegra.ph/Election-12-28

'노란 딱지' 차분히 생각해 보기

https://brunch.co.kr/@storypop/178

뉴스를 바꾸겠다는 카카오의 속내 ; 정치의 계절을 앞두고 출렁이는 미디어

https://brunch.co.kr/@storypop/184

조선일보, "카카오, 인물 검색할 때 연관 검색어 없앤다"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26/2019102600031.html

경향신문, "2020년 총선 유튜브 대전, 예정된 보수 승리"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2980636?lfrom=kak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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